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데스크의 눈] 내각제 실험도 필요하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09.16 14:11:30 | 수정시간 : 2003.09.16 14:11:30
  • [데스크의 눈] 내각제 실험도 필요하다



    #1 4.19 혁명이후에 의원내각제를 시행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떻게 됐냐구요? 맨날 쌈박질이나 하고, 그땐 국민학생도 데모했습니다. 민주당은 신.구파로 나뉘어 싸우고 굶어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고.

    #2 한국식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검은 돈을 주고 받기에 너무나도 좋은 형태입니다. 대통령제를 하려면 완전 미국식 내지 프랑스식으로 바꿈이 정당할 듯합니다. 그래야 장점도 살릴 수 있고.

    #3 내각제가 옳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외교 국방권만을 행사하고, 실질적인 권한은 총리가 가지고 있어(프랑스식 대통령제 혹은 독일식 내각제) 총리가 못하면 언제든지 갈아 치울 수도 있고.

    의원내각제가 좋으냐 대통령제가 좋으냐는 물음에 대해 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오른 답변 중 일부다. 두 가지 정부 형태에서 어느 것이 나으냐는 질문은 말할 것도 없이 우문이다. 국가의 전통과 역사, 국민성, 경제 규모, 주변 환경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하고, 사람마다 또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이미 배운 대로 두 체제 모두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대통령제하에서는 적어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정권교체는 없으나 야당이 국회를 장악할 경우 정부-의회간 대립이 정국 안정을 해친다. 또 이론적으로 입법ㆍ행정ㆍ사법 등 3권 분립이 가능하나 자칫하면 대통령 독재로 흐를 우려가 있다.

    새삼스럽게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장단점을 드는 것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결의로 불거진 우리 대통령제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 파동은, 그 자체로만 보면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겨룬 탐색전 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이 김 장관을 굳이 한총련 시위에 걸어 목을 친 것은 그가 주말마다 지방으로 내려가 신당 창당 및 총선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김 장관이 지방에 내려가 ‘리틀 노’로 활동하는 것은 장관 업무와 중복돼 있어 제동을 걸 방법이 없었다”는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의 고백은 그간 속앓이가 적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민주당 분당 후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는 청와대로서도 제1당이 되기 위해 가용한 자원은 전부 동원해야 했다. 그러니 두 세력은 김 장관을 고리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김 장관 파동은 소수정권인 노무현 정부가 안고 있는 대통령제의 한계를 드러내 주는 계기가 됐다. 거대 야당이 의회에서 힘으로 밀어붙이자 ‘대책없이 버티기’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3,5,6공화국이 대통령제의 단점으로 독재를 부각시켰다면 이번 파동은 의회의 무책임한 국정간섭이란 문제를 내보인 셈이다.

    노 대통령이 일찌감치 내년 총선후 다수당에게 총리직을 양보하는 구상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대통령제의 단점들을 보완하는 뜻을 담았다고 본다. 프랑스식 대통령제를 원용하겠다는 의도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내각제가 있는데, 김 장관 해임건의안 결의로 촉발된 헌법유린 논란을 계기로 차제에 내각제로의 이행을 검토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추석연휴도 끝났고, 예상치 못했던 태풍 매미의 피해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김 장관이 사표를 내고 대통령이 수리하는 방식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대립은 끝날 것이다. 그러나 제2, 제3의 김두관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나라당의 총선 전략은 노 정부 흔들기인데, 청와대가 버티면 김 장관의 경우에서 보듯 대립만 남는다. 그렇게 되면 화급한 민생문제는 밀려나고 불요불급한 정쟁만 계속될 게 뻔하다.

    총선후에도 달라질 게 없다. 민주당이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민주당이든, 신당이든 여당이 제1당이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김 장관 해임 건의는 부당하다. 법적 구속력을 얘기하면서 헌법 유린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버틸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대통령이든, 의회든 국정을 책임지는 체제로의 전환을 폭 넓게 논의하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내각제다. 당정 분리를 강조하는 노 대통령의 신념도 따지고 보면 내각제 타입 아닌가?

    정치권이 할 일은 지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태풍 피해의 복구에다 근본적인 경제회생책 마련, 또 예산안 심의도 해야 한다. 하지만 소수정권의 숙명인 정국운영의 줄타기를 감안하면 정부 체제 논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 대통령이 당초 구상대로 총선후 총리직을 제1당에 양보한다면 프랑스식 대통령제를 통해 내각제 실험도 가능할 것이다. 어차피 헌법 개정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시일이 촉박하면 논의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슬슬 내각제 논의에 나서보는 것도 어떨까 싶다.



    이진희 부장 jinhlee@hk.co.kr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