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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1:56:21 | 수정시간 : 2003.10.02 11:56:21
  • [시네마 타운] '아리랑'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 70년만에 리메이크
    2003 아리랑 고개엔 '한국인의 혼'이 있다






    5월 23일 우리 극장가에는 영화 <메트릭스2>와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베터 덴 섹스> 등 많은 외화가 개봉된다. <메트릭스2 리로디드>는 개봉과 동시에 극장가의 흥행 단독 질주를 100% 확신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전편의 인기가 워낙 막강했던 만큼 속편에 대한 영화 팬들의 기대도 상당히 크다. 그래서 충무로에서는 <메트릭스2>와 함께 영화를 개봉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만큼이나 무모한 자살행위로 여기고 있다.



    이런 악조건 하에서도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진 국산영화가 두 편이 있다. 채정안 주연의 <런 투유>와 이번에 소개할 영화 <아리랑>이다. 안타깝게도 <런 투유>는 흥행을 확신할 수 없는 영화로 보인다.






    ■ 감독 : 이두용
    ■ 주연 : 노익현, 황신정, 최대원, 최승범, 이용석 
    ■ 장르 : 드라마 
    ■ 등급 : 전체관람가
    ■ 상영시간 : 83분 
    ■ 제작년도 : 2002
    ■ 개봉일 : 2003년 05월 23일
    ■ 국가 : 한국
    ■ 공식홈페이지 : www.g-arirang.com
    



    외화 <메트릭스>와 정면대결





    2003 리메이크판 <아리랑>은 1926년 춘사 나운규의 <아리랑>을 70여 년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26년 상영 당시 극장 안을 눈물바다로 만들다가 영화가 끝나기 직전에는 모든 관객이 일어나 아리랑을 합창하게 만들었던 전설적인 영화다.



    그만큼 영화 <아리랑>은 “한국인의 혼” 그 자체라 할만 하다. 상업주의 영화가 판치는 이때 ‘한국인의 혼’을 되살리고 한국 영화의 상업주의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대작 <아리랑>을 리메이크해 내놓으려는데, 하필이면 동시에 개봉되는 영화가 <메트릭스2>라는 맘모스급 상업 영화라니…. 이렇게 되면 아찔한 정면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왠지 불길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영화 <반지의 제왕>, <헤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이 관객 500만을 돌파하는 이 시점에 한국의 혼이 실린 영화 <아리랑>의 리메이크판을 ‘한국인의 혼’이라고 아무리 강조하고 또 홍보해도 <메트릭스2>앞에서 작아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영화판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아리랑>을 소개하는데 영화 내용을 알리고 평가하는 것 보다는 영화 <아리랑>의 원작과 원작자 나운규에 대해 짚어본 뒤 리메이크작이 갖는 의미를 헤아려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찰리 채플린의 <독재자>같은 외국 명화는 디지털로 복원돼 국내 영화 팬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아리랑>에 대해서도 그만한 반응이 없다면 우리 스스로 ‘혼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점검해 봐야 할지 모른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저항한 애국지사는 참으로 많다. 저항 방법도 시와 소설 등 문학으로 저항한 문학파와 각종 테러, 게릴라 전투 등으로 저항한 무력파, 주먹으로 저항한 조폭파 등으로 다양하다. 춘사 나운규는 바로 그 시절 영화로 일제에 저항했다고 할 수 있다.




    한민족 고유의 예술적 감성





    나운규가 활동하던 시절 우리 영화계는 자본과 시설, 장비 어느 것 하나 변변하지 못했던 한국 영화 초창기에 해당한다.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그는 한국영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1902년 10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출생한 나운규는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이자 배우겸 감독이었다.



    영화 <아리랑>으로 일제 암흑기에 나라를 빼앗긴 민중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일깨워준 것은 물론, 한민족 고유의 예술적 감성을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는데 일조했다.



    1919년 3ㆍ1 운동 당시 회령 만세사건을 주동하다 일본 경찰의 수배를 받아 만주를 거쳐 러시아로 피신했다. 1년 후 간도로 돌아와 독립군 비밀조직 도판부에 가입하고 중동학교에 입학하였는데 중동학교 재학 중 도판부 사건 혐의자로 체포되어 청진 형무소에 수감된다. 춘사란 호는 바로 이때 독립투사 이춘식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영화와의 인연은 1925년 조선키네마주식회사 <운영전>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부터. 이 영화로 데뷔를 하고 <농중조>, <심청전>, <개척자>, <장한몽> 등에서 주연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이듬해 나운규는 자신의 원작인 <아리랑>을 감독겸 주연을 맡아 흥행에 돌풍을 일으켰고, 그 후 ‘나운규 프로덕션’을 설립해 <잘 있거라>, <옥녀>, <사나이>, <벙어리 삼룡> 등을 제작했다. 또 <아리랑 제3편>을 제작하면서 녹음 장치를 다는데 성공해 우리나라 영화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길을 텄다.



    그러나 가인박명이라고 했던가? 1937년 그는 36살의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그때까지 그가 참여한 영화만도 모두 27편에 이르는데, 대부분 주연겸 감독, 각색을 맡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리랑>, <금붕어>, <들쥐>, <잘 있거라>, <벙어리 삼룡>, <금강한>, <암굴왕>, <강 건너 마을>, <칠번통소사건>, <아리랑 제 3편> 등이 있다.



    우리나라 영화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00년대 초 영화들은 안타깝게도 현재 문헌 기록에서만 찾아 볼 수 있다. 나운규의 <아리랑>도 바로 이 시점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한국대표 이두용 감독





    나운규의 <아리랑>을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은 저 유명한 영화 <뽕>을 비롯, 총 6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하며 70~80년대를 풍미한 한국의 대표 감독이다. <피막>으로 베니스 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하고, <물레야 물레야>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과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베니스 영화제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그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그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빠른 동작의 18프레임 기법과 배우들의 오버 연기, “영사기 돌려요~”라는 구수한 시작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가는 변사 최주봉의 나레이터, 그리고 흑백 화면 등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래도 그는 말끔하게 해냈다.



    <태권V>의 작곡가로 더 유명한 최창권 음악감독은 아리랑을 새롭게 변주한 메인 테마부터 각 인물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읽을 수 있게 작곡된 배우들의 테마 등 4편의 주제곡 모두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의 취향에 맞게 현대적 코믹 요소도 영화 전반에 장식되어 있어 고루하거나 지루한 느낌도 없다. 영화 <2003 아리랑>은 이두용 감독의 역량이 녹아 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형태의 영화라 말하고 싶다.



    윤지환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0-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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