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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1:46:30 | 수정시간 : 2003.10.02 11:46:30
  • [주말이 즐겁다] 문경새재
    옛길의 정취가 물씬한 영남대로의 관문





    길을 걷다가 문득 길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이 길은 언제 생긴 것일까, 누가 다녔을까, 이 길을 따라 가면 어디에 닿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찔끔 흘리는 눈물만큼의 물줄기가 세상을 휘휘 돌아 바다로 갈 때쯤이면 배를 타지 않고는 함부로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할 거대한 흐름으로 바뀌듯이 무심코 걷는 이 길 또한 숱한 역사의 때가 묻은 길인지도 모를 일이다.



    경상북도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문경새재는 아스팔트를 포장해 뻔질나게 차들이 오가는 그런 부류의 고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맨발로 걸어도 좋을 흙길이며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유적들이 즐비하고, 한 굽이 돌 때마다 애틋한 전설 한 자락이 튀어나온다.



    ‘구비야 구비가 눈물이 난다’는 아리랑 한 소절 토하며 옛사람들의 정취에 흠뻑 취해 걷는 맛이 있다.




    영남대로의 첫 고개





    문경새재는 영남과 한양을 잇는 중요한 길목으로 영남대로(嶺南大路)가 시작되는 첫 고개다. 육로보다



    수로가 교통의 중심을 이루었던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이나 장사치들은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새재를 넘어 남한강에서 배를 타고 한양으로 갔다. 자연히 고개 하나만 땀 흘려 넘으면 한양까지 뱃길로 편하게 갈 수 있으니 그 만큼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던 것이다.



    새도 넘기 어려운 높은 고개라 하여 조령(鳥嶺)이라 하기도 하고, 새로 생긴 길이라 하여 새재라 불린 이 고개는 통칭 문경새재라 불린다. 이 길을 따라 영남의 무수한 선비들이 과거급제를 꿈꾸며 서울로 갔고, 영남으로 발령 받은 관리들이 넘어 왔다.



    문경(聞慶)이란 지명도 ‘경사(과거에 급제했다는)를 제일 먼저 듣는 곳’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따라서 문경은 영남의 첫 관문으로, 관리들이 처음 밟게 되는 경상도 땅이 되는 것이다.



    새재로 가는 길을 막아선 제 1관문인 주흘관(主屹關)은 세 개의 관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풍채를 자랑한다. 성곽의 윤곽도 분명할 뿐더러 덩치도 가장 크다. 좌우로 조령산과 주흘산을 거느리고, 거친 세월을 이겨낸 채 위풍도 당당하다.







    1관문을 지나야 비로소 흙길이 시작된다. 1관문을 지나면 ‘태조 왕건’의 촬영 세트가 계곡 건너에 자리한다. 그곳을 지나면 나라의 관리들이 묵어가던 원터의 돌담이 있다. 눈치가 빠른 이라면 주흘관을 지날 때부터 알아챘겠지만 길은 고개로 올라간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원터를 지나면 왼켠으로 소담한 주막이 반긴다. 초가로 이엉을 얹고 흙을 이겨 발라 벽을 만들고 기름을 먹여 반질반질한 나무마루가 더없이 포근하다. 어디선가 왁자지껄하게 동이술을 비운 장돌뱅이가 ‘형씨는 어디서 왔수’하며 등을 툭 칠 것 같기도 하고, 김이 설설 나는 국밥사발을 들고 주모가 부엌에서 새살거리며 튀어나올 것만 같다. 주막 한켠으로 그 먼먼 옛날부터 무시로 흘렀을 참 맑은 계곡물이 돌돌 흘러가며 흥얼거리고 있으니 분위기는 한층 더 젖어들기 마련이다.



    주막을 지나면 정조 때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산불됴심비’가 반긴다. 길은 점점 숲 그늘로 묻힌다. 어디선가 산비둘기 구구 울며 날고 간간이 계곡물 뒤집는 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온다.



    그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걷다보면 2관문인 조곡관(鳥谷關)이 성큼 나선다. 앞으로는 계곡물이 쏜살같이 흐르고 뒤로는 울창한 솔숲이다. 그런가하면 왼편으로 깎아지른 바위가 솟았으니 성터가 아니라면 이쁜 정자가 놓인 산수화쯤으로 여겨도 무방하겠다.



    2관문을 지나면 길은 오르막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약간 가팔라진다. 그렇다고 숨소리까지 거칠어질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발에 와 닿는 흙길의 감촉은 포근하고, 산그늘은 더욱 짙다. 계곡물도 이제는 양옆으로 쏜살같이 흘러가게 만들어 놓았으니 쉴 틈이 없다. 그렇게 2관문에서 30분쯤 다리품을 팔면 숲을 헤치고 하늘이 점점 넓어진다.



    그러다 한 순간 하늘이 활짝 열린다. 소슬한 기운이 완연한 널따란 잔디밭 뒤로 제 3관문인 조령관(鳥嶺關)이 버티고 서 있다. 왼켠 산신각 아래에서 시원한 약수가 샘솟는다. 성곽에 올라서면 충주로 가는 길은 숲에 묻혀 지워지고, 남쪽으로는 문경의 진산인 澧猿遠?빼어나고도 험준한 산봉우리가 하늘장막을 치고 있다.




    ▲ 길라잡이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음성IC로 나온다. 이곳에서 583번 지방도를 이용해 금왕까지 간 후 3번 국도를 따라 충주 - 수안보 - 이화령으로 간다. 이화령 터널을 빠져 나와 2km쯤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좌회전하면 문경새재 입구다.




    ▲ 먹을거리와 숙박





    문경새재 입구에 있는 소문난식당(054-572-2255)은 묵조밥 잘 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묵조밥은 엣날 문경의 시골에서 흔히 먹던 음식이었다. 이 집의 묵조밥은 산채 대부분을 발효된 것만 쓴다. 미나리, 신김치, 무절임, 오이절임, 당근절임 등 아홉 가지 산채에 발효시킨 고추장을 넣어서 비빈다. 묵조밥은 5,000원 하는데, 창포조밥(8,000원)도 먹을 만하다.



    문경새재 입구에는 민박을 치는 집들이 많다. 문경읍에 있는 문경온천 주변에도 시설이 좋은 여관이 몇 곳 있다. 중앙장(054-571-0502), 약수장(054-572-0555), 동화장(054-571-1654)



    김무진 여행칼럼니스트 badagun@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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