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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5:16:01 | 수정시간 : 2003.10.02 15:16:01
  • 6·15입 남북 공동선언 3주년… 입 연 DJ
    대북송금 특검에 강한 불만, 민주 신당 추진·盧에도 우회적 비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청와대를 나와 동교동 사저로 돌아간 후 대북 문제를 포함해 정치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던 김 전대통령이 6ㆍ15 남북 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6월10일과 11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예방을 받은 것은 그 전초전이랄까?



    퇴임 이후 투석 치료를 받는 등 다소 수척해진 모습의 김 전 대통령은 6월12일 동교동 사저에서 녹화된 KBS 대담 프로그램(6월15일 방영)에서 “대북 송금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특검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자택을 방문한 정대철 박희태 여야 대표에게는 ‘민주당의 역사적 의미’와 ‘지역갈등 해소’ 등을 나누어 언급했다. 그간 정 대표의 예방요구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거절하고, 다른 정치인들의 환담 요구에도 손사래를 쳐 오던 이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특검의 막바지 수사가 최측근인 박지원 전 비서실장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6ㆍ15 선언 3주년을 맞아 조용히 움직인 ‘DJ의 의중’은 곧바로 정치적 이해관계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DJ가 말을 하건, 침묵하건 모두 정치적 해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며 “DJ는 지금 정치 10단에 걸맞은 고난도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DJ의 움직임에 가장 곤혹스런 쪽은 다름아닌 청와대. 물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추켜 세웠지만, 발언의 앞뒤 내용을 보면 노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특검수용한 盧에 우회적 불만 표시





    김 전 대통령은 특검과 관련해 두가지 부분을 문제삼았다. 대북송금을 사법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적절하며 부정비리가 없는 데도 국가와 경제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분명 특검 수사 자체에 대한 반대입장을 나타낸 것이고 여기에는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은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 후자는 특검이 자신의 측근을 잇따라 구속하고 소환조사 계획을 밝히는 것 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신에게까지 겨눠지는 수사의 칼날에 대한 정치적 방어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핵과 관련,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길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해 최근 긴장국면에 대한 북한 측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북 봉쇄 전략에 이르러서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역사적으로도 봉쇄정책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은 우리에게 불가결한 우방인 만큼 SOFA개정 등 정책적인 비판은 좋지만 미군 철수 등 반미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분명한 의사 표명에 청와대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문제제기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불법대출 등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으며 “정부가 4,000억 빌려 달라고 해 박살나고 있지 않느냐. 나 같으면 단돈 100원도 안 보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북 송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면서 불법대출 부분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이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사실상 노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검기간 연장 및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여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구 주류, ‘만면에 희색’





    김 전 대통령이 노 대통령의 특검수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바로 전날에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와의 회동에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언급하자 민주당 구 주류 측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색이다. 민주당 창업주이자 호남지역의 정신적 지주인 DJ가 신ㆍ구 주류의 노선대결에서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는 생각에서다.



    김 전 대통령은 6월11일 민주당 정 淪??예방을 받고 정 대표 선친인 고 정일형 의원을 떠올리며 민주당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민주당은 자유당 때부터 신익희 조병옥 장면 박순천 정일형 선생에 이어 여기까지 왔는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당 해체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당 사수를 외쳐온 구 주류 측은 즉각 DJ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김경천 의원은 “민주당 정통성을 지켜야 하고 신당을 반대한다는 것으로 들리더라”고 해석했고 김옥두 의원도 “역사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남북화해 협력에 기여한 정당인 만큼 당의 해체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신 주류 측은 구 주류 주장을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어딘가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신기남 의원은 “김 전 대통령도 당을 여러 번 만들고 바꿨지만 새로 만든다고 정통성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당도 민주당 50년 전통과 정책 이념을 승계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검에 대한 반대입장과 함께 노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 여기에 민주당 신 주류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사실상 반대하는 듯한 김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민주당 신 주류들은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 더욱 애가 타게 됐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에서 신당 추진을 서둘러야 할 입장인데 대주주로서 지분 행세를 해줘야 할 호남민심이 자칫 DJ를 등에 업은 민주당 구 주류 측에 쏠릴까 하는 우려에서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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