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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12:28 | 수정시간 : 2003.10.05 20:12:28
  • 한나라당 추락, 날개 어디에?
    지도부 혼란 등이 원인, 최병렬 대표 리더십에 화살





    한나라당이 비틀거리고 있다. 최병렬 대표가 경선에서 새 선장으로 선출된 이후 당 조직책을 전면적으로 일신하는 등 ‘신장개업’의 기치를 올렸지만 두달도 채 안돼 지지율이 급락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의 정당 지지도를 보면 한나라당은 신당 창당 문제로 사실상 집권 여당의 지위를 포기하다시피 한 민주당에도 뒤지는 조사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식물정당(植物政黨)’보다 못한 ‘광물정당(鑛物政黨)’ 수준이다.



    한나라당은 6ㆍ26 전당대회 직후 민주당보다 무려 10% 포인트가량 앞서며 제1당의 비교 우위를 과시했지만 곧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례없는 지지도 하락세에 시달리고 민주당은 하루도 잠잠한 날 없이 분란을 거듭하는 호조건 속의 지지율 추락이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20~30대 계층과 호남지역의 외면을 주 원인으로 꼽았지만 소속 의원들은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그들은 최 대표가 ‘강력한 야당’의 슬로건으로 당선됐지만 실제 당의 운용면에서는 이와 거리가 있었다는 점이 오늘의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즉 최 대표가 구 세력의 이미지 개선과 당의 획기적 개혁 등을 통한 선명 야당으로서의 입지 구축에 실패한 점을 꼽고 있다.




    지지율 10%대의 끝없는 추락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 리서치(R&R)가 조사한 정당별 지지율 추이를 보면 정권 출범 전인 1월 초 민주당은 31.2% 한나라당은 20.2%로 나타났다. 10% 포인트의 여야 격차는 YS 집권 때인 93년 민자당대 민주당, DJ 집권 때인 98년 국민회의대 한나라당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체로 집권 초기에는 여당 우위로 나타났고 이는 대개 1년 이상 지속되곤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90%를 상회하다 거의 한달 간격으로 10% 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추세를 보이자 집권당인 민주당도 덩달아 주춤거리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을 취하는 양상을 보였다.



    4월 중순께 민주당 29.0%와 한나라당 26.6%로 오차범위 수준으로 양당 지지율이 근접한데 이어 최 대표체제 출범 이후인 7월2일에는 한나라당(33.8%)이 민주당(26.5%)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같은 기간 노 대통령의 지지율은 92.2→71.4→59.6→52.4→40.9%로 하락을 가속화했다. 노 정권에 실망한 국민이 상대적으로 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 편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결과다.



    그러나 이도 잠시. 8월5일 R&R의 조사에서는 한나라당(19.3%)이 민주당(21.5%)에 2.2% 포인트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고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는 민주당 29.6% 한나라당 24.9%였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조사에서도 민주당이 4% 포인트 가량 앞선 것으로 나왔다. 한 일간지 조사에서 노 대통령은 이무렵 24.3%의 최악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리서치 전문가는 “노 대통령 지지도가 빠지면서 무당파 층이 20%대에서 40%대로 높아졌지만 이들이 한나라당 지지로는 연결되지 않았고 고정 지지층인 TK(대구ㆍ경북)지역과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난리가 났다. 당직개편이후 조기 총선체제를 구축하면서 소장파들을 전진 배치하는 등 나름대로 변화를 꾀했고 최 대표도 야당 대표치곤 이례적으로 민생 현장을 적극 찾아다니며 이미지개선에 주력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참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과 여당이 거의 ‘죽을 쑤는’ 상황인데도 반사이익조차 돌아오지 않은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내년 총선에서의 ‘제1당 유지’ 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도마 위에 오른 최 대표 리더십





    최 대표는 8월7일 “당 지지율 정체현상은 20~30대에서 민주당에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고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3~5%에 머무르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강조한 뒤 “반통일 친재벌 노인당 영남당 이미지 극복을 위해 우리 당은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는 세부대책으로 ▦젊은 층에 대한 정책접근 ▦국회 예산심의권을 통한 예산투쟁 ▦사이버 공략강화 ▦공천방식 혁신을 통한 정치신인 문호개방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당 지도부의 분석과 楹?여론은 좀 차이가 난다.



    중진급 사이에서는 대번에 ‘최 대표의 리더십 실종’을 공격했고, 재선그룹에서도 당 지도부 측으로 화살을 돌렸다.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 대선자금 의혹에서 양길승 실장 향응 파문 등 호재가 많은 데도 당 지도부는 기껏 여당 대표를 위해 방탄국회나 열어줬다”며 “지금 우리 당은 여당 2중대이며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필패”라고 비난했다.



    다른 의원도 “리더십이 없는 최 대표 체제는 당내 비주류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이는 폼만 잡으려는 최 대표 체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반증”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최근 최 대표와 만찬회동을 가진 한 의원은 “초선을 주요 당직에 배치해 당을 허약하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도와 달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정면으로 치받았다.



    홍준표 의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호남과 젊은 층 지지율 약세가 어제 오늘의 일이냐. 최 대표 말대로라면 왜 영남에서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책정당을 앞세우면서 야당 본연의 역할인 비판을 못해 수구적 이미지인 민정당 색깔을 빼지 못했다”며 “정권에 비판적이면서 합리적인 보수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비주류로 돌아서고 있는 서청원 전 대표 측도 “이미지를 바꾼다고 지지율이 오르는 게 아니라 실체와 본체를 바꿔야 한다”며 “야당은 특히 기본적으로 공격을 주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대안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는 점이 우리 당의 핵심 문제”라고 비판했다.



    내부 의견을 종합해 보면 특검법 처리과정에서의 최 대표 등 지도부의 혼란과 고용허가제법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당내 이견 노출 등이 분열상으로 국민에게 비쳐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연패의 한나라당에서 정권창출이라는 기대감마저 상실되고 대중성 있는 차기 주자감도 없어 더욱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여당은 분란속에서도 변신을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이마저도 없이 정체돼 있는 점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 눈에는 한나라당이 대선의 연패라는 충격 속에서도 뼈아픈 자기반성 없이 집권 여당의 ‘자살 골’만 바라며 반사이익만 취하려 하는 ‘수구적 노인정당’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지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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