• 주간한국 : [신수 훤하게 삽시다] 깐깐한 혈압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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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7.09 15:34:02 | 수정시간 : 2003.07.09 15:34:02
  • [신수 훤하게 삽시다] 깐깐한 혈압 조절



    다음은 진료실에서 일상적으로 오가는 대화이다.

    의사 : 아무래도 혈압약을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환자 : 싫은데요. 그것 먹으면 평생을 먹어야 한다던데. 또 오래 먹으면 간이나 심장이 나빠지지 않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을 싫어한다. 병자 같아 보여서 싫고, 약을 오래 먹으면 어디가 나빠질 거라고 막연히 걱정한다. 그러나, 의학은 통계이며 과학이다. 의사는 약을 먹지 않으면 풍이나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서, 혈압약에 의한 부작용 -사실 요즘 혈압약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은 부차적이라고 판단될 때 약을 권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혈압합동위원회의 7차 보고서에서는 혈압조절에 좀 더 엄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고혈압합동위원회(Joint National Committee on prevention, detection, evaluation and teratment of high blood pressure)는 고혈압의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주기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혈압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것이 금번 발표의 요지이다.

    지금까지 낮은 혈압이라고 생각했던 수축기압 115mmHg, 이완기압 75mmHg보다 혈압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 수축기압이 20mmHg, 이완기압이 10mmHg 씩 증가할 때마다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도는 2 배씩 증가한다.

    결국 수축기압이 155mmHg, 이완기압이 95mmHg인 사람들은 뇌졸중이나 심장병이 생길 위험이 4배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과거 정상혈압으로 알려졌던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mHg보다 혈압이 1mmHg라도 높아지면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하여 특별 관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표 참조)

    하지만 특별 관리법이라는 것이 실상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과음, 흡연, 짠 음식은 멀리하는 것, 그리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단지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울 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각각의 노력들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체중을 5kg 줄이면 혈압이 10mmHg 감소한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줄이고 야채와 채소, 저지방 우유와 유제품의 섭취를 늘이면 혈압이 10mmHg 감소한다.

    -싱겁게 먹으면 혈압이 5mmHg 감소한다.

    -운동을 하면 혈압이 10mmHg 감소한다.

    -술을 하루 2잔 이하, 여성은 1잔 이하로 줄이면 혈압이 5mmHg 감소한다.

    운동을 하지 않고 매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는 남성이라면, 운동, 금주, 야채섭취를 통하여 혈압을 대략 20mmHg 감소시킬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체중이 줄게 되면 혈압이 더욱 떨어질 것이다. 먹던 혈압 약을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관리법으로도 혈압이 정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 처음부터 혈압이 많이 높은 사람들은 혈압약을 먹는 것이 좋다. 혈압은 혈관벽에 무리를 주어 혈관을 망가지게 하고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혈압약을 먹는 기간 동안은 혈관이 보호된다. 하지만 혈압약을 먹는다고 앞에서 제시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약만으로는 완벽하게 혈압이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 할 노력을 게을리 하면 해마다 먹어야 하는 약의 개수와 가지 수가 늘어날 것이고, 다른 만성질환들이 따라 붙게 된다.

    당뇨와 고혈압이 있는 단골환자 한 분은 최근 직장을 옮겨 아침저녁으로 2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하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저녁 늦게 과식을 하게 되고, 술자리도 잦아 늘 피곤했다. 어쩔 수 없이 휴일에는 잠만 자게 됐다. 그러는 사이 허리띠가 2칸이나 늘어났다. 잘 조절되던 혈압도 들쑥날쑥해지더니 고공비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혈압약을 늘리고, 다른 약을 추가해도 요지부동이었다.

    환자는 결국 저자의 권유를 수용하여 직장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기고, 줄어든 출퇴근 시간에 운동을 시작하였다. 운동으로 체력이 좋아지니 받는 스트레스 양도 줄어들었고, 술도 덜 마시게 되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혈압은 원래대로 떨어졌고 늘어난 뱃살도 다시 들어갔다.



    박현아 한일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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