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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03:31 | 수정시간 : 2003.10.05 20:03:31
  • [시네마 타운] 4인용식탁
    가족의 부재가 부른 공포와 절대고독





    <4인용식탁>은 최근의 한국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작품이다. 정확히 관객의 비명소리를 계산하고 만든 공포영화도 아니고, 유혈이 낭자하거나 소름끼치는 귀신도 없다. 그렇다고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와 비슷하다고 얘기하기도 어렵다.



    2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두 주인공의 억압된 기억 혹은 과거가 펼쳐질수록 어두운 화면의 뒤에 무엇이 놓여있는지를 이해하게 되고 그 뒤에 남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고독과 처연함이다.



    결혼을 앞둔 인테리어 디자이너 강정원(박신양)은 늦은 밤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두 명의 아이들을 본다. 다음날 두 아이가 엄마에 의해 죽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더구나 약혼자 희은(유선)이 그의 아파트에 들여온 차갑고 모던한 느낌의 4인용 식탁에 그 두 아이들이 지하철에서 앉아 있던 포즈와 똑같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지하철에서 잠든 모습의 아이들이 실제와 달리 화재에 의한 시신처럼 보이기도 하고 멀쩡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정원을 뚫어져라 보는 무서운 꿈을 꾸기도 한다.



    그리고 리모델링을 위해 방문한 신경정신과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연(전지현)을 아버지 교회의 신도로 만나게 되면서 그녀와 묘한 관계를 맺게 된다.




    과거로의 회귀에 괴로움





    연은 아무데서나 별 이유 없이 쓰러지는 기면증을 앓고 있고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다. 기력이 없어 보이는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어 더 창백하게 보이고 목소리는 쉰 듯하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과거가 보이는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통해 어찌 보면 잊어버리고 싶어서 억압됐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된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연은 정원의 차에서 정신을 잃어 정원의 집에 잠시 머물다 가면서 지나가는 말로 식탁의 아이들을 방에 뉘여야겠다고 말한다. 정원은 연이 자신이 보는 것을 같이 본다며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고 연은 정원의 꿈을 통해 7세 이전의 잊혀진 기억을 되살려준다.



    하지만 정원이 알게 된 그의 어릴 적 과거에는 어린 아기의 교통사고로 인한 처참한 죽음의 목격, 친아버지의 학대, 가난, 그리고 여동생의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정원은 다시 찾은 기억 때문에 연을 원망하지는 않지만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연의 어두운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연에게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살해당했으며 그 살인의 목격자이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4인용식탁>에는 유독 아이들의 죽음이 자주 등장한다. 정원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죽음이 그렇고 지하철 형제의 죽음, 그리고 연의 아기와 친구 문정숙(김여진)의 아기의 죽음. 그 아이들의 죽음에서 강조되는 것은 모녀-모자의 관계와 모성애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다.



    또한 지하철에서 발생한 아이들의 죽음으로 영화를 시작한 것도 이 영화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공포와 긴장, 불안감을 안고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영화의 광고 또는 홈페이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캐릭터는 연보다 나이가 많고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었던 정숙이다. 정숙이 아기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뜨리는 것과 그녀의 재판 과정에서 플래쉬백으로 등장하는 정숙의 과거, 그리고 연의 이름을 부르며 법원 로비 바닥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 일련의 사건들이 왜 가족이 행복하게 담소를 나누며 밥을 먹어야 하는 식탁에 혼령들이 보이는지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이유들을 제공한다.




    참을 수 없는 육아의 고통





    남녀 차별의 유교주의와 자본주의적 근대를 거친 우리 사회는 가족에 대해 그리고 모성애에 대해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와 딸과 아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로 구성된 행복한 핵가족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가족을 위해서 어머니는 늘 희생을 강요당해왔으며 가부장제 사회는 그 희생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모성애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창출해왔다. 아버지가 자식에 대해 범하는 폭행 또는 폭언으로 이루어진 학대는 엄한 가르침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고통스러운 출산과 육아전쟁을 겪는 어머니의 일탈에 대한 욕구는 이해되지 않고 죄악시되어왔다.



    <해피엔드>에서 최보라(전도연)가 아기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애인에게 달려나간 행동이 남편(최민식)의 살인으로 징벌되듯이. 아주 짧은 모노로그이긴 하지만 정숙은 육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좁은 아파트에 잠시도 자신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아이와 지내는 것이 참을 수 없다고. 마치 닫혀진 공간에 휴식도 없이 감금당한 듯한 기분을 정숙과 비슷한 경험을 한 모든 여성은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숙의 잊혀진 과거에서 그녀가 엄마와 우물 속에 함께 있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목격하면 왜 그녀가 아이를 베란다로 떨어뜨렸는지 이해하게 된다.



    정숙의 (혹은 영화에서 암시되는 장면으로 알 수 있는 연의) 아이에 대한 엄마의 공포는 다음과 같은 대사에 드러나 있다. “세상의 모든 아가들은 엄마를 파먹고 어른이 되지. 파먹힌 엄마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는 아기의 눈.”




    가족의 의미 일깨워 줘





    희은의 대사로도 설명되지만 2인용도 아니고 4인용 식탁은 ‘가족’의 식탁이면서 대화의 장소이다. 후자의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희은은 남들처럼 음식을 강조하려 하지 않고 각 4명의 의자에 앉게되는 가족 모두에게 조명이 비춰지도록 설치한다.



    그리고 비록 혼령이라 할지라도 두 명의 아이가 앉아 있는 식탁에는 엄마와 아빠가 부재하거나 혹은 곧 합석할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모든 의자들은 맨 마지막에 가서 채워지고 정원의 상대편에 앉아 있는 아내 같고 엄마 같은 여성(누굴까? 영화를 보시길)은 정원에게 다정한 말투로 묻는다. “그거 맛있어?” 그리고 정원은 “아니, 아직 뜨거워.”라고 가족의 일상적 대화를 나눈다.



    <4인용식탁>은 다음 주에 개봉하는 <바람난 가족>과 더불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 가족의 붕괴 혹은 대안 가족의 가능성(비밀에 싸여있기 때문에 불안하지만 정원의 가족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가족과 가족 관계의 변화에 대한 성찰, 여성성과 모성애의 변화에 대해 숙고해 볼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네마 단신
       
    <프라스틱 트리> 몬트리올 영화제에 초청









    어일선 감독의 데뷔작 <플라스틱 트리>(제작 알지프린스 필름)가 오는 8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2003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 섹션에 초청됐다. 미묘한 삼각 관계를 그린 멜로 영화로 <남과 여>, <러브 스토리>로 유명한 프란시스 레이가 영화 음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플라스틱 트리>는 프랑스 출신의 레지스 게젤바쉬가 대표로 있는 RG Prince Film이 100% 해외 자본으로 제작한 영화이며, 올해 초 도빌 아시아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바 있다.




    문소리,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도전





    영화 <바람난 가족> (감독 임상수/ 제작 명필름)이 제6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부문 (VENEZIA60)에 초청되었다. 지난해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오아시스>로 신인 여우상을 수상한 문소리는 이번에는 여우 주연상에 도전한다. 같은 국제 영화제에 두 번 연속 초청을 받은 여배우는 한국에서 문소리가 유일하다.


    입력시간 : 2003-10-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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