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이병훈·김재형 PD의 도전, 3연탄석 흥행 '필패 신화'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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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09.22 18:03:01 | 수정시간 : 2003.09.22 18:03:01
  • 이병훈·김재형 PD의 도전, 3연탄석 흥행 '필패 신화' 깬다

    민초들과 궁궐여인의 삶 그린 사극 '대장금', '왕의 여자' 연출





    한 연출가의 3연타석 흥행 홈런은 불가능한 것인가? 세 작품을 연속해서 히트할수 없다는 방송가의 속설 앞에 스타 PD들이 속절없이 무릎을 꿇고 있다. '가을동화' '겨울 연가'로 성공를 거뒀던 윤석호PD는 '여름향기'에서 운명적 사랑에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한데다 이전 작품의 자기 복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시청자에게 제대로 향기를 전달하지 못한 채 쓸쓸한 퇴장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한국의 대표 연출자로 우뚝 선 스타 PD 김종학도 '백야 3.98'의 실패로 3연속 홈런 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다.

    '국희' '황금시대'의 이승렬 PD역시 '스크린'으로 속설 깨기에 나섰으나 시청률에서나 완성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채 지난달 연출자로서 최대의 치욕인 조기 종영의 쓴맛을 봐야 했다. 스타PD들의 부진과 더불어 '다모'의 이재규, '위풍당당 그녀'의 김재만, '앞집여자'의 권석장 등 신세대 연출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스타 PD들의 세대교체론까지 거세게 일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명의 노장 연출가가 3연타석 홈런의 야망을 갖고 새 작품에 도전한다. 사극 연출자로서 거장이라고 불리는 이병훈PD와 김재형PD다. 두 PD는 방송 초창기부터 제작난, 예산난, 고증난이라는 3난(難)으로 대변되는 사극 제작의 어려움 속에서도 30여년 넘게 사극을 해온 사극사의 산 증인들이다.

    이들은 오랜 사극연출 경력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외모에서부터 연출 스타일, 작품의 지향점 등이 사뭇 다르다.


    섬세하고 열정적인 스타일



    지금도 나이 든 사람들에게 기억이 생생한 '암행어사'와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사극으로서는 최고의 시청률인 62%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허준 신드롬을 일으켰던 '허준', 작품성과 완성도면에서 전문가나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상도'등을 연출한 이병훈PD.

    이 PD는 왕 중심의 궁중사극이나 여성들의 암투나 사랑을 그린 치마사극에서 벗어나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민초 사극을 지향하고 있다. 그의 외모만큼이나 연출에 있어서도 매우 섬세하고 연기자들에게 부드러운 연기 지시를 한다.

    반면 1962년 한국 방송사에 최초의 사극으로 기록되는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사극 연출자로 출발한 김재형PD는 '임금님의 첫사랑' '별당아씨'등 수많은 히트 사극을 만들어왔으며 '용의 눈물' '여인천하'로 지칠 줄 모르는 사극 정열을 과시하고 있다. 93kg의 거구에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현장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연출을 하는 김PD는 주로 왕과 신하, 궁중의 여인네를 다루는 궁중 사극을 지향해왔다.

    먼저 도전에 나선 사람은 이병훈 PD다. 그는 MBC에서 9월15일 '다모' 후속으로 첫 방송될 '대장금'으로 '허준' '상도'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허준'에서 모습을 보인 의녀가 주인공이 돼 전면에 나선다.

    오랜 침묵을 깨고 2년만에 연기를 하는 이영애가 주인공을 맡아 일단 시선 끌기에 성공한 '대장금'은 역사 속에 엄존했지만 사람들에게는 낯선 인물인 장금의 성공과 사랑을 브라운관에서 부활시키는 드라마다. 조선조 중종 때의 인물로 철저한 계급사회와 남존여비의 봉건제 하에서 천민, 그것도 여성이었던 장금이 천민에서 궁중 요리사로, 그리고 의녀로 종국에는 임금 주치의까지 오르는 입지전적 과정에서의 좌절과 성공이 '대장금'을 수놓을 내용이다.

    " '허준'을 할때 의녀에 대한 논문을 접하고 꼭 드라마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의녀'에 대한 자료가 논문 6편에 불과 하는 등 자료가 빈곤해 고민하던 중 '이조실록' '승정원 일기'등 사료에서 장금이라는 인물을 접하게 됐다. '이조실록'에서 장금에 대한 부분을 10여차례 발견하고 인간적으로 매료됐다. 조선시대에 의녀로 성공한 삶 자체가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한 뒤 "여성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드라마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인다.

    카리스마가 있는 장금역을 맡은 이는 이영애다. 그녀의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장금역과 간극이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이병훈PD는 "이영애는 똑똑하고 지적인 배우다. 대장금역을 자신의 스타일로 표출할 것이다"고 말한다. '대장금'은 이영애 외에 홍리나, 지진희 등 젊은 연기자들과 임현식 조경환 견미리 양미경 이희도 등 중견 연기자들이 호흡을 맞춘다.


    같은 시간대 방송, 대결 불가피



    그러나 '대장금'에 대한 우려도 있다. '허준'과 '상도'에서 구현한 인간주의 얼굴을 한 성공 이데올로기를 기저에 깔고 좌절과 극복이라는 구도가 드라마의 이끄는 주요한 힘이라는 점이다.

    물론 트렌디 드라마나 현대극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신데렐라식의 허황된 성공은 아니지만 시청자는 반복되는 소재와 구도에 냉정한 반응을 보여준다.

    윤석호PD의 '여름향기'가 호평을 받지 못하고 대중의 외면을 받은것은 분명 '가을동화'등 전작과 흡사한 주제와 전개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병훈PD가 이부분을 어떻게 이전 작품(허준과 상도)과 차별화 해 드라마를 만드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극하면 떠올릴 만큼 사극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재형PD는 '용의 눈물' '여인천하'처럼 선이 굵은 궁중사극이나 궁중 여인들의 암투를 그린 치마사극을 주로 해 왔다. 김PD는 요즘 용인 민속촌등에서 한창 촬영이 진행중인 대하사극 SBS '왕의 여자'의 총연출을 맡았다. '왕의 여자'는 10월 6일 첫 선을 보이는데 이병훈PD의 '대장금'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기 때문에 두 거장PD의 대결의 결과도 관심거리다.

    '왕의 여자'는 정난정(강수연), 문정왕후(전인화), 경빈 박씨(도지원) 세 명의 여성이 극을 이끌어간 '여인천하'처럼 선조와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두 임금에 사랑을 받는 요부 개똥이(박선영), 개혁적 성향의 여걸 동정월(김혜리), 광해군의 부인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유씨 부인(사강)을 중심으로 이들의 삶과 사랑을 그려나간다.

    월탄 박종화의 '자고 가는 저 구름아'를 원작으로 한 이 '왕의 여자'에는 지성과 이훈, 김유석 등 젊은 연기자들이 대거 전면에 나선다. 당초 김재형PD는 개똥이 역에 심은하를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불발로 그쳐 연기력을 갖춘 박선영을 낙점 했다.

    '여인천하'가 50%대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사극에서의 여인상을 질투와 시기, 암투의 화신으로 그려내는 전형적인 치마 사극을 심화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김재형PD는 '왕의 여자'에서도 극성을 최대한 자극할 여성 캐릭터를 활용해 시청자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제된 역사의 볼거리가 아니라 역사와 인물을 통해 오늘의 우리에게 살아있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사극관을 갖고 있는 이병훈PD는 사극을 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적 흥미추구에서 오는 상위성, 졸속제작에서 오는 표현부족, 그리고 매너리즘과 평안함을 추구하는 육체적 욕구와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다.

    "사극은 허구이지만 역사의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만들고 극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는 김재형PD는 "사극하라는 팔자인 모양이야. 사극할때는 마음도 몸도 편하거든"이라며 촬열장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극의 재미와 성공에 관심



    3연타석 흥행 필패의 불명예스러운 신화 깨기에 나선 두 노장 연출자 모두 도전이 성공하기 바란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실패할 수 있고 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들이 연출하는 드라마에서 흘리는 땀의 양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두 고령의 연출가가 3연타석 흥행 홈런을 치기를 바란다. 그것은 사극을 하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한국 방송 환경에서 이 만큼이라도 사극 토양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사랑 받는 장르로 자리잡게 한 데는 두 사람의 노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은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두 연출가의 작업이 평가를 받는 길이기도 하고, 동시에 재미와 가벼움으로만 치닫는 드라마 풍토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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