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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09:38:36 | 수정시간 : 2003.10.06 09:38:36
  • [스타탐구] 장동건

    이 남자에게 빠져들고 싶다











    “당신 뭘 믿고 그리 잘 생겼어?” 얼굴을 보는 순간 괜한 시비를 걸고싶은 남자 장동건.



    반듯한 이마, 얼굴 가운데로 뻗어 내린 오똑한 콧날, 짙은 눈썹. 작정하고 만든 조각상 같다. 오죽하면 여자들이 잘 생긴 남자를 표현할 때 “그 남자 장동건처럼 생겼어?”라고 말할까. 데뷔 10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이브의 모든 것’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스타다. 출중한 겉모습 만큼이나 내면도 멋진 배우인지 들여다보자.




    너무 잘 생겨서 불편한 남자



    장동건과 몇 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는 매니저가 투덜댄다. “자다가 새벽에 깨어나서 자고 있는 동건이 얼굴을 보면 괜히 화가 날 때가 있다. 어떨 땐 정말 사람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가 봐도 잘 생긴 얼굴이라는 말이다.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 우수 가득한 커다란 눈망울은 다분히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보는 이를 제압한다.



    그러나 인정할 건 인정하자. 그간 미디어는, 그리고 대중들은 꽃미남과 톱스타라는 산업적 수식어 속에 그를 너무도 오래 가둬 놓았다.



    장동건은 ‘미남 배우’라는 꼬리표에 숨막혀 했고, 매체 인터뷰에서도 간간히 “외모가 짐스럽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잘 생긴 얼굴이 부담스럽다니, 생각만큼 안(?) 생겨 답답한 남자들에게는 대단히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지만 이미지의 변신을 꾀하고자 하는 배우라면 가질 수도 있는 생각이다.



    90년대 초반, 당시 인기스타였던 김민종의 대타로 MBC <우리들의 천국>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방송물을 먹게 된 장동건은 순전히 호기심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배우의 꿈을 특별히 가져 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TV 보는 것을 그렇게 즐기지도 않았다.



    다만 짧은 시간 애쓴 것에 비해 두둑히 나오는 출연료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돈으로 공부하고 밥 사먹고, 친구들도 만났다. 물론 부모님께도 나눠드리고.



    그러던 어느 날, 연기를 즐기고 있는, 연기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어? 이게 아닌데…. 아~ 저 부분에서는 저렇게 연기하면 안 되지.’ 자기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모니터링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작품마다 한결같은 유약한 미소년의 이미지도 지겨웠다. 그 때부터 장동건의 고민은, 갈증은 시작됐다.




    이명세 감독 만나며 연기에 눈 떠









    존경하던 이명세 감독을 만난 것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꽃미남 청춘스타’에서 몇발짝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연기에 개안한 셈이다. 스크린을 장악한 주연이 아니라 주인공 박중훈과 안성기를 빛나게 하는 조연으로 열연한 그는 이 영화로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영화가 소개된 미국 뉴욕 현지의 평론가들로부터 ‘가능성있는 동양 배우’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때 나는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한뼘 넓어진 느낌을 받았다. 그 후 출연작 선정도 신중해졌고 다른 사람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찍으면서는 본격적인 연기자의 궤도에 올라서게 된다. 삐딱한 표정으로 준석(유오성)을 향해 “내가 니 시다바리가?”라며 되묻는 장면과 “니가 가라. 하와이.”하며 냉소적인 일갈을 날리는 장면은 각종 패러디 유머까지 생산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까까머리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쏟아내는 장동건은 더 이상 얼굴만 이쁘장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 여세를 몰아 그는 <해안선>이라는 김기덕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 캐릭터 영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마이너 영화 감독에 대한 메이저 배우의 특별한 애정’이라는 말까지 낳으며 그야말로 소신껏 연기해 한 인간의 광기어린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몸은 몇배로 힘들었지만 마음은 몇배로 편안해 졌다.




    "동건이?신사다"





    겸손한 말과 행동도 믿음직스럽다. 명실공히 ‘범아시아적 스타’지만 성실한 모습으로 한국영화를 지키고 있다. 일종의 거들먹거림이나 왕자병 증세없이 “모두가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하는 공손한 모습은 그가 실제로도 어질고 착한 사람일 것이라는 대책없는 믿음을 준다.



    배우 박중훈은 “동건이는 신사다. 비록 후배지만 나는 그의 인격을 존중한다. 처음엔 너무 착하고 한결같아 숙맥인줄 알았다. 그러나 언제나 예의바르고 점잖은 그를 보면 고개가 숙여진다. 충고를 하자면 변신도 중요하지만 배우 장동건만이 할 수 있는 ‘멋있는 연기’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박중훈이 말한 장동건의 그 ‘멋있는 연기’를 조만간 관객들은 볼 수 있을 듯 하다. 강제규 감독이 <쉬리>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태극기 휘날리며>에 원빈과 출연,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형제간의 우애를 보여주게 된다.



    국내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해외마케팅을 겨냥한 큰 프로젝트로 촬영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 장동건의 연기가 극명하게 드러날 확실한 시험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한석규, 송강호, 설경구 등 비미남형 배우들이 개성있는 연기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요즘 영화계에서 장동건이 살아남을 길은 자기발전 밖에 없다.



    미국의 톰 크루즈 역시 시작은 칵테일 잔을 흔들며 여성을 홀리는 꽃미남 배우였지만 폴 뉴먼이나 잭 니콜슨, 더스틴 호프만 같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연기를 알았고, 지금은 연기력을 인정받는 최고의 흥행배우가 됐다. 장동건 역시 충무로의 걸출한 선배들을 마구 마구 귀찮게 하는 부지런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건 조각같은 잘생김과 더불은 진정한 배우의 향기일테니.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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