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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32:41 | 수정시간 : 2003.10.05 20:32:41
  • [스타 탐구] '섹시스타' 김혜수

    도발적인 관능미 "자신 있으면 덤벼 봐"











    김혜수를 잘 아는 한 PD는 이렇게 말한다.



    “로비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녀가 양팔을 치켜들고 달려와 포옹을 해줬다. 흐뭇하긴 했지만 순간 정신이 혼미했다.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반가움을 표현하는 그녀의 방식이다. 김혜수는 그곳이 어디든 간에 스크린이나 잡지에서 지금 막 뛰쳐나온 듯한 생생한 역동감으로 주위 사람들을 장악한다.



    그게 김혜수의 스타일이고 언어다. 충분한 준비와 노력에서 비롯된 자신감은 최고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김혜수, 그녀가 특별한 진짜 이유를 들여다보자.



    그녀가 지나갈 때는 금가루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그만큼 화려하다. 보통의 여배우들이 범상치 않은 외모를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김혜수는 언뜻 봐도 눈부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만을 부각시키며 섹스 어필을 강조하지만 사실 가장 돋보이는 건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이다.



    특히 눈빛의 변화가 무쌍하다. 때론 맑고도 슬픈 아이의 눈빛으로, 때론 관능적인 여인의 눈빛으로 관객들을 홀린다. 반면 그녀의 입술은 참으로 소박하다. 눈매가 주는 다양성을 입술이 철저히 배반하고 있다. 화장하지 않은 생입술은 산골소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드라마 <국희>를 찍는 동안은 일부러 노메이크업된 입술을 시종일관 선보였다.



    작품의 배역에 따른 분장과 코디는 거의 동물적으로 정확하다. 지정된 코디네이터 없이도 화장과 의상은 본인이 직접 알아서 챙기고 때와 장소에 따른 센스있는 옷차림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여배우





    옷차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녀만큼 옷 입는 스타일로 대중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여자 연예인도 드물다. 각종 시상식 때마다 선보이는 파격적인, 아니 도발적인 의상은 남자 배우들로 하여금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결같이 나오게 하지만 정작 본인은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시간이 흘러 대중들도 이젠 이번 시상식 땐 김혜수가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 은근한 기대를 건다. “시상식은 배우가 가장 화려하게 보여야 할 때잖아요. 그래서 입는 것 뿐이에요. 자기 스타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창의적인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녀는 자신의 몸 전체를 사랑한다. 대사도, 표정 연기도 중요하지만 배우에겐 신체가 전부다. 그래서 틈 나는 대로 운동하면서 아름다워지고자 한다. 건강함과 섹시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이 질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고 싶지도 않다.







    “섹시함의 정의를 제대로 내려야 할 것 같아요. 배우가 섹시하면 지적으로 공허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문제고요. 소위 지적이라는 배우들에 대한 편견도 그렇잖아요. 외모나 분위기만 갖고 판단할 뿐이지 진짜 그 배우가 지적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잖아요.”



    말 잘하고 똑똑한 것도 그녀의 매력이다. 톡톡 튀는 팝콘 같은 말투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김혜수의 플러스 유>라는 토크쇼를 100회까지 진행한 이력이 있으니 조리있는 말 솜씨는 시청자들이 더 잘 안다. 학창시절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자주 가는 곳도 서점, 도서관, 학교다.



    학구열도 남달라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매체변화 발전에 따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라는 다소 난해해 보이는 석사 논문을 썼다.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종종 강의를 하기도 한다.



    영화 <쓰리>를 같이 한 김지운 감독은 김혜수를 두고 “필요 이상으로 겸손한 척 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김혜수는 자기 의사를 분명히 전하는 적당히 잘난 척 하는 배우다. 난 그녀의 이유있는 잘난 척이 좋다. 텅빈 강정이 아니라 잘 여문 황금 옥수수 같은 옹골찬 배우다.”라고 말한다.




    소녀적 감수성으로 충만한 실속파





    청소년기에는 하이틴 잡지의 모델로, 데뷔 후에는 유명배우로 한번도 스타덤의 외곽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1986년 박중훈과 열연한 <깜보>로 데뷔한 이래 <닥터봉> <찜> <신라의 달밤> 등 무수한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다. 허나 비슷한 이미지들의 반복이었다는 것을 김혜수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여의치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맘 고생도 많았다. 데뷔 이래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때’라고 말하듯 영화 <바람난 가족>의 출연 번복으로 인한 명필름과의 불편한 관계에서부터 도무지 <장희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비판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아주 많이 상처받고 아주 많이 고민한 시기이다. ‘까르르’ 터지는 웃음 소리 대신 수척해진 외모로 고뇌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실제의 김혜수와 배우 김혜수 사이엔 큰 간격이 있다. 둘 다 분명 김혜수 일테지만 지금까진 일방적으로 한쪽이 화려하게 포장돼 왔다. 대중들 앞에선 늘 ‘해피 페이스’를 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냉소적이고 자주 침잠하는 편이다.



    실상에선 방안에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눌러 앉아 언더그라운드 음악 듣는 것을 즐긴다. 밝은 영화를 좋아할 것 같지만 우울한 회색톤의 영국영화 마니아다. 섹시한 옷 차림을 즐겨입지만 정사 장면과 누드집 촬영은 극구 사양한다. 호쾌한 웃음 소리로 덤벙대는 덜렁녀 같지만 잠들기 전 매일 일기를 쓰는 감수성 충만한 소녀다.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지만 그 말속엔 담백한 진실이 녹아있다. 이제 김혜수는 그 큰 간격의 중간에 서고자 한다. 머리 좋은 영리한 배우니까 대중들이 그녀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테다. 아! 그런데 그녈 보면 자꾸 안젤리나 졸리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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