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어제와 오늘] 평화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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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9.16 14:15:01 | 수정시간 : 2003.09.16 14:15:01
  • [어제와 오늘] 평화의 말들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베이징 6자 회담이 끝난 후 미국에 갔던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4일 백악관에서 조지W 부시 대통령을 만나 고무되고 흐뭇했다.

    “내 친구(노무현)는 잘 있느냐. 나는 그를 좋아한다”는 첫마디를 듣고서였다. 윤 장관은 20분간의 이례적 면담(1993~94년 한승주 외무장관이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한 이후 처음)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돈독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백악관에 함께 간 파월 국무장관은 “우리는 포괄적인 대북정책을 갖고 있다. 가용(可用)한 어떤 선택 방안도 배제하지 않은 채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마약 등 밀거래 행위를 차단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겠다”고 했다.

    북한 핵, 미사일, 대량 살상무기, 북ㆍ미 관계 등과 관련해 미국 신문기사에서 제일 많이 인용되는 뉴욕 타임스 백악관 출입기자 데이빗 생거. 부시가 텍사스 크로퍼드 농장에서 이란의 핵개발 문제, 베이징 회담을 지켜보며 “참겠다”고 말한 뜻을 알듯하다면서 기사를 썼다.

    “미국의 대북 대화정책이 단계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9월 5일자에 썼다. 그가 이날 전화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국무부의 베이징 회담 고위 참석자의 브리핑의 배경과 대통령의 대북정책 변화에 대해 말했다.

    “북한에 대해 어떤 이익이 돌아가려면 핵으로 위협하거나 핵 제조 가능성이 있다는 자세를 먼저 버려야 한다” 여지껏 북한의 선 핵포기를 주장했던 미국으로서는 조금 물러서 말을 부드럽게 하고 속내용을 “에너지 재공급,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비친 것이다”는게 생거 기자의 해석이다.

    이에 응해 북한은 핵파기 감시단의 자유로운 활동, 명확한 핵수출 금지 선언을 할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영일 외무 부상은 베이징 회담에서 평양에서 마련해 온 기조 연설문을 검토하느라 미국 수석대표 켈리의 기조연설문에 담긴 백악관의 대북정책 변화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런 생거 기자의 기사 등이 나오기 전후 이미 변화된 부시의 정책 방향에 대해 변화를 바라는 여러 기고가 있었다. 2002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공약은 세계적으로, 지역적(동북아)으로 가장 위협적인 북한 핵 문제를 해결 시켜 줄 것이다”고 확인했다. 카터 재단의 평화와 건강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위해 도쿄에 와서 한 말이다.

    그는 1994년 죽기 직전의 김일성, 김영삼 대통령,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싸고 전쟁 일보 전이었을 때 김일성을 면담해 제네바 합의의 기틀을 마련했었다. 그는 북한은 ‘편집증에 빠진 나라’라 표현했다. 이에 앞서 그는 유에스에이 투데이 9월 2일자 기고에서 북한에 미국이 불침공의 공약을 하도록 권고했다.

    그는 “1968년 1월 존슨 대통령이 결국 북한이 바라는 정보수집함인 푸에블로함의 북한 영해 침공을 시인 한 후에야 승무원이 되돌아온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침공 공약을 확고히 하면 교착상태에 빠진 미ㆍ북 관계가 풀릴 것이며 그 후에 경제 등의 원조에 국교 정상화가 뒤 따르면 한반도 평화가 온다는 권고이기도 하다.

    카터의 이런 주장과 베이징 회담에 앞서 미국 브루클린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마이클 오한론과 조지 워싱턴대 미ㆍ일 관계 연구소 소장인 마이클 모치주키는 ‘한반도에서의 위기’를 7월 29일에 발간했다.

    브루클린 연구소에서 ‘두 사람의 마이클’’로 불리는 두 국제정치학 박사는 카터의 주장과 미 행정부의 ‘단계적 해결책’을 포함한 ‘대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다. 두 마이클 박사는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말들은 ‘악의 축’ 발언 이후 여러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 착안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겠다”, “이를 실험하겠다”는 것은 위협이기 보다 미국의 포용을 바라는 요구일 뿐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북한과 큰 거래 (grand bargain)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주장하며 평화협정을 약속하면서 내밀 거래는 ▦ 100만명이 넘는 군인 및 재래식 무기의 50% 감축 ▦ 정치 및 경제의 개혁 약속 ▦ 인권개선 ▦ 통일 후에도 적정선의 미군 주둔의 인정을 단계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공동 보장 속에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타협에는 1994년의 제네바 합의가 미룬 ▦ 국교 정상화 ▦ 에너지 공급 ▦ 외국 자본유치 ▦ 농업 개선 등을 미국이 돕는다는 당근?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박사가 1990년대부터의 미국과 북한 관계를 조사 끝에 북한은 “큰 비전있는 거래를 바라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북한을 포용하려는 생각은 2002년 1월의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서 비롯됐고 그 후 부시정부의 말의 변화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전망을 밝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평화의 말에 대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9월9일 건국 55주년 행사에서 새 미사일, 핵 보유 사실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이 금인듯 공개석상에서 어떤 말도 여지껏 꺼내지 않았다. 미국의 평화의 말에 좋은 대답이 있기를 바란다.



    박용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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