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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6:22:29 | 수정시간 : 2003.10.02 16:22:29
  • 崔强 한나라호 출범
    최병렬 신임대표, 총선 염두에 둔 초강성 보수행보 예상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적을 포기하고 신당에서 손을 떼라”



    한나라당 최병렬 신임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흔히 야당 총재나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 선명성을 위해 대여 공세를 천명하긴 하지만 첫 일성부터, 그것도 대통령의 거취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최 대표는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한 명쾌한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당선된 데에는 당원들의 노 정권 견제심리가 결집된 것이란 평이 중론이다. 여기에는 이회창 전 총재 같은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열망과 함께 일사분란했던 구 여권 체제에 대한 향수가 녹아 있다. 다소 불리할 것이라던 전세를 뒤집고, 특히 부산ㆍ경남(PK)지역에서 몰표를 얻다시피 한 배경도 이와 맥이 닿는다.



    최 대표는 의도적으로 대노(對盧)ㆍ대여(對與) 대립 각을 세우려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데 이어 새 특검법 수용과 영수회담 정례화를 강조했다. 취임 첫날인 6월27일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노 대통령이) 국민의 생각을 무시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대통령에 대한 경고성 엄포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을 압박해 정치적 명분의 우위를 점하면서 동시에 박지원 발(發) 150억원의 의혹에 대한 특검이 실시되면 민주당내 신ㆍ구 주류의 간극을 더욱 넓힐 수 있다는 현실적 노림수도 계산됐다. 대표직 장수(長壽) 여부를 가늠짓는 17대 총선이 불과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있는 점도 최 대표를 더욱 강공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일단 최 대표의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어딘가 께름칙해 하는 분위기이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여야가 한판 승부를 필연적으로 벌여야 할 것 같은 우려에서다.



    또 초 강성 보수 성향의 최 대표 취임으로 일부 개혁파 의원들의 탈당설 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열을 흔들 만큼의 파괴력은 아닌 것 같다. 막판까지 대표 경쟁을 벌인 서청원 강재섭 의원 등도 최 대표 체제 하에서 ‘대주주’ 대접을 맡게 될 것으로 보여 일단 최 대표 중심의 한나라호는 ‘강한 야당’을 위한 투쟁적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崔 대표, “국무위원들 조심해”





    최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예견된 강공 행보를 계속했다. 오전에는 김영일 사무총장과 이상배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 및 당원 150여명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참배, 방명록에 “흔들리는 나라, 바로잡겠습니다”라는 글을 적는 것으로 대표로서의 첫 일과를 시작했다.



    그는 당사에서 가진 첫 당직자회의에서 “이 나라는 법도 원칙도 없이 목소리 큰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됐다”며 “분명히 얘기하고 말한 대로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문책하고 따질 것은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벌어진 비공개회의에서는 “장외투쟁은 절대 안 한다”면서도 “사안에 따라 원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 선택적ㆍ효과적으로 대여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박종희 대변인이 전했다.



    비장함마저 엿보이는 언행이지만 장외투쟁 불가와 원내 대여투쟁 강조 부분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야당 총재시절과 같은 군중동원의 ‘머리 띠 집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법이 보장하는 선 안에서 다수 여당의 힘을 실제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경제를 살리는 데 역행하는 국무위원들은 가차없이 해임건의안을 내고 밀어낼 것”이라고 선언한 뒤 “한번 판을 벌릴 때는 끝장을 보는 기조로 정국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피상적인 대여 공세가 아닌 사격 가능한 목표물(?)부터 하나씩 정조준해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사정권 경계선을 들락거리는 국무위원으로서는 화물연대와 조흥은행 파업 등 노사문제에서 조정능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권기홍 노동부 장관과 김두관 행자부 장관, 언론과 척을 지고 있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부분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윤덕홍 교육부총리 등이다.



    특히 최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사분규의 와중에 노쪽에 무게를 둔 듯한 권 장관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타파대상’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장관의 몸조심 여부도 최 대표의 향후 움직임과 함께 주목되는 부분이다.




    노정권 동진전략에 차질







    최 대표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진주중과 부산고를 나왔다. 지역구는 서울이지만 고향은 엄연히 PK이다. 부산 영도 지역구를 갖고 있는 김형오 의원도 대표 경선에서 안방마저 내줄 정도로 최 대표는 PK의 중심인물로 각인돼 있다. 이런 최 대표가 한나라당 선장으로 취임하게 돼 가장 손해본 쪽은 다름아닌 노무현 대통령 측이다.



    노 정권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끊임없이 동진(東進)을 강조해 왔다. 노 대통령의 출신지인 부산ㆍ경남부터 서서히 신당의 바람을 불어넣어 호남을 발판으로 한 ‘영남침공’을 지상과제로 여겨왔고, 또 잡음이 끊이지 않은 한나라당의 상황을 감안할 때 현실성도 엿보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이 지역이 한나라당의 신 발원지로 떠오를 태세다.



    이로 인해 민주당 내에서는 “전국정당의 신당 창당은 요원해졌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ㆍ구 주류의 반응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대체로 최 대표의 취임이 별반 유리할 점은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민주당 구 주류 박양수 의원은 “최 대표가 노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주력하면서 강공 드라이브를 펼쳐 영남인들의 구심점을 확보할 것으로 보여 여권의 영남 교두보 확보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재 의원도 “부산출신의 최 대표 선출로 신당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신 주류 측 신기남 장영달 의원 등은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의 탈당이 현실화 되면 범 개혁세력 결집의 신당 논의에 촉매제가 될 것”, “야당의 중도ㆍ개혁세력이 분리돼 통합신당으로 올 수 있고, 민주당 내에서도 극우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보ㆍ혁 구도로의 재편 가능성을 얘기했다. 하지만 신 주류 측에서도 PK 출신 대표 선출로 인해 영남지역 공략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보수세력 대동단결, 자민련 연대설도





    최 대표는 “이 정권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기본 원칙이 없는 정권”이라며 “실정법이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아 고치겠다면 알아듣겠는데 이 정권은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개별 현안이 아니라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 자체에 회의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주의 맏형격인 최 대표는 “보수주의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만 갖고는 건강한 보수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며 “정책면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보수를 위해 보수(補修)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장 내년 총선이 보수와 진보 구도로 가긴 어렵더라도 앞으로 정치는 그렇게(이념적 분화상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보수 대 진보 발언에 귀가 솔깃해진 쪽은 원조 보수 자민련. 변웅전 총재 비서실장은 “최 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보수와 보수의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색깔을 함께 하는 정당끼리는 함께 해야 한다”고 한자락을 깔았다.



    정우택 정책위의장도 “우리 당은 총선이 명실상부한 보혁구도로 진행된다면 (한나라당과) 당대당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연합공천이나 정책연대 방향으로는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친 뒤 “그러나 민주당 신ㆍ구주류, 한나라당 탈당파 등으로 인해 보수세력 결집은 사실상 힘들지만 내년 총선이후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崔 대표, 킹보다 킹메이커 역할 자임





    1938년 생인 최 대표는 만 65세이고 17대 대선에는 69세의 나이가 된다.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했던 후보중 최고령이며 당의 노쇠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물론 내년 총선에서 1당이 안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공언하긴 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대선에 나가기에는 고령이다. 결국 ‘킹’보다는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인큐베이터론’을 강조하면서 “대선에 뜻을 갖고 움직이는 일이 없으며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누군가가 국민 속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분을 밀 것”이라고 언급한 뒤 “강재섭 의원도 좋은 후보감이나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를 내세워 수렴청정식 후원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최고 노른자위인 강남 갑 지역구를 갖고 있다. 내년 총선에 직접 출마해 한나라당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전국 지원 유세에 전념해야 할 입장을 놓고 본다면 비례대표 쪽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때 신 정치 1번지인 강남 갑 지역구를 누가 물려받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 대표의 지역구 승계자가 바로 최 대표가 꿈꾸는 ‘킹 후보감’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 소속 OO의원, 원외의 OO 전 의원, 자치단체장 OO씨, 검찰 출신 OO씨 등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오를 수 있다. 아직 이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년 초면 ‘최틀러’의 구상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란 분석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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