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10.05 19:54:38 | 수정시간 : 2003.10.05 19:54:38
  • [역사 속 여성이야기]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의 여왕, 격조 높은 영국의 귀부인







    여름이다. 여름에는 공포와 추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담을 서늘하게 해서 돋아나는 소름이 더위를 식히는 차가운 기운이라도 되는 양 사람들은 공포와 추리를 찾는다. 여름 극장가엔 공포 영화가 나붙고, 서점가에선 추리소설이 많이 팔린다고 한다.



    추리소설하면 어떤 이름들이 떠오르는가? 셜록 홈즈나 브라운 신부, 혹은 김전일(긴다이치)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 두 사람을 기억해낼 것이다.



    미스 마플과 에큘 포와르,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 두 명의 탐정이 활약하는 소설이나 영화를 접해 보았을 것이다. 탐정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 인물들을 만들어 낸 사람은 영국의 한 조용하고 수줍은 여인, 아가사 크리스티이다.





    조용하고 수줍은 주부가 만든 기묘한 추리소설.





    아가사 크리스티(1891-1976)의 소설에 나오는 범인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강력한 정신력, 세련된 매너와 우아한 사교 생활로 완전 무장을 한 사람들이다. 살인을 눈 깜짝 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사실 외에는 누구라도 홀딱 빠져 버릴 매력 덩어리들이다. 그에 비해 범죄를 밝히는 탐정들은 결점 투성이들이다.



    심각한 자기 도취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외모의 벨기에 출신 노신사 에큘 포와르나, 마을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본 노처녀 할머니 미스 마플은 범인들에 비해 너무 못나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에큘 포와르가 자랑하는 회색 뇌세포와 미스 마플이 가진 경험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굉장한 범인들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이해가 없어서 매번 범죄를 들키고 만다. 온갖 추악한 범죄 수법만을 머리를 굴려 짜낼 뿐 인간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없었기에 번번히 이 두 탐정들에게 지고 마는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오는 범죄 수법은 참으로 기기묘묘하다. 그녀의 추리 소설 속에는 단 한번도 같은 수법의 범죄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범죄가 미궁에 빠졌다가 탐정들에 의해 술술 풀려 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엄청난 소설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산전 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거나 세상의 추악한 현실과 범죄에 대해서는 달통한 사람일 것만 같다.



    그러나 아가사 크리스티는 뜻밖의 인물이다. 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알맞은 교육을 받고 자란 격식있는 영국의 귀부인이었다. 순진한 얼굴에 가사를 돌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여기는 주부였다. 어릴 때는 성악가가 되고 싶었으나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 꿈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을 타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평범하고 조신해보이는 그녀의 머릿 속은 보통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독약을 배우고 소설을 쓰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24세가 되던 해에 공군 조종사이던 아치볼트 크리스티와 결혼한다. 결혼 직후 터진 1차 대전으로 아가사는 남편을 전장으로 내보내고 자신은 적십자사에서 간호사로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그녀는 독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힌다. 그녀의 소설 속에 나오는 독약에 대한 것은 모두 이때 배운 것들이다.



    이 무렵 아가사 크리스티는 언니와 기묘한 내기를 벌인다. 소설 끝까지 절대 범인을 알 수 없는 추리소설이 가능한가에 대한 내기였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던 아가사는 언니에게 보이기 위해 <스타일즈 저택의 미스테리(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를 쓴다.



    이 소설은 이후 6개의 출판사를 전전하다가 한 출판사에서 겨우 출판된다. 그런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이 소설로 인해 그녀는 일약 추리소설계의 신예로 떠오른다. 이후 6번째 장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내면서 아가사 크리스티는 명실 상부한 최고의 추리소설가의 자리에 오른다.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









    그러나 작가關??명성이 그녀를 불행에서 구원해주지는 못했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최정점에 올랐던 1926년 돌연 실종된다. 차는 호숫가에 처박히듯이 주차되어 있고 어디에도 자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채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다. 이미 전 세계가 사랑하는 작가였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은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1,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경찰이 발벗고 그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실종 11일 만에 그녀는 시골의 작은 호텔에서 발견되었다. 그녀는 일시적인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호텔방의 숙박계에 아가사가 적은 이름은 남편이 바람 핀 여인의 이름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추리소설작가답게 바람 핀 남편에 대한 복수극으로 계획된 실종사건이었으나 팬들의 걱정 속에서 불발로 그쳤다는 이야기부터 당시 아가사 크리스티의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했다는 등의 의견이 있다. 그녀는 이후 한번도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원래 수줍은 성격이었지만 이후부터는 언론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였다고 한다.



    한적한 시골에서 조신한 주부로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아가사 크리스티에게 남편의 외도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거기에 더해 원치 않게 사생활마저 언론에 노출되자 아가사 크리스티의 충격은 더욱 증폭되었을 것이다.




    고고학자와의 재혼





    실종 사건 2년 뒤 아가사 크리스티는 남편 아치볼트와 이혼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훌쩍 메소포타미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그곳에는 또 다른 인연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하의 고고학자 맥스 맬로윈을 그곳에서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 반하였고 14년이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을 한다.



    맥스 맬로윈은 아가사에게 헌신적인 남편이었다. 그녀는 재혼 후에도 여전히 전 남편의 성인 크리스티를 쓰면서 작가로서 활동했다. 맥스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그녀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다. 그런 환경이 그녀의 천재성을 폭발 시킨 것일까? 맥스 맬로윈과 결혼한 1930년 이후 그녀가 발표한 작품은 모두 걸작들이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는 1971년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던 영국여왕으로부터 남자들의 기사작위에 해당하는 데임(Dame) 작위를 받는다.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책이 되었다.



    그녀의 추리희곡 <쥐덫>은 아직도 영국의 연극 무대에 매일 올려 지고 있다. 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 졌으며 그 작품들 또한 모두 원작의 명성에 힘입어 성공하였다. 수줍고 조용한 여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수많은 범죄 이야기 로 전인류는 여전히 여름밤을 지새며 흥미진진한 추리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김정미 방송ㆍ시나리오 작가 limpid7@msn.com


    입력시간 : 2003-10-05 19:55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