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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15:30:12 | 수정시간 : 2003.10.05 15:30:12
  • [주말이 즐겁다] 신안 가거도
    그리움으로 떠 있는 순결한 외톨이 섬












    대한민국 최서남단, 소흑산도로 불리던 보석같은 풍광들



    바쁜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아주 먼 곳으로 떠나고픈 소망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과 헤어져 낯선 풍경에서 호젓하게 즐기다 오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이 여름, 인적 드문 머나먼 섬을 찾아가 마음껏 한갓진 생활을 누려보자.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가거도(可居島)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가거도? 낯선 이름에 갸우뚱하던 이들은 ‘소흑산도’라 하면 고개를 끄덕이리라.



    그러나 소흑산도란 이름은 일제 때 지어진 지명이고, 섬 주민들은 대대로 ‘가히 사람이 살만한 섬’이라 해서 가거도라 불렀다.



    조태일시인은 가거도를 “너무 멀고 험해서/오히려 바다 같지 않는 거기/있는지조차 없는지조차 모르던 섬”이라 노래했다.




    중국에서 새벽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있어 중국에서 새벽닭 우는소리가 들렸다는 섬, 목포항에서 뱃길로만 163km나 떨어져 있어 10여년 전만 해도 1박2일이 걸렸던 섬, 교통 편리해진 21세기에도 쾌속선으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섬이 바로 가거도다.



    이렇듯 너무 먼 곳에 있어 6.25전쟁의 아픔도 소문으로만 듣고 지나갔기에 ‘순결한 섬’이라 불린다. 그리움으로 떠있는 순결한 외톨박이 섬인 것이다.



    가거도는 섬의 생김새가 우람한 편이어서 이웃한 홍도와 비교할 때 남성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늘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독실산(639m)을 중심으로 뻗어있는 섬 전체가 급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농토가 거의 없다.



    먼바다 한 가운데 있지만 그래도 섬 가득히 우거진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천리향 같은 수목 덕에 마실 물이 넉넉하다.







    주민들의 인심 또한 푸근하니 머나먼 육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온 나그네들의 마음은 편안하다. 갯바위 아름다운 해안 절벽은 절경을 이루지만 해수욕하기에 적합한 백사장이 없는 게 조금 아쉽다.



    해안 자갈밭에서 거센 파도를 벗삼아 노니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한다. 갯바위 근처에서 작은 게나 고동 같은 갯것들을 잡아 국을 끓여도 좋다.



    늦봄부터 황록색 꽃이 피고 6월에 열매를 맺는 후박(厚朴)나무는 가거도의 명물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후박나무 껍질의 중 70%가 이곳 가거도에서 나온다. 후박나무 숲을 지날 땐 천연기념물(제215호)인 흑비둘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거도엔 1구(대리), 2구(항리), 3구(대풍리) 이렇게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어느 마을이나 독실산을 다녀오는 코스가 있고, 마을과 마을 사이로 잇는 길을 따라 섬 도보여행도 즐길 수 있다. 섬을 한바퀴 제대로 둘러보는 데는 넉넉잡아 하루쯤 걸린다.



    배를 빌려 타고 섬을 한 바퀴 일주하는 것도 가거도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걸으면서 보기 어려웠던 해안 절경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대리항을 떠난 배는 일반적으로 시계 바늘 방향으로 돈다. 제일 먼저 주민들이 ‘밭면’이라 부르는 해안 절벽이 반긴다. 범선의 돛처럼 생긴 돛단바위와 기둥바위에 얽힌 전설 한 토막. 옛날 지나던 배가 폭풍우를 피해 정박했다.



    이곳의 여신이 배에 타고 있던 청년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했으나 청년이 거절하고 떠났다. 분노한 여신은 풍랑을 일으켜 배를 전복시켰다. 이때 돛 두 개가 바위로 변했다. 그러나 하늘의 노여움을 산 여신도 결국 물속의 바위가 되었고, 여신의 집은 허물어져 기둥만 남게 되었다.







    서쪽 해안에 불쑥 솟아나온 섬등반뎬?높이가 50m쯤 된다. 항리 마을서 보면 병풍을 이룬 절벽이 장관이다. 곰바위, 벼락바위, 중바위 등 갖가지 모양으로 이루어져 신비스럽다.



    신등개 절벽의 망부석은 먼바다 어촌의 상징적인 바위. 고기잡이 나간 남편의 배가 풍랑에 뒤집혀 남편이 생명을 잃었는데도, 아이를 등에 업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여인은 결국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한다.



    가거도 제일의 명당이라는 구곡앵화와 빈주바위 돌아 동쪽으로 돌면 이번엔 망향바위 해상터널이 반긴다.




    새끼섬 국흘도는 바다제비들의 고향





    터널을 벗어나면 이번엔 가거도의 새끼섬인 국흘도(천연기념물 제341호)가 전설처럼 떠있다. 바다제비들의 고향이다. 바다제비는 이 곳에서 새끼를 낳고 가을에 페르시아만, 인도양으로 떠났다가 이듬해 6월 다시 돌아온다. 여름의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면 희귀 철새인 벌매와 왕새매, 새매 등이 하늘을 덮는 장관을 연출한다.



    ‘국흘’이라는 독특한 섬 이름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구클구클’ 들린다 해서 붙었다. 남문등여 앞의 고래바위는 절벽 안으로 구멍이 뚫려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마치 고래가 꼬리를 치며 숨을 내뿜는 듯 ‘푸 푸’ 소리가 들려온다. 가거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멋진 광경이다. 가거도 멸치잡이노래는 전남무형문화재 제22호에 지정되어 있다.



    ▲ 교통= 일단 서해안고속도로 등을 통해 목포까지 간다. 목포→가거도=목포여객터미널(061-243-0116)에서 짝수일에만 08:00 출발. 휴가철엔 홀수일에도 운항한다. 목포항에서 4~5시간 소요.



    ▲ 숙식= 가거도 대리에는 남해장(061-246-5446), 미로장(061-246-4468), 남신장(061-246-4456)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식사도 가능. 숙박비는 2인1실 25,000원. 항리와 대풍리에도 민박집이 여럿 있다. 가거도 배편 일주는 한 척 15만원. 1시간 소요. 미광낚시에 문의 061-246-5050 신안군 홈페이지(http://sinan.go.kr), 가거도 홈페이지(www.gageodo.co.kr) 참조.

    입력시간 : 2003-10-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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