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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1:53:07 | 수정시간 : 2003.10.02 11:53:07
  • [스타탐구] 양동근

    정형화된 캐릭터를 거부하는 연예계의 폭탄








    영화 <와일드 카드>서 깊이있는 형사연기





    그는 참 무뚝뚝한 남자다. 무엇을 물어도 늘 뚱한 대답과 의미 없는 미소만 지을 뿐 그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제 겨우 스물 다섯의 팔팔한 청춘이건만 그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세상을 다 산 듯한 늙은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말이 없는 만큼 그 속에 품고 있을 커다란 우주가 궁금해진다.



    배우 양동근. 오직 보여 지는 모습들로만 평가받길 바라는 그가 영화 ‘와일드 카드’의 신참형사 방제수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와일드 카드’는 퍽치기 일당을 쫓는 형사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려낸 영화.



    형사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과 많은 부분이 비교된다.



    ‘살인의 추억’은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속칭 대박 영화인데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그런 비교가 부담스럽진 않은지 물어보았다. “저도 그 영화 봤어요. 재밌던데요.” 그걸로 끝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양동근 식’ 짧은 단답형 대답만으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대신한 그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읽는 순간 확!! 들어와서’ 영화에 임했다고 했다.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라곤 “추운 걸 싫어하는 데 겨울 내내 촬영해서 너무 추웠던 일”밖에 없다는 그는 영화 홍보를 해 달라는 말에도 “보세요. 재미있어요.”라며 그 짧은 대답을 건네 왔다.






    쫓기던 자에서 쫓는 자로





    이렇듯 말수 없는 그와 함께 형사 역을 맡은 배우 정진영은 그 못지않은 과묵형 인물로 영화계에 소문난 인물인데, 정진영과는 죽이 잘 맞았다고 했다.



    영화 ‘와일드 카드’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바로 정진영과의 만남이라고 하는데 그의 어떤 점이 양동근을 매료시킨 것일까? “딱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어요.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한 마디 두 마디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더 많이 얘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친해진 거죠. 굳이 말하자면 나이차가 별로 느껴지지 않다는 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면이 많았죠.” 그렇다면 ‘형사’역을 맡게 된 소감은 어떨까? 그는 직전의 작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소매치기 ‘고복수’ 역을 맡아 늘 형사에게 쫓겨 다니다 이젠 ‘쫓는 자’가 되었는데.



    “종이 한 장 차이죠. 틀린 것 같지만 다 같아요. 앞서거니 뒤서거니의 차이일 뿐이죠.” 많은 이들은 2002년을 월드컵의 해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겐 2002년은 ‘네 멋대로 해라’의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한참의 시간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와 주인공이었던 소매치기 ‘고복수’는 아직도 진한 여운을 남기며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는 물론 연기를 하는 이들에게서조차 ‘소름 끼친다’는 평을 받을 만큼 신들린 연기를 했던 양동근.







    하지만 본인은 정작 ‘고복수’에 대해 너무도 무심했다.“그를 기억하냐고요? 아뇨. 이미 지나간 것들은 잘 생각나지 않아요. 생각해야 하나요? 전 원래 지나가면 잊어버려요.” 그는 늘 이런 식이다.



    한 달 전 쯤 각종 스포츠 신문들을 장식했던 미녀 스타와의 열애설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물어봐도 “신경 안 써요.”라고 답할 뿐 가타부타 덧붙이는 말이 없다. 왜 그리 말 수가 없냐고 물었더니 원래 성격적으로 인터뷰가 편하지 않다고 한다.



    “누구나 낯선 사람 앞에서는 말하기 힘든 거 아닌가요? 인터뷰란 것도 처음 보는 사람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 하는 건데 그렇게 편할 수는 없잖아요. 저도 편하고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할 때도 있죠.” 자신을 칭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익숙해지질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숫기 없는 남자가 연기만 하면 180도 달라지는 걸 보면 천상 연기자는 연기자인 모양이다. 그가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87년 KBS 송년특집극 ‘탑리’였다.



    그 이후 어느덧 연기 인생 17년째. 아역 탤런트 시절 ‘형’, ‘서울 뚝배기’ ‘관촌수필’ 등의 드라마에서 아역답지 않은 연기력을 뽐내 ‘연기 신동’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자라서는 시트콤,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 하며 여전히 시들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목표는 거추장스러운 족쇄”





    그 동안 맡았던 인물들 중에서 인간 양동근과 가장 닮았던 캐릭터는 누구일까? “없어요. 다 틀려요, 전부 다.”그에겐 연기는 그저 연기일 뿐이라고 했다.



    어느 캐릭터와도 닮지 않았고, 또 닮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물론 연기를 하다보면 자신과 닮은 면들이 조금씩 묻어나오긴 하지만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며 무심한 듯 털어놓는다. 계속되는 선문답 같은 대답들에 혹시 딴 생각을 하고 있진 않는지, 지금 이 순간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질문을 열심히 생각하는 중”이라는 양동근.



    이렇듯 말수 없고, 때론 답답하기 까지 한 그가 후련해 질 때가 있다. 바로 배우 양동근이 아닌 힙합가수 양동근으로 변신하는 순간.



    그는 2001년 앨범 ‘Yangdonggeun A.K.A Madman'으로 데뷔해 2002년 ‘양동근과 1위후보’ 라는 앨범까지 두 장의 앨범을 낸 어엿한 가수이다. 직설적인 화법과 대담한 무대매너로 연기 못지않은 인기를 모으며 두각을 드러냈었다. 그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많은데 아직까진 계획이 없단다.



    “좀 쉬려고요.” 시트콤 ‘뉴 논스톱’에서 ‘구리구리 양동근’으로 본격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해 지금까지 어언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쉬면서 술도 마시고 친구도 만나고, 가장 양동근 스러운 일상을 마음껏 즐길 계획만 있다고 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묻는 질문에 “아 어렵다….”며 한참을 뜸 들이는 그에게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이 진중한 남자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며. 하지만 끝까지 그는 너무도 ‘그’ 다운 모습을 보일 뿐이다.



    “목표 세우고, 어쩌구하면서 살지 않아요. 지금은 ‘와일드 카드’ 잘 개봉하는 게 목표죠.” 아무래도 역시 그의 와일드 카드 (wild card: 만능패. 절체절명의 위급 상황을 위한 비장의 무기)는 역시 ‘연기’ 뿐인가 보다.



    김성주 연예라이터 heliet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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