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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17:11 | 수정시간 : 2003.10.05 20:17:11
  • 초고가 주류 수입 "진짜 금테 둘렀네"
    1,200만원짜리 위스키 시판, 세계주류업체 한국 공략 가속화

    로열 살루트 50년산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제품은 255병. 이 중 10%에 가까운 20병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700㎖ 들이 한 병의 판매 가격은 1,200만원. 잔(30㎖)으로 계산하면 한잔에 50만원 꼴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어지간한 승용차 가격에 맞먹는 이 최고급 위스키를 8월5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나라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의 표현대로 “세계 위스키 업계의 희망”이었나 보다. 타임지는 지난해 말 스코틀랜드 위스키 업체 에드링턴 그룹 이언 굿 회장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인들은 최고의 위스키에 최고의 값을 지불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희귀함을 인정받는 최고급 위스키가 국내로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급 위스키의 대명사가 된, 소매가 100만원 안팎의 ‘발렌타인 30년’ 은 명함 조차 내밀기 힘들다.



    ‘코리안 VIP’를 겨냥한 세계 유수의 주류 업체들은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위스키와 코냑, 와인을 속속 선보인다. 불황의 한 단면을 보여주듯 올들어 소주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소식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50년산, 255병 한정생산품





    ‘1,200만원 짜리 위스키’는 발렌타인과 함께 최고급 위스키의 명성을 쌓아온 ‘로열 살루트’.



    시바스 브러더스사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를 기념해 처음 선보인 이 제품의 자존심은 남다르다. 숙성 연도를 달리해 스탠더드급(8년 이하), 프리미엄급(12년), 슈퍼프리미엄급(15년 이상) 등 등급별 제품을 선보이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로열 살루트’는 오직 ‘21년산’ 한 등급만 생산해 왔다. 대관식에서 발사된 스물 한 발의 예포를 상징하는 의미였다. 국내 백화점 시판가는 700㎖ 한 병에 21만원 가량.



    이번에 국내에 선을 보인 제품이 주목을 받는 것도 유일하게 숙성 연도를 달리해 희귀성을 높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50년산. 위스키의 숙성 연도 50년은 급격히 위스키 원액이 줄어드는 마지노선이다. 지금껏 60년산, 70년산이 나오지 않은 이유다.



    콧대 높은 시바스 브러더스사가 50년산을 내놓은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즉위 50년을, 또 ‘로열 살루트’ 탄생 50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 전 세계적으로 단 255병만이 한정 생산됐다. 이웃 나라 일본도 6병 밖에 배정 받지 못한 물량을 우리나라에서 20병이나 배정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부유층들이 고급 위스키를 선호하고 있다는 얘기다.



    ‘로열 살루트 50년산’은 50년 이상 숙성 원액을 엄선해 만든 것으로 과일향과 오크나무향이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 수입 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측의 설명. 병 외관은 잉글랜드 웨이드의 푸른 빛 도자기 위에 런던 사우스워크의 금세공 협회 장인들이 직접 순금과 순은으로 세공한 정통 예포 모양이 새겨져 있다.



    마개 역시 순금과 순은으로 만들어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오는 11일 저명 인사 등 VIP 고객들을 초청해 한 호텔에서 시음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소장 가치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좋은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 술의 가격은 8,000만원?





    글렌피딕 50년산.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위스키 중 최고가 제품으로 알려진 것은 주류 수입업체인 ㈜아영주산이 2000년 선보인 ‘글렌피딕 50년산’. 1941년 오크통 속에 넣어져 91년에 출시된 제품으로 전 세계에 500병 밖에 없는 희귀본이다.



    위스키 50년산 제품은 어느 브랜드를 막론하고 주로 기념 출시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공정 가격은 없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형편으로 주로 경매를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캐나다에서 우리 돈으로 8,000만원, 일본에서 7,500만원에 팔린 것이 시장 “鳧?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글렌피딕 브랜드 국내 런칭을 기념한 경매 행사에서 이 제품의 시초가는 2,000만원. 유력 인사 500여명에게 초청장을 발송해 경매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유찰. 본사인 윌리엄 그랜트 앤 선스사가 한국 런칭을 축하는 뜻에서 기부한 제품이기 때문에 이 2,000만원 짜리 위스키는 자선단체에 넘겨졌다.



    프랑스 고급 브랜디 술인 코냑도 1,000만원 이상 고가 주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LG백화점은 지난해 추석 700㎖ 한 병에 1,200만원의 가격표가 붙은 코냑 2병을 추석 선물용으로 매장에 내놓았다. 모두 600병만 생산된 이 제품은 프랑스 코냐크 지방 명문가 후라팡 가문이 5대에 걸쳐 100년 이상 보존해 왔으며 병 전체가 순금으로 도금돼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 설날에 1,392만원짜리 프랑스산 코냑 ‘후라팡 라벨레도’를 수입 판매하기도 했다.




    와인도 한 병에 700만원





    기념적인 의미를 떠나 상업적 목적으로 비교적 대량 양산되는 제품 중에서도 고가 주류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제품이 2000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영국산 위스키 ‘맥칼란 1946’. 세계적인 위스키 업체인 애드링턴그룹은 12, 18, 25, 30년 등 기존 4등급 외에 98년 52년 숙성 원액으로 만든 ‘맥칼란 1946’을 98년 3,000병을 보틀링했다.



    병당 판매 가격은 500만원(750㎖). 세계 최고가 위스키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라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는 맥시엄코리아라는 회사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지만, 조만간 애드링턴 그룹과 제휴를 맺고 있는 하이트맥주 계열 하이스코트사가 수입ㆍ판매권을 넘겨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와인 샤또 페트뤼스



    ‘코냑의 황제’로 불리는 ‘루이 13세’(700㎖)도 300만원의 고가에 팔린다. 프랑스 그랑 상파뉴 지방의 포도 원액만을 사용해 100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코냑으로 ‘레미 마르땡’ 제품군 가운데 최고 등급. 독특한 병 모양에도 병목 부분에 금(14K)으로 된 장식이 붙어 있어 수집가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는 수년 전 국회의원들이 외유 때 몰래 사들고 들어 와 물의를 빚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밖에 ‘카뮤’ 브랜드의 최고 등급 제품인 ‘카뮤 트레디션’(300만원), 세계 코냑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헤네시가 100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블렌딩한 ‘헤네시 리차드’(200만원) 등도 고가 주류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와인을 수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술’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브랜드 종류로만 따지자면 위스키나 코냑에 비해 오히려 고가 브랜드의 수가 더 많은 편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이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와인 제품 중 200만원이 넘는 브랜드가 ‘샤또 페트뤼스 89’(716만원) ‘샤또슈발브랑 53’(458만원) ‘로마네꽁띠’(369만원) 등 무려 11종류에 달할 정도다.



    롯데호텔은 최근 감정가 700만원짜리 최고급 와인 ‘샤토 라리트로쉴드 1945’를 비롯해 병당 100만~400만원에 이르는 와인들을 내놓고 부자들을 상대로 경매에 나서기도 했다.




    초고가 주류는 브랜드 홍보용





    이런 초고가 주류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애주가 혹은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유명 백화점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설명. 신세계백화점 주류 바이어 이상윤 대리는 “워낙 비싼 술이기 때문에 저명인사 등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구입하거나 애주가들이 소장용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기 때문에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올 4월 한 국세청 과장의 집에서 로열살루트, 발렌타인 등 고급 양주 200여병이 발견돼 물의를 빚은 사건은 이 같은 고급 양주가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흔하게 선물용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몇 백만원 쯤은 문제가 될 게 없는 진짜 부자 애주가들은 아예 매장에서 직접 술을 사서 마시는 경우도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한 중년의 남성이 매장을 찾아 300만원 가량의 위스키를 구입하더니 즉석에서 마개를 따 마셔보더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이들 초고가 술들이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은 아니다. ‘글렌피딕 50년산’을 비롯해 1,000만원을 넘는 초고가 술들은 경매에서 유찰되거나 아직까지 매장에 고스란히 전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



    비교적 공급량이 많았다는 ‘맥칼란 1946’ 역시 가격 부담(500만원) 탓인지 국내에서 시판된 지 2藪ʼn?지났지만 지금까지 판매량은 10병 미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실 초고가 주류들이 많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판매 수량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초고가 주류가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해외 주류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답은 한결같이 “브랜드 홍보용”이다.



    주류 수입업체인 아영주산 관계자는 “어차피 수입 양주는 고급 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고가 제품을 상징적으로 국내에 선보임으로써 같은 브랜드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제고하겠다는 전략인 듯하다”고 해석했다.



    1,200만원짜리 ‘로열 살루트 50년산’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국내에서 선을 보인 것도 이 제품의 판매를 기대하기 보다는 ‘로열 살루트 21년산’의 판촉을 위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부유층 고객들이 다른 어느 나라의 고객들보다 ‘고급 위스키’를 동경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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