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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15:38:30 | 수정시간 : 2003.10.05 15:38:30
  • [스타탐구] 한석규

    최고의 가치 지닌 남자 배우, 영화계 캐스팅 0순위











    “그 친구 괜찮았다.”



    배우 생활을 마감할 때 그가 듣고 싶은 말이란다. 오랜 공백을 밥 먹듯 하면서도 여전히 ‘괜찮은 배우’로 충무로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석규.



    최근 한 영화지에서 조사한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 흥행파워 50명 중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평범하다 못해 밋밋한 얼굴로 한국 영화사의 최고봉에 오른 한석규. 그의 무엇이 대중들로 하여금 “꼭 한석규 이어야 한다”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여전한 흥행보증수표





    히트 제조기, 흥행보증수표, 확실한 4번 타자. 그를 규정짓는 결코 과장되지 않는 수식어들이다. 실제 데뷔 이후 줄곧 그는 캐스팅 0순위의 남자배우였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약속이나 한 듯 엄청난 대박을 터트렸다. 그의 인기는 90년대 중반 ‘차인표 신드롬’과는 성질이 다른 것으로 옆집 오빠, 아저씨 같은 편안함이 그를 선호하는 이유들로 대변됐다.



    20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애인형으로 30~40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50대 여성들에게는 탐나는 사윗감으로 추앙받기 까지 했다. 개성적이어야 할 연기자가 평범함 때문에 주목 받는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의 연기는 편안함 그 자체다. 그 매력을 굳이 10가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 배우로서 뛰어난 연기력(괜히 폼 잡지 않는 자연스런 연기)



    ② 평범하고 부담없는 외모



    ③ 스타같지 않은 겸손한 태도



    ④ 듣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목소리



    ⑤ 해맑은 미소(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허허’하고 웃는 너털 웃음)



    ⑥ 정말 괜찮은 노래 솜씨(특히 ‘내가 만일’은 정말 잘 부른다)



    ⑦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왠지 인간성이 좋을 것 같다)



    ⑧ 인기가 한창인데도 다작(多作)하지 않는 자세



    ⑨ 군살없는 몸매와 부드러운 머릿결



    ⑩ 항상 변신하려고 노력하는 연기에 대한 집념



    외모에 자신이 없어 KBS 성우로 방송생활을 시작한 것이 정식 데뷔다. 성우 생활을 하다 1991년 MBC 탤런트 공채에 합격,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에 얼굴을 비치며 본격적으로 한석규 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귀남(최수종)의 친구이자 후남(김희애)의 남편인 ‘석호’라는 인물이었는데 인기가 높아지자 애초보다 출연 횟수가 많아졌다.



    지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석호라는 캐릭터는 뭇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이후 출연한 <서울의 달>에서 건들건들한 제비족으로 변신하면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다. 한석규는 방송에서의 프리미엄으로 영화로 발을 넓힌 배우의 대표라고 볼 수 있는데 데뷔작 <닥터봉>이 예상보다 히트를 치면서 영화에서도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 후부터는 말 그래도 승승장구했다. <은행나무침대>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텔미썸딩> 등 한석규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불문율을 만들며 한국영화의 거대한 축으로 성장해 간다. 더욱이 지금이야 이름만 대도 아는 이창동, 강제규, 송능한 감독들의 입봉작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라 감독들의 ‘한석규 사랑’은 더욱 더 각별하다.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것"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3년 간의 공백을 깨고 고심 끝에 출연한 <이중간첩>이 기대 이하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지 못해 영화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흥행실패를 맛봤다. 실패를 모르고 달려가던 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지만 안성기를 비롯한 영화계 선배들은 “자유로워져라. 흥행 부담을 줄여라.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니 어서 잊어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실패를 두려워해?适? 천성이 신중한 것인지 한석규는 대중들에게서 한발치 물러나있는 ‘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얼굴 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팬欲?영화 한편 찍자는 감독들, 인터뷰 하자는 기자들의 요청도 뒤로 한 채 수면 아래로 잠수해 차기작을 설계한다.



    이런 그를 두고 ‘지나친 몸사림, 대중소통에는 게으르면서 돈 되는 CF로 인기 챙기기 급급’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있다. “배우는 오직 연기로 말한다고 생각한다. 난 영화 한편 찍을 때마다 관객들에게 발가벗김을 당하는 느낌이다.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나 자신을 노출시켰다고 본다. 그 이외의 쇼 프로 출연이나 말 만들기 좋아하는 매체 인터뷰는 정말이지 불편하다. 연기자 한석규로 너그럽게 봐줬으면 한다.”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까다로운 그지만 가족들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너그럽고 관대하다. 성우시절 만나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임명주 씨 사이에 두 딸이 있는데 최근엔 아들을 얻어 더 없는 행복에 젖어있다. <이중간첩> 시사회 때는 온 가족이 극장을 찾아 주위의 시선을 끌었고 잠원동 동네 반상회도 꼭꼭 챙기며 이웃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그를 잘 아는 측근은 “스스럼 없이 동네 목욕탕에도 가고 아침 저녁으로 산보를 즐기는 등 생활인 한석규는 스타라기 보다는 소박한 우리 이웃같다. 대중 목욕탕을 들락거리는 한석규를 상상해보라. 정말 못 말리는 아저씨다.”라고 말한다.



    <소금인형>. 형 한선규 씨가 대표로 있는 ‘힘 피쳐스’가 제작하기로 한 그의 차기작이다. <카라>의 이순안이 시나리오를 쓴 벌건 대낮에 아내를 납치당한 한 남자의 악전 고투기를 다룬 액션 스릴러다. 지성과 감성으로 문제의 상황을 헤쳐가는 변호사 김선우가 그가 맡은 배역으로 오는 9월 크랭크인에 들어간다. 한번의 실패를 맛본지라 한결 자유로워진 특유의 편안한 연기가 나올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가 스크린을 떠나 ‘잠수’를 탄 사이 뒤를 잇는 후배 연기자들이 쑥쑥 커나왔지만 여전히 한석규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남자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고르는 까다로운 안목도 대중 기피증도 결국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노력으로 귀결된다. 욕심을 지닌 사람만이 발전이 있고 스스로에게 냉혹하다. 오직 좋은 작품으로 승부를 걸고자 하는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말대로 배우는 연기로 말하니까.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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