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어제와 오늘] 힐러리 vs 커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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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7.09 15:47:39 | 수정시간 : 2003.07.09 15:47:39
  • [어제와 오늘] 힐러리 vs 커틀러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싸움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싸움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이를 여ㆍ야로 표현하고, 보수 대 개혁, 보수 대 진보, 또는 보수 대 혁신이란 말을 혼용한다. 뉴욕 타임스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1999년 퓰리처상 논평 부문 수상)은 힐러리 상원의원의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를 평하며 이 책에는 힐러리의 전모가 있다고 했다.

    다우드는 1992년 대선 취재를 하면서 만난 클린턴 후보의 아내 힐러리가 유머가 있는 공직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회고록에 나온 대로 골수 공화당인 아버지에게서 얻은 큰 웃음, 어머니에게서 받은 어떤 도전에도 완고하게 버티어 이겨내는 ‘성깔 있는’ 변호사임을 느꼈다. 힐러리의 이런 ‘성깔’을 금발의 보수 여성 칼럼니스트들은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했지만 힐러리는 이들의 공격을 잘 넘겼다고 평했다.

    그러나 다우드의 예상과는 달리 힐러리의 회고록이 나온 지 3주 여만에 나온 커틀러의 ‘반역-자유주의자들의 냉전, 테러에 대한 반역’은 7월 첫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살아있는 역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긴 금발 머리에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매서운 눈매로 쳐다보는 모습을 표지에 담은 커틀러의 책에 대해 우파 보수 언론의 평자들은 “힐러리 회고록을 능가 할 것이다”고 반기고 있다.

    내년의 대선을 향한 공화, 민주의 싸움을 알리는 책들의 전쟁이 시작 된 것이다. 특히 7월 4일 미국 독립일을 맞아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랑크 릿치(연극평론가)는 커틀러의 책이 미국 국기가 상징하는 별과 줄(stars and stripes)의 조화 대신 ‘상처(scars)와 줄’의 국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커틀러가 미 국기를 드레스로 입지않고 책 표지에 나온 것은 미국을 또 한번 보수ㆍ자유, 좌ㆍ우의 시대로 갈라서게 하려는 것이 아닌가 염려했다. 그녀의 책에는 독립기념일에 생각 해야 할 단결 대신 분열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커틀러는 독립기념일 칼럼에서 ‘반역’이란 책이 소위 미국의 자유주의, 민주당, 주류신문 언론들이 취급한 역사에 대한 고발장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커틀러는 주장하고 있다. “독립기념일에 우리는 지난 세기에 미국의 자유를 수호하는데 힘쓴 5명의 인사에게 적절한 명예를 기려야 한다.”

    그 다섯 인사는 자유주의자들이 싫어하는 조셉 맥카시(전 위스콘신 상원의원), 에드거 후버(전 FBI 국장), 리처드 닉슨(전 대통령) 휘태거 참버스(타임 편집장)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전 대통령)이다. 모두 반 공산주의, 반 러시아주의자며, 반 민주당이다.

    커틀러는 그녀의 책에서나 칼럼에서 밝히고 있다. 미국의 상원의원으로 유일하게 직접 전투에 참가한 첫 의원인 맥카시가 자유 공산주의의 ‘반역’에 의해 48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슬퍼했다. 학교 갈 돈이 없어 닭을 기르다가 닭마저 유행병으로 몰살하자 20세에 고등학교에 들어간 맥카시. 9개월 만에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위스콘신대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됐다.

    미국 사법부 최연소 순회 판사에서 그는 해병대 폭격기 기관총수가 되어 2차 대전을 끝내고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리고 국무부와 육군 내에 소련 스파이가 잠입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이들을 상원청문회에 소환한다. 그러나 그는 ‘히틀러를 닮은 파시스트’라는 자유주의자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견책을 맡아 울화 상태에서 사망 했다.

    자유주의 언론이 준 그에 대한 명예는 ‘동성 연애자’ (그러나 그는 조지 워싱턴 대학을 수석 졸업한 여성과 결혼했다) ‘허풍쟁이 폭로자’ (그가 가지고 있던 미 정부에 침입한 소련 첩자의 명단은 1995년 소련의 암호 해석기인 베로나(Verone)에 의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등 이었다.

    커틀러는 후버에 대해서도 오명(汚名)을 벗겨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8년간 FBI의 국장을 지낸 그는 시민권 옹호 위원장까지 찬성한 진주만 전쟁 이후 미국계 일본인의 수용소 감금을 반대한 유일한 관료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소련의 첩자를 고발했지만, “자리 유지를 위해 공산주의자를 만드는 스파이 두목”이란 오명을 받았다.

    참버스는 저널리스트 였지만 한때 미국 공산당 정식당원 이었고 소련의 첩자로 현금을 받았다. 1947년 그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어제의 우방이었던 소련이 기도하는 것은 세계의 지배라는 것”이라며 탈당했다.

    그는 자유세계가 알아야 할 것은 “종교의 힘만이 사람의 마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살아야 하느냐와 왜 죽어야 하는가 하는 확신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고 자유세계와 공산세계의 다른 점을 역설했다.

    이를 본 할리우드의 배우였던 레이건은 깊은 감명을 받고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어 그에게 명예시민장을 추서했다. 자유주의 언론들은 레이건의 ‘악의 제국’ 발언의 원초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고 ‘허황된 생각’이라 비난했다. 닉슨은 참버스의 고발을 밝혀낸 반공주의자였고 이런 바탕위에서 소련, 중국과 교섭 할수 있었다.

    커틀러는 결론 짓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이 싫어하는 5명의 사실(史實)상의 행위는 미국의 자유주의자가 인간의 문명에 테러하는 집단이며 미국에 반역을 일삼은 자들임을 보여준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대열에서 힐러리의 책을 능가하리라는 소식은 미국은 보수우파가 살아있는 너무 복잡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박용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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