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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1:02:42 | 수정시간 : 2003.10.02 11:02:42
  • 삼성·노무현 코드 맞추기 동행
    이건희 회장 대통령 수행 첫 방미
    노정권 출범이후 발빠른 대응, 밀월관계 가속화






    삼성이 노무현 정부에 ‘코드’를 맞췄다.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 15년만의 미국 방문길에서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 회장이 1988년 회장 취임 이후 대통령을 수행해 다른 그룹 총수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재계에서 조차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고사하는 등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그간의 제스처와는 달리 이러한 이 회장의 행보는 노무현 정부와 동일 코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강력한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노무현 띄우기에 앞장





    삼성전자는 먼저 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텍사스 주에 있는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 설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노무현 띄우기’에 선봉장 역할을 담당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등 주요 일간지에는 노 대통령의 정면 인물 사진과 손을 흔드는 사진 아래에 한글로 ‘우정’이라고 씌어진 전면 광고가 게재되면서 그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이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크레이크 배럴 인텔 회장을 만나 인텔의 한국투자를 적극 당부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보따리를 두둑하게 챙기는 데 일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5월12일 시티은행과 함께 마련한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행사에 호스트로 참석, 한국 경제의 실상을 미국 각계에 알리는 주도적 역할을 하며 한국과 삼성의 이미지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연사로 직접 참석했다. 또 그 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과 칼리피오리나 휴렛패커드(HP)회장 등 미국 주요 경영자가 초청돼, 정보통신 및 첨단 기술분야의 연구개발 협력 방안을 협의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계산된 ‘러브 콜’ 해석





    이 같은 이 회장의 적극적인 노 대통령과의 ‘동행’ 모습을 바라보는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우선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한ㆍ미간의 우호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 나선다는 점은 기업경영 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는 권력과 재벌의 첨예한 이해관계의 틀에서 사전포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팽배하다.



    최근 삼성생명의 거래소 상장계획 추진설과 맞물려 후계구도를 원만하게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이번 정권 5년 내에 넘어야 할 장애물을 미리 계산해 두고, 노 정권에 대해 강하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삼성의 주5일 근무제 도입 역시 정부의 입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나온 것으로, 노 정권에 대한 삼성의 일련의 ‘코드 맞추기’로 풀이된다. 이번 방미기간 이 회장을 수행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산상고 선후배 관계로 삼성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코드’를 맞추는 고리역할로 이미 지난 대선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선거직후 정치적으로 삼성이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과거야 어찌 되었던 간에 삼성의 태도는 180도 급속도로 빠르게 바뀌었다.



    올초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정과제와 국가 운영에 관한 아젠다’를 작성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연구원 70명 거의 전부가 투입돼 한 달 반 가량 작업한 끝에 대통령인수위원회가 ‘12대 국정과제’를 확정 지을 때쯤인 2월 중순, 4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노 대통령 당선자 측에 전달하는 등 발 빠른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보고서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부터 먼저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었지만 이 같은 요청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전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 새 정권에 대한 삼성의 기민한 대응전략이 마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재벌ㆍ권력 상생의 포석





    노무현 정부에 대한 삼성의 아낌없는 인적지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노무현 내각에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을 지낸 ‘디지털 맨’ 진대제 정보통신 장관이 진출한 데 이어 대통령 직속 3대 국정과제 추진위원회 민간위원에 대기업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출신 두 사람이 포함된 것도 삼성과 노무현 정부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강화로 풀이되고 있다.



    동북아 경제 중심추진위원회의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과 국가 균형발전 추진위원회의 손 욱 삼성종합 기술원 원장이 각각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같은 삼성과 노 정부와의 밀월 관계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노대통령과 이 회장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주선으로 청와대에서 독대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인 이 회장은 다른 고문단과 함께 노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은 미국 솔트레이크 겨울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이 회장 자신이 IOC위원이라는 점 때문에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의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치 활동에 적극적인 이 회장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방미에 이 회장이 동행한 것을 놓고 과거 권력과 재벌간의 유착을 위한 밀월관계로 보는 것은 과도한 추론”이라며 “재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한미관계의 균열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서로가 상생하기 위해 실용적인 측면에서 ‘코드’가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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