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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06:43 | 수정시간 : 2003.10.05 20:06:43
  • [재즈 프레소] 이정식 신보 '놀라운 평화'






    ‘놀라운 평화(Wonderful Peace)’. 색소폰 주자 이정식(43)의 신보는 과연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대성당 파이프 오르간과의 듀엣이라는 독특한 편성부터가 그렇다. 형식이 내용을 결정한다는 미학의 이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유별난 편성의 듀엣이 들려주는 음악은 종교적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나아가, 그 와중에도 그는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자기 발언을 하고 있다는 점은 해묵은 곡들에게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다.



    복음 성가, 종교 음악, 재즈 등 세 가지 요소를 한 데 절묘하게 혼합시킨 이 음반은 흔히 간과하기 쉬운 재즈의 본질 한 가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즉, 재즈는 출발부터 다분히 종교적이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노예의 고단한 삶이 기독교를 만나 자연스럽게 배태된 흑인 영가(spiritual)과 가스펠(gospel) 등 다분히 종교적인 음악들은 그래서 재즈의 모태로 기능하게 됐다.



    바흐에서 듀크 엘링튼까지, 모두 18곡이 연주돼 있는 이 듀엣 앨범은 국내 재즈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할 계기다. 먼저, 이전까지는 해외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악기 편성이 꼽힌다. 또, 국내에서 기획된 음반으로서 메이저 배급망을 타고 유럽서 발매된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기독교 신자들만의 음악으로 여겨졌던 가스펠이 본격적으로 재즈화했다는 의미도 빠뜨릴 수 없다.



    저 같은 의미망 이외에도, 이 작품은 누구보다 이정식 개인에게 주는 의미가 가장 크다. 교회 장로이기도 한 이씨에게 이번 작품은 대중앞에서의 본격적 신앙 고백인 것이다. 그가 기독교적 작품을 했다면 딱 한 번, 크리스마스 캐럴들을 재즈식으로 연주한 앨범이 있다. 그러나 종교적인 색채는 완전히 사상돼 그저 흥겨운 캐럴집일 분이었다. 독실한 신자인 그에게 그 같은 상황은 언제나 깊은 갈증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앨범이 재즈 고유의 신명(스윙감)이나 즉흥감보다 텍스트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것은 그래서다.



    평소 뮤지션들과의 깊은 교류를 통해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재즈 기획자 인재진이 2002년 성탄절을 맞아 이정식에게 제의를 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촐한 악기 구성으로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자”고. 그래서 떠오른 것이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한 교회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이었다.



    그곳의 정상급 파이프 오르간 주자와 협연할 기회를 마련한 것 역시 인재진씨다. 전부터 알고 있던 호주의 예능 프로모터 헹크 반 레벤(56)에게 그 같은 희망을 말해 추천받은 사람이 덴마크의 신예 파이프 오르간 주자 외르겐 라우리센(36)이었다.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자이면서 작ㆍ편곡자, 영화 음악가로서, 일인다역의 역할을 해 내고 있는 음악가다.



    다양한 경력 중 그가 가장 자랑으로 삼고 있는 것이 재즈 베이스의 거장 론 카터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건반 악기 연주자 중 파이프 오르간과 피어노 연주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취입은 2월 코펜하겐의 유서 깊은 감리교회인 ‘예거스 보리(Jeger’s Borg) 교회’에서 사흘에 걸쳐 이뤄졌다. 일반 녹음 스튜디오가 아닌 까닭에 이 음반에서는 큰 교회 특유의 자연스러운 공간감(임장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교회 구조의 특성상 한쪽끝에 색소폰 주자가, 반대편끝에는 파이프 오르간 주자가 떨어져 연주해야 했다. 녹음 마이크는 색소폰, 파이프 오르간, 교회 중간 등 세 군데에 각각 두 개씩 배치, 모두 6개가 배치됐다. 녹음은 매일 오전 10시~ 오후 7시까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뤄졌다.



    세계 음반 시장에 내놔도 손색 없을 이 앨범은 연말게 유럽 지역의 매장에도 선 보일 계획이다.세계적 배급망을 갖고 있는 유니버설 레코드사가 재즈의 명문 ECM 레이블을 달아, 덴마크를 기점으로 해 유럽 전역에 배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정식씨는 “전반적인 침체기 속에서 부쩍 위축된 재즈가 한 번 크게 기지개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놀라운 평화’를 만나 한국의 재즈는 재즈의 시원으로, 동시에 세계속으로 한발짝 더 가까이 가고 있다.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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