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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6:27:30 | 수정시간 : 2003.10.02 16:27:30
  • 재계에 밀린 新勞정책, 궤도수정
    재계 "못해먹겠다"불만 폭로, 夏鬪 앞두고 정부도 변화조짐





    6월28일 오전 6시50분. 전국철도노조가 철도구조개혁법안의 국회처리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전격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참여하는 노사간의 막판 심야협상도 없었다.



    경찰은 서울 연세대 대강당 등 전국 각 지부에서 농성중인 조합원을 강제 해산하고 노조 지도부 검거에 들어갔다. 공권력 투입은 참여정부 출범이래 첫 강경 조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철도노조 파업 직전 미 포브스지 사주 겸 편집장과 만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준수와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제한 등 노조에 대한 특혜를 없애겠다고 한 발언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일까?




    정부 노동정책에 재계 강한 불만





    ‘하투(夏鬪)’의 분수령이 될 7월을 앞두고 재계는 정부를 향해 조기 수습을 요구했다. 새 정권 초기에 꼬리를 낮추던 기존의 태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투자를 중단하고 회사 문을 닫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재계의 격양된 목소리는 협박성에 가까울 정도다. 올들어 두산중공업과 철도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 잇따른 노사분규의 해결과정에서 재계 주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데 대한 강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기폭제는 조흥은행 파업이었다. 조흥은행 사태가 일단락된 다음날인 6월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긴급 회장ㆍ부회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가 끝난 뒤 마련된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긴박했다. 발언수위도 가장 높았다.



    “더 이상 참고 볼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망한다”, “기업이 회사 문을 닫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 모든 책임과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정부가 제스처로만 법과 원칙을 강조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힘으로 밀면 밀린다는 힘의 논리가 사회 전체에 만연할 경우 극심한 경제침체 뿐 아니라 사회질서 혼란과 국가기능의 총체적 통제 상실도 우려된다”, “정부가 법을 안 지키면 기업이라도 법대로 하겠다”, “현재 10여건의 외국인 투자가 노조파업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친노정책’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불만은 폭발하고 또 폭발했다.



    재계가 지난 5월 노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고 대통령과의 ‘삼계탕 회동’이후 정부의 원군 역할을 자청하며 화해무드를 조성했던 때와는 딴 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부문 파업의 불길이 민간기업으로 옮겨붙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 노조의 밀어붙이기식 강경투쟁을 대기업 노조들이 뒤따를 경우 재계는 손을 놓고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다.



    재계는 노조의 하투가 국가혼란과 경제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총체적 위기론’을 역설하고 있다. 재계의 싱크 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빨간색 일색인 경제지표의 위기 상황에도 불감 증세를 나타내는 우리의 실상을 경고하는 ‘위기 보고서’를 시리즈로 냈다.



    재계는 또 경제5단체의 명의로 신문광고를 통해 “노사불안이 계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등 외환위기와 같은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노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닌 강자이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과 자기본분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개별 근로자야말로 사회적 약자”라고 토로했다.



    전경련도 공장의 해외이전 관련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산업의 해외 이전이 일본 등 선진국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07년 이내에 제조업 공동화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의 파상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외국기업체, 노동정책 수정 요구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체들도 한국정부의 노사정책과 각종 기업규제 등에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주한 일본기업인 단체인 서울재팬클럽은 한국의 노동정책이 노조편향적이라며 “최근 노사대립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자세는 큰 의문점이 있다”고 한국의 노동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한미재계회의의 미국측 위원장인 모리스 그린버그 AIG회장은 최근 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미국 기업들이 강경한 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하기 끔찍하다고 불평하고 있다”며 “이들은 노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에릭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일관성 없는 정부의 노사정책이 외국 기업들의 한국투자를 망설이게 한다”며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재계의 파상공세와 비판여론에 밀려 청와대 분위기도 달라지는 듯하다.



    노사문제와 관련해 ‘대화와 토론’을 역설하던 노 대통령의 화법도 ‘법과 원칙’의 수준을 넘어 ‘본때를 보여주는’식으로 변하고 물리력 행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계는 아직도 정부가 ‘법과 원칙’을 앞세워 일관성 있게 노사문제를 해결할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정부의 말과 태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재계가 파업실체 과장”비판도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 TV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재계가 노동계 ‘하투’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 장관은 “최근 경제 불황은 북핵문제, 사스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노사문제 때문에 해외로 나가겠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하면서 ‘하투’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불안감만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계 역시 재계가 이번 파업의 실체를 지나치게 과장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관심은 이제 노동계의 ‘하투’가 본격화하는 7월 2일부터 시작되는 개별 사업장의 임단협에 쏠리고 있다. 정부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첫 ‘공권력 투입’이란 강수로 노동정책 기조에 변화를 예고함에 따라 노동계의 저항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측은 사업장의 임단협 파업을 대정부 투쟁으로 전환해 전면전에 나설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마주 달리는 두 기관차는 과연 어디쯤에서 멈춰 설지 재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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