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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5 20:33:18 | 수정시간 : 2003.10.05 20:33:18
  • [재즈 프레소] 류복성, 재즈 인생 45주년 결산






    1970년대의 인기 수사극 ‘제 5전선’의 시그널 음악을 연상케 하는 긴박한 봉고 연주가 곡의 도입부를 장식한다. 곧 이어 아피토(삼바 음악에 쓰이는 호각) 소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분위기를 고조시킨다(‘Bongo Fever’). 유복성의 봉고는 더욱 격렬해 진다. 손자의 재롱 감상이 제격일 나이에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걸까?



    봉고 등 라틴 타악기 전문 주자로 한국 재즈계의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해 온 그가 재즈에 입문한 지 어느덧 45년이다. 재즈라고 뭐 중뿔난 게 있나. 재즈 역시 장기 불황속의 난국이다.이런 때 그는 오히려 보란듯 큰 무대를 펼쳐 스스로 모범이 되기로 했다.



    최근 발매된 ‘류복성, 서울 콘서트 실황’은 이제 61세가 된 자의 재즈 찬가이다. 여기에 무대까지 펼친다 하니 노익장의 표본이다 싶다. 주체 못 할 열정은 이미 라이브 CD에서 판명된 바다. 13곡의 수록곡에서 그는 폭발적인 봉고 연주와 걸쭉한 노래 실력으로 노장은 결코 죽지 않음을 입증해 보였다.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주제곡에 이런 가사를 붙였다. “우린 만났지/재즈 클럽에서/처음 본 순간/우린 뿅 갔지”노래라기 보다는 제멋에 겨워 아무렇게나 부르는 타령이라 해야 더 걸맞겠다. 이어 귀에 익은 주제 선율을 부르고는 계속한다. “너를 사랑해/정말 좋아해/사랑하고파/재즈 클럽에서.” 그리고 그의 스캣이 이어 진다. 터져 나오는 웃음 소리 들린다. 6순 사내의 능청이 밉지 않다는 증표다.



    한껏 기분 좋게 취한 술꾼의 주정을 닮은 곡 ‘테킬라’는 어쩌면 유복성의 정서나 취향에 가장 부합될 지도 모른다. 한껏 흥이 나 그는 노래한다. “아무리 괴로워도 봉고를 치면은/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다 잊혀져’. 바로 자신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최대의 히트곡이라 해도 좋을 ‘혼자 걷는 명동길’이 객석을 장악하는 힘은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전주가 조금 나갔을 뿐인데도 객석의 박수와 환호가 가당찮다. 유복성의 걸걸한 보컬에 이번에는 두명의 낭자가 가세한다. 정말로와 웅산. 국내 재즈 보컬로는 최고의 반열이다. 웅산이 전형적 흑인 소울풍의 목소리로 따라가니, 정말로는 재즈 가수의 상징인 스캣 보컬로 화답한다.



    웅산의 중량감은 인기 보사노바 ‘안토니오의 노래’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흔히들 감미롭게 부르기 일쑤인 이 곡을 웅산은 까실까실하면서 쉰 듯한 목소리로 불러, 새롭게 탄생시킨다. 가만 있을 정말로가 아니다. 명곡 ‘서머 타임’을 부르는데, 처음에는 느린 스캣에서 시작하더니 격렬한 록으로 바귄 리듬에 따라 귀로 따라잡기도 힘들만큼 빠른 스캣을 난사한다.



    그 스캣은 보사노바의 명곡 ‘Agua de Beber’를 만나 본격적으로 나래를 편다. 사람의 소리인 지 악기 소리인 지, 때로는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다. 라틴 리듬으로 나아가다 중간에 록 리듬으로 변하는 그 곡에서도 유복성의 카랑카랑한 봉고 타격음이 유독 돋보인다.



    음반은 예기치 못한 선물을 준비해 두었다. 윤복희가 그 히든 카드. ‘Days Of Wine & Roses’로 중장년의 가슴을 파고드는 윤복희의 노래는 흔히 알려져 있듯 뮤지컬이나 유행가 가수가 아닌 또 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재즈 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그 동안 국내에서는 재즈 가수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는 살기 힘들었던 세월이 담겨져 있는 목소리다. 윤복희는 그러나 개인 사정으로 이번 무대에는 서지 못 한다.



    이 음반은 독특한 이중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나이가 양분돼 있는 것이다. 무대 위의 레퍼터리는 사실 중년층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무대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은 청장년층이 압도적, 아니 절대적이다. 윤복희가 관객에게 했던 말이 그를 입증한다.



    “여기는 전부 나보다 밑이군요.” 물론 아래라도 한창 아래가 관객의 대다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묵은 레퍼터리가 재즈의 옷을 입고 새롭게 태어나 지금 한국의 청년층을 흡인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풍경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현상이다.



    대단히 한국적 정황들을 깔고 있는 이 기념비적 음반은 무대라는 또 다른 버전으로 소개된다. ‘류복성, 45주년 기념 콘서트’가 그것이다. 이정식, 정말로, 웅산이 특별 출연한다. 8월 19~20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02)543-3482~3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0-0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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