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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5:09:29 | 수정시간 : 2003.10.02 15:09:29
  • [시네마 타운] 이도공간
    장국영의 '마지막' 예언한 듯한 스토리, 현대인의 아픔과 정신적 황폐 그려





    현대인들은 어떤 상황, 혹은 어떤 대상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할까? 기괴한 외모의 괴물, 죽은 귀신들이 떼를 지어 다니며 살인을 하는 것, 소복과 긴 머리에 입가에 피를 흘리는 귀신,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아무도 모르게 나타나 칼로 난도질을 하는 살인자, 귀신이 텔레비전에서 튀어나오는 것, 어린 소녀 귀신이 시커먼 물 속에서 갑자기 위로 올라와 같은 또래의 아이를 그 물속으로 잡아당기는 것, 혹은 혼자 음산한 아파트에서 뭔가 음침한 소리를 듣고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보는 것?




    심약한 인간의 마음과 귀신





    ‘이도공간’은 죽은 사람들의 ‘혼령’을 보는 여주인공 얀(임가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녀는 귀신들을 피하기 위해 계속 이사를 다니지만 새로 이사 온 낡은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를 소개해준 관리인은 수다스럽지만 맘씨 좋은 아저씨처럼 보이다가도 뭔가 수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가 수 년 전 아내와 아들을 산사태 사고로 잃었다는 얘기를 별 감정의 동요 없이 얘기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바로 그 상처가 그를 좀 이상하게 만들었나 싶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아내와 아들이 돌아 올 거라며 현관에 슬리퍼를 나란히 놓고 아들의 장난감을 수북이 쌓아놓고 있다.



    얀이 렌트한 그 아파트가 과거 자신이 가족과 머물던 곳인데 자신이 다른 아파트로 옮긴 것 때문에 얀이 아내와 아들의 혼령을 보는 것이라며 부적을 붙이고 다닌다. 이미 귀신을 보는 것에 지쳐있던 얀은 흙탕물을 뚝뚝 흘리는 모자 귀신에 완전히 탈진하고 만다.



    사촌 형부에게서 치료를 받아오던 얀은 형부의 소개로 아주 실력 있다고 소문난 정신과 의사 짐(장국영)을 만난다. 그는 혼령은 존재하지 않고 허약해진 인간의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원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얀과 대화를 시작한다.



    짐은 얀의 부모가 그녀가 사춘기 때 이혼했으며,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해 이민을 떠나고 난 후 얀이 버림받은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그 상처는 얀이 다른 관계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남자친구에게 집착하고 그 지나친 집착 때문에 남자를 떠나가게 만들었다는 것도 파악한다. 짐은 아주 실질적인 방법으로 얀을 고통의 늪에서 구원해 준다.







    그러나 얀이 회복되고 서로가 연인으로 가까워질 때, 완벽하게 보였던 짐의 내면에 의사인 자신도 치료할 수 없는 상처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짐은 얀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면서 자신이 상처받은 기억도 조금씩 되살리고 있었던 것이다.



    20년 전 자신이 결별을 선언한 것 때문에 여자친구가 자살을 하게 됐고, 이를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 그리고 아직까지도 자신을 원수처럼 비난하는 그녀의 부모님들에게 시달리며 불면증, 몽유병, 극도의 신경쇠약으로 점점 현대의 벼랑(빌딩 옥상)으로 가까워진다.




    슬픈 기억의 상처 치유과정





    군데군데 섬뜩한 장면은 있지만 극도의 공포로 몰고 가기 보다는 원혼을 보게 되는 짐의 심리 상태를 따라 간다는 점이 ‘이도공간’이 공포보다 슬픈 기억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라는 심리극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지는 것도 최근의 호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새로운 공포의 시작, 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두려움보다는 허탈감이 지배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소외, 고립감, 외로움에 기반한 우울증이 대부분 이혼과 같은 가족 문제 혹은 사랑으로 인한 상처라는 점을 상기해볼 때 ‘이도공간’의 원혼은 과거 좀더 파장이 컸던 ‘원한’을 가진 귀신보다 좀더 현대적이고 현실적이다. 장국영의 자살을 떠올리면 예언적이기까지 하다.



    처음에는 의사와 환자라는 구도로 출발했던 짐과 얀은 짐이 얀을 회복시킬 때쯤 서로의 역할이 바뀐다. 어떻게 보면 ‘이도공간’에서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원혼의 한을 풀어줘서 저승으로 떠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 오래된 가슴 속의 응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외부와는 단절된 상태에서 혼자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있는 도시인들의 외로움과 정신적 나약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서로를 구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도공간’이 홍콩과 다른 지역에서 개봉된 것은 2002년이다. 촬영 때부터 장국영이 캐릭터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홍콩 미디어에서 떠돌기 시작했고, 홍콩, 일본, 대만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장국영은 갖가지 건강 상의 이유를 들어 대부분의 공식적인 자리를 피했다.



    더구나 그는 ‘패왕별희’의 제작자와 손을 잡고 ‘미려상해’라는 작품의 감독을 맡기로 한 것도 취소했고, ‘환상연대’라는 자신의 프로덕션에서 기획하고 있던 작품도 버려두고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장국영의 자살로 인해 그의 유작이 된 ‘이도공간’은 어떤 면에서 할리우드의 몇몇 정치 영화들이 다가올 미래를 예측했던 것처럼 한 배우의 마지막을 예언한 작품이 되어 버렸다. 영화 속 혼령처럼 그의 원혼도 지금 홍콩 어디를 배회하고 있지 않을까?








    ★ 시네마 단신






    국내 박스오피스- 매트릭스2 흥행행진 계속





    개봉 첫 주 전국 121만이라는 최고 기록을 수립한 ‘매트릭스 2 리로디드’ 의 흥행 행진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개봉 2주째인 지난 주말에도 서울에서만 20만명이 극장을 찾으며 서울 99만명, 전국 243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개봉 6주차를 맞이한 ‘살인의 추억’은 전국 500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이다. 전국누계로 430만을 넘어서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와일드카드’가 서울 30만을 달성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애니메이션 흥행 신기록





    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 합작의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는 개봉 첫주말 수입이 무려 7,020만 달러로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이는 2003년 개봉작 뿐 아니라, 현재까지 개봉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첫 주말 성적이다.



    이전에 기록을 갖고 있던 애니메이션은 지난 2001년 ‘몬스터 주식회사’의 6,200만 달러. ‘니모를 찾아서’는 ‘토이 스토리 Toy Story’ 1, 2편, ‘벅스 라이프 Bug’s Life’, ‘몬스터 주식회사 Monster Inc.’ 등 픽사와 디즈니의 통산 5번째 합작 애니메이션. 행방불명 된 아들 니모를 찾아 바다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 물고기 말린의 모험담이다.






    홍콩 단신- 스타의 거리 탄생





    홍콩을 대표하는 번화가인 침샤추이(尖沙咀)에 있는 워터프론트 프롬나드에 ‘스타의 거리’가 탄생한다. 440m의 길이에 100개가량의 기념 각판이 세워질 예정인데 2004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6월에 착공된다. 예산은 510만달러이며, 주요 투자자는 홍콩 뉴월드그룹이다.



    채윤정 영화평론가 blauthin@empal.com


    입력시간 : 2003-10-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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