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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15:57:00 | 수정시간 : 2003.10.05 15:57:00
  • [르포] 동성애자 노린 사우나 '꽃뱀' 기승
    동성애자 접근 유도한 뒤 협박, 거액 갈취







    최근 들어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돈을 뜯는 ‘파렴치 꽃뱀’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중 사우나가 동성애자들의 은밀한 장소로 이용되는 점을 악용해 돈벌이에 나선 것. 이들은 동성애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이반 사우나’를 거점으로 활동한다.



    수면실에서 잠자는 척하며 동성애자가 접근하기를 기다린 후 성적 접촉을 시도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게 이들의 주요 수법. 최근에는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한 동성애자마저 등장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지검 소년부는 지난달 중순 동성애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꽃뱀 행각을 벌인 박모씨(26)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동성애자들에게 성적 접촉을 갖도록 유도한 후, 이를 빌미로 거액의 돈을 뜯어낸 혐의다.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박씨가 뜯어낸 돈은 1,200만원. 박씨는 그동안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 L사우나를 비롯해, 대치동 C사우나, 성남 분당의 T사우나 등을 돌며 엽기적인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꽃뱀 횡포에 동성애자들 속앓이





    동성애자들에 따르면 자신들을 노리는 꽃뱀의 존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동안 상당수의 동성애자들이 이들의 횡포로 피해를 입었다. 단지 자신들의 입장이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고를 못했을 뿐이다.



    지난달 하순 신촌역 인근의 D사우나. 이곳은 동성애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성애자들이 집결하는 장소는 건물 지하에 있는 게임방. 매주 월요일 11시에 이곳에서 모인 뒤, 2층에 있는 사우나로 직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성애자들의 모임 소식을 접한 취재진은 시간에 맞춰 PC방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행이 도착하지 않은 듯 싶었다. 40여평 남짓한 게임방 내부는 ‘게임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만이 눈에 띄었다.



    잠시 후 PC방 구석 자리로 문제의 남성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언뜻 봤을 때 이들의 용모는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하나같이 출중한 인물을 자랑했다. 이곳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일행은 게임방을 나와 2층 사우나로 향했다.



    사우나측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동성애자들의 출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관계자는 “며칠 전에도 성적 접촉을 시도하던 동성애자와 손님간에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며 “수면실의 조명을 밝게하는 등 나름대로 조치를 취해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성애자 김모씨(23)에 따르면 현재 신촌 D사우나를 비롯해, 신사동 D사우나, 신설동 A사우나, 영등포 C사우나 등이 속칭 ‘이반 사우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반들이 자주 모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노린 꽃뱀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김씨도 얼마 전 돈을 노린 꽃뱀에게 걸려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씨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은 보통 상대의 신체 부위를 살짝 건드려 동성애자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같은 성향일 경우 어떤 식으로든 반응을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의 꽃뱀은 가운을 반쯤 벗어제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이반들은 상대가 자신과 같은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상대가 완전한 이반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부류일 것이라고 생각해 접근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의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처음에는 잠자코 있던 문제의 남성이 돌연 벌떡 일어나며 화를 낸 것. 이후 김씨는 10여분 동안 남성이 가는 곳을 쫓아다니며 사과를 했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상대를 달래야 했다. 김씨는 “솔직히 당시만 해도 사우나 안에서 실랑이를 벌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이반이라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고 털어놓았다.




    동성애자들이 사이트 통해 연합전선





    사정이 이렇자 동성애자들은 그들이 자주 찾는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위험 지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뿐 아니라 하룻밤을 불태울 파트너를 물색한다.



    한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접속해 보았다. 가입 회원만 7.162명에 달하는 이 사이트에 접속하자 지역별로 나눠진 게시판이 뜬다. 게시판 안에는 서울을 비롯한 지방의 사우나 정보와 함께 갖가지 경험담까지 게재돼 있다. 자신의 나이와 신체 조건을 밝힌 후 파트너를 구하는 글도 자주 눈에 띈다.



    사이트 운영자는 “사우나에서 성폭행을 당한 후 에이즈에 감염된 소식이 알려진 후 이반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불상사가 잇따르고 있다”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건전한 관계를 유도하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사우나서 성폭행 당한 후 에이즈 감염" 그 이후
       




    대중 사우나에서 성폭행을 당한 한 남성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사우나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동성애자들이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수면실 조명을 밝히는가 하면, 정기적으로 순찰까지 도는 진풍경이 이곳 저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서울 신사동의 S사우나가 대표적인 예. 이곳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들의 집결 장소로 애용됐다. 그러나 요즘은 동성애자들의 발길이 부쩍 줄었다. 목욕보조원들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기 때문이다.



    사우나 관계자는 "사우나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인근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이다"며 "그러나 에이즈 감염 소식 이후 이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수시로 수면실을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추행 시비로 경찰서까지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관계자는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간에 가끔씩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큰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면 아니나 다를까 손님들과 동성애자간의 시비가 붙어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원만하게 해결하는 편이다. 소란을 피워봤자 사우나측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덕분에 일부 업소는 휴업을 하면서까지 수면실을 개조하기도 한다. 그는 "문을 닫은 채 수면실을 수리하는 업소가 적지 않다"며 "이반들이 아예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취하는 조치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leesuk72@chol.net


    입력시간 : 2003-10-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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