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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3:41:10 | 수정시간 : 2003.10.02 13:41:10
  • 노무현 청해대 구상, 정면돌파냐? 달래기나?
    불안한 시각 해소에 주력. 우보형태 띨 듯





    노무현 대통령이 5월23일부터 2박3일간 청해대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대통령이 하계 휴가(통상 7월 말이나 8월 초)나 설을 전후해 휴가를 다녀오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지만, 5월 중에 그것도 한총련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방미외교의 논란에 이어 친형에 대한 부동산 관련 의혹과 측근 안희정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정국 위기상황에서 한가롭게 휴가 일정을 잡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이런 복잡한 시점에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왔을까. 그 이유는 취임 3개월을 맞는 노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상황논리에 따른 말바꾸기의 연속과 정부정책의 비일관성에 따른 불안요소 가중 등이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는 현상으로 이어지자 ‘숨을 한번 고르자’는 식의 선 긋기를 위한 청해대 ‘구상 휴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온 노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취임 100일을 맞는 6월4일 대 국민 담화 형식을 통해 어떤 식이든 입장 표명이나 상황 설명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6월초 방일 이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의견 조율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지는 시점에 특유의 설득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 기존 지지세력인 진보계층 달래기로 회귀하느냐, 비판에서 긍정 지지로 돌아선 보수세력에 무게 중심을 둔 기조를 유지하느냐가 관심사이다.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S자 형 제스처로는 더 이상 양측 모두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못해먹겠다” “왜 날 못 믿냐” “배신…”





    노 정권의 위기는 정제되지 않는 직설적인 어법과 사회적 현안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 부처와 배치된 발언을 하고 일관성이 결여된 상황논리식 임기응변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과의 자주외교 평등적 위치를 주장하다 정작 방미기간 중에는 친미를 넘어선 ‘과공(過恭)의 공미(恭美) 외교’를 펼쳤다.



    여기서 북한에 대한 접근법도 민족 우선에서 동맹 우위로 방향이 틀어졌다. 특검제를 수용하며 야당과의 상생정치 우선을 강조하다가 국정원장 인사강행으로 야당에게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재벌개혁도 주창했다가 SK사태이후는 아무런 진행상황이 없다.



    또 “이라크전 파병 결정에 따라달라”고 했다가도 다른 쪽에서는 “파병반대 주장도 이해한다”고 했다. “한총련을 언제까지 이적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가 5ㆍ18 기념식장 시위를 보고는 “자기 주장과 다르다고 타도대상으로 삼고 난동을 부리면 법대로 엄중 처벌”이라고까지 언급했다. “노조를 최대 지원그룹으로 생각했다”고 말하다 “전부 힘으로만 하려고 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대통령의 이전과는 다른 행보에 당연히 장관들도 갈 지(之)자 걸음을 보인 것은 마찬가지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을 둘러싸고 윤덕홍 교육부장관은 강행방침에서 인권위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다가 다시 한달 후 NEIS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한총련 수배해제와 합법화를 내부적으로 추진하다 5ㆍ18 시위사건이후 수배해제를 거론하기 어렵다고 돌변했다.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도 한명숙 환경부장관은 신 구상기획단 구성을 운운하며 사업 재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김영진 농림부장관은 예정대로 강행 의사를 표명했다.



    이밖에 경제정책에서도 조흥은행 매각은 ‘이른 시일내 마무리’에서 ‘가격 안 맞으면 1년 이상 걸릴 수도…’로, ‘룸살롱과 골프장 접대비 인정 폐지’는 ‘추진 않겠다’와 ‘아직 결론 안났다’고 양갈래로 나뉘어졌다. 얼마 전 타결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후퇴협상에 따라 드러나지 않는 다수의 손실을 강요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정치는 대의에 대한 동의를 구해 가는 과정인데 노 대통령은 (본인의 행태에 대해) 국민 탓으로만 돌리려고 한다”며 “목표를 위한 전술적 유연성은 필요하고 인정할 수 있지만 입장을 바꾸면서까지 얻어낸 것이 무엇이냐”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도 “국민을 원망하기 시작할 때 정권이 위험해진다.



    DJ 정권도 옷로비 사건이 터지자 ‘국민이 여론에 놀아 나고 있다’고 화살을 국민에게 돌리다 외면받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 대통령은 “왜 날 못 믿느냐”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하고 지지계층의 비판에 대해서는 ‘배신’이란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를 스스로 저버리는 듯한 대목이며 징후 수준의 위기감을 앞장서 실제화하는 셈이다. 정치인의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되면 가장 큰 비난에 직면한다. 공인 신분의 대통령의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돼가는 느낌이다.




    예측 가능한 대통령의 정책 일관성 유지되야





    문제는 앞으로가 더욱 심각하다는 데 있다. 쟁의 투표이후에도 매듭지어지지 않는 공무원 노조문제와 5월28일부터 연가 투쟁을 공언한 전교조,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 위기, 시한부 파업을 예고한 조흥은행 노조 및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단위사업장의 임단협이 6월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다 나라종금과 관련한 안희정씨 문제와 형 건평씨 재산문제, 지지층의 비판과 각종 이익집단의 공권력 무력화 행위, 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내 신ㆍ구 주류 갈등과 그에 따른 국정 혼란 가중, 대북송금 특검제 등 난마처럼 얽힌 국정 현안들이 밀린 숙제로 남아 있다.



    이를 일거에 정리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도 자신의 주변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청시 서울대 교수는 “활로는 정부 체제를 쇄신하는 데서 찾아야 하며 지금처럼 코드만 강조하는 것에서 탈피해 대통령 약속대로 내각에 책임을 위임하는 책임총리제 시행에 해법이 있다”며 “정부의 정책이나 대통령의 언행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해야 진보쪽에서도 ‘조금 변하긴 했지만 우리편이다’ 보수 쪽에도 ‘변화에 유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건 총리도 “각 분야별로 사태 발생에서 해결 때까지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나섰고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와 경제부총리가 국정을 각자의 책임하에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사실상 실종된 책임총리제의 완전 구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최대 고민은 시스템적인 제도 도입에 앞서 어떻게 국민을 이해 납득시켜 통치력 누수를 막느냐다. 지지계층의 변심을 되돌리고 보수세력에게서 얻어가는 신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에 노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심경을 솔직히 밝히며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평소 직설화법과 정면돌파식 정국 타개에 능한 노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한 관측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여론에 대한 설득력이다.



    진보계층은 변화된 노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보수계층은 긍정적 지지로 선회는 했다 해도 여전히 불안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설익은 대응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외교적인 문제에는 현재의 보폭을 유지하되 내치(內治)에서는 강경일변도가 아니라 사회적 상황 및 여론추이에 따라 한발 한발 내딛는 저자세식 우보(牛步)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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