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르포] 링 위의 꽃' 라운드 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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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9.19 18:59:28 | 수정시간 : 2003.09.19 18:59:28
  • [르포] 링 위의 꽃' 라운드 걸이 돌아왔다

    이종격투기 대회 '붐' 타고 인기 직종으로 부활



    “화려한 조명이 둘러싸인 사각의 링, 이 곳에서 펼쳐지는 격투사들의 숨막히는 혈투,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와 갈채.”

    격투기 경기장을 한번이라도 찾은 사람들이라면 이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숨막히게 전개되는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묵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달아난다. 그러나 격투기 경기장에는 이것 말고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다름아닌 라운드 걸이다. 피튀기는 ‘전장’을 보일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걷는 모습은 관중들에게 청량 음료와도 같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최근 들어 라운드 걸이 속속 링으로 복귀하고 있다. 라운드 걸은 한때 ‘링 위의 꽃’으로 불리며 관중들에게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다음 라운드를 알리는 피켓을 들고 등장한 후, 경쾌한 리듬에 맞춰 링 위를 돌면 관중들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튀는 외모로 관중시선 집중



    프로복싱이 사양길로 접어들던 지난 90년대 초 이후 종적을 감췄던 라운드 걸이 다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는다. 이종격투기 대회 바람을 타면서 사라졌던 라운드 걸들이 덩달아 부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1일 저녁 5시 장충체육관. 이 곳에서는 ‘무에타이 종주국’인 태국 선수들과 전세계 올스타가 맞붙은 ‘코마 그랑프리’ 대회가 열리고 있다. 오픈 경기로 시작한 첫 경기는 한국의 고준석 선수와 태국의 카이담 선수. 경기장 열기는 초반부터 뜨거웠다. 관중들은 선수들의 발차기에 맞춰 환호성을 질렀다.

    1라운드가 끝나자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아슬아슬한 투피스 차림의 라운드 걸 두 명이 등장했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회전을 알리는 피켓을 든 라운드 걸이 링 위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동안 관중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는 또 신세대 에로스타 하소연씨가 메인 라운드 걸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들어 게임, 연극 등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는 하씨는 능숙한 춤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중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자리에서 라운드걸 하씨는 “처음 나왔을 때는 조금 떨리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그러나 일본 선수가 들 것에 실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하씨는 이어 “다음에도 이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라운드 걸로 나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종 격투기 열풍에 맞춰 관중들에게 새롭게 ‘신고식’을 하고 있는 요즘의 라운드걸은 예전보다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이 한층 과감해졌다. 머리를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물들인 사람에서부터 핫팬츠나 배꼽티 차림으로 무대를 도는 등 외모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이다.

    이들의 직업도 화려하다. 나레이터 모델이나 레이싱걸 뿐 아니라 방송 리포터, VJ, 에로배우 등 전문직 여성들도 라운드 걸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일부는 이 참에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 아직까진 벌이는 썩 만족하기는 어려운 수준. 평균적으로 일당 15만원 정도 받는다. 그러나 이는 평범한 라운드 걸에 해당되는 사항일 뿐, ‘그릇이 되는’라운드 걸의 경우 기획사 등과 고액의 전속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미인대회 입상자 등 경력 화려



    라운드 걸이 예상외로 큰 호응을 얻은 것에 힘입어 미스코리아 대회와 같은 ‘라운드 걸 선발대회’도 생겨났다. 실제 이종격투기 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스피릿MC는 최근 전속 라운드 걸 선발대회를 개최해 짭짤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스피릿코리아 정원진 팀장은 “대회를 앞두고 선발 요강 등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며 “라운드 걸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우선 엄격한 서류심사 및 면접을 거쳐 10명의 후보를 선발했다. 정 팀장은 “이들의 면면을 보면 미인대회 입상자, 레이싱걸, 방송 리포터, VJ, 화장품 모델 등 경력이 화려하다”며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한 네티즌 투표를 거쳐 스피릿 퀸 2명, 스피릿 엔젤 4명 등 6명을 전속 라운드 걸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입식타격기 대회를 주최한 스트라이킥도 지난 19일 잠실剋毁셈같鰥【?벌어진 대회에서 라운드 퀸 선발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여성들의 수만 100여명. 이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다음 회전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링 주변을 한바퀴 돌며 각선미를 뽐냈다. 지난 20일 이 회사는 대회를 거쳐 선발한 8명을 모아 여성 홍보단 ‘알퀸(R-Queen)’을 출범시켰다.

    라운드 걸 등장 이후 여성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성들을 지나치게 상업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회 주최측의 의견은 다르다. 이들은 “라운드 걸 하면 예전의 모습만 생각해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며 “대회에서 선발된 라운드 걸들은 앞으로 대회 홍보나 선수들 의전 등에 투입되는 등 활발한 외부 활동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 보고 미녀도 보고…인기



    격투기 팬들은 일단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장에서 만난 직장인 홍인수씨(38)는 “라운드 걸의 모습을 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복싱 전성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여성의 상업화에 대한 지적은 지나친 우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모씨(32)도 “경기 중간에 등장하는 라운드 걸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의상이 예전보다 더 과감해진 것 같다. 본 경기 만큼이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라운드 걸도 학원 다녀야(?)
       
    여성들 사이에서 라운드 걸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면서 라운드 걸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업체까지 생겨났다. 강남의 모델 전문 학원인 K스쿨이 그것. 이곳에서는 현재 라운드 걸이 되기 위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격투기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라운드 걸이 늘고는 있지만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을만한 곳은 아직 한군데도 없다"며 "이곳에서는 라운드 걸을 희망하는 모델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우선 키가 170㎝를 넘어야 한다. 외모 또한 중상 정도는 돼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여성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학원측의 귀띔.

    물론 아직까지는 기존 과목에서 라운드 걸 교육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라운드 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고 있는 만큼 라운드 걸 과정을 따로 구성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는 게 학원측의 설명이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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