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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2 17:09:31 | 수정시간 : 2003.10.02 17:09:31
  • [맛이 있는 집] 남원 '새집' 추어탕
    고소한 국물 훌훌 들이키면 더위 걱정 싹~ 사라져





    춘향전과 광한루, 지리산 그리고 추어탕. ‘남원’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들이다. 광한루는 남원에만 있지만 우리나라 어느 곳을 막론하고 추어탕집은 대개 남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그만큼 남원 추어탕의 맛을 높이 친다는 것일 터.



    남원을 여행하게 되면 누구나 추어탕을 먹어보려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느 집으로 가야 할까? 낯선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지난 봄, 여행길에 남원을 잠시 지나게 되었다. 마침 식사시간이 가까워 일행과 추어탕을 먹기로 하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추어탕 먹으려면 어디가 좋아요?”하고 물으니 바로 “새집으로 가세요”한다. 여기저기 소문도 많이 나고, 자신도 그 집 추어탕을 제일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더 물어볼 것도 없이 새집으로 가기로 한다.



    유명세에 비해 조그마한 간판에 새집이라는 상호와 함께 추어탕, 숙회라고 대표 메뉴를 함께 적어 놓았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간판이다. 입구도 특별할 것 없이 그저 그렇다. 크고 요란한 간판과 예쁘장한 인테리어에 익숙해진 도시인들한테는 낯설다. ‘정말 맛있는 집이 맞을까?’하는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허나 원래 소문난 맛집은 맛도 그렇지만 겉모양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 크게 지어 더 많은 손님을 받으면 돈도 더 벌고 좋지 않나 싶지만 단골들은 원래 있던 그대로를 좋아한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겨움과 친근함 같은 것 때문이리라.



    좁은 입구에 비해 실내는 넓다.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눠 놓았는데 가장 너른 방으로 들어간다. 다른 메뉴는 볼 것도 없이 추어탕을 주문한다. 커다란 쟁반에 반찬 열 댓 가지를 담아 먼저 내 놓는다. 추어탕 한 그릇에도 남도 특유의 풍성한 상을 차려 주는 것이다. 이윽고 구수한 냄새와 함께 추어탕 등장. 김을 훅훅 불어가며 땀을 흘려가며 먹는다.



    국물은 구수하고 얼큰하다. 한편 개운하기도 하다. 갈아넣은 미꾸라지 덕분에 고소하고, 시래기나 토란대는 구수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속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양식이나 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의 입맛에는 얼핏 촌스럽게 생각되는 맛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골스러운 그 맛에서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것과 같은 푸근함 느껴진다. 그리움의 맛, 혹은 추억의 맛이라 해도 좋겠다.



    추어탕은 푹 삶은 미꾸라지와 표고를 갈아넣고 된장을 듬뿍 풀고, 들깨, 시래기, 토란대 등을 넣어 오랜 시간 끓여 낸 것이다.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양념은 직접 만드는데 식당 뒤뜰에 가면 수십 개의 옹기 항아리들이 놓여 있다.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탕에 들어가는 시래기는 좋은 재료를 사다가 1년 정도 묵힌 다음에 쓴다고.



    통째 삶은 미꾸라지에 버섯, 두부, 계란, 파, 들깨, 고추장 등 갖은 양념을 해 찌듯이 무친 추어숙회도 별미. 아이들과 함께 가게되면 미꾸라지 튀김을 주문해 주자. 미꾸라지를 깻잎으로 돌돌 말아 밀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 내는데 고소하고 바삭해 아이들이 좋아한다.



    남원 새집의 맛의 비결은 좋은 미꾸라지를 구입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서는 ‘미꾸리’라고 부르는데 미꾸라지를 이르는 사투리이기도 하지만 요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미꾸라지가 아니라 예전에 시골 개울에서 잡던 토종 미꾸라지를 이른다. 토종 미꾸라지는 작지만 몸통이 둥글고 추어탕을 해 먹기에 적당하다. 비타민 A가 풍부해 성인병을 예방하고 자양강장 효과도 있다고 한다. 추어탕 한 그릇을 땀나게 먹고 나면 한동안은 더위 걱정을 잊고 살 것이다.



    새집은 40여년 간 미꾸라지만 요리해 왔다. 서삼례 할머니가 시작한 것을 지금은 조카인 서정임씨가 뒤를 이어 똑같이 구수한 맛을 지켜오고 있다. 대를 이어가는 맛, 그 맛이 오랫동안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 메뉴 : 추어탕 7,000원, 미꾸리 튀김 20,000원, 숙회 25,000원(2인)



    ▲ 영업시간 :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063-625-2443



    ▲ 찾아가기 : 남원 MBC 방송국 바로 근처에 있다. 광한루에서 곡성 방면으로 방향을 잡아 약 700m 정도 거리. 남원 공설시장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오른편에 새집 간판이 떡琉캅?보인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


    입력시간 : 2003-10-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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