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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09:46:17 | 수정시간 : 2003.10.06 09:46:17
  • [재즈프레소] 그룹 '야타'의 새출발






    “요즘은 사람들이 슬픔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 잖아요. 꼭 슬픔은 아니라 할 지라도, 뭔가 정제되고 가라앉은 정서가 더욱 필요한 때죠.” 적잖은 사람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이 버거움으로 다가 오는 시기다.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이 이 우울한 시대에 바치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가 이끄는 ‘야타’가 최근 발표한 첫 앨범 ‘Yata 1’은 정통 재즈를 지향하는 그룹다운 활기찬 작품이 주조다. 놀라운 테크닉의 기타 주자 정재열, 사물놀이에 푹 빠진 드럼 주자 벤 볼 등 정통재즈 뮤지션의 작품이 8편의 수록 작품 중 6곡이다. 즉흥성과 공격적 연주를 최대의 무기로 내세우는 하드 밥 계열의 재즈다. 연주자 서로 더 이상 털어 놓을 것 없는 경지로까지 밀어 부치는 하드 밥은 재즈의 진실 게임이다.



    그러나 듣는 이의 심정을 잡아 끄는 것은 맏형 임씨가 지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일 지도 모른다. ‘밤에 떠난 여행’, ‘다시 떠난 여행’. 정돈된 정서가 주조이다가,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작품이다. 보사노바와 발라드 재즈 등 팬이 아니더라도 쉽게 와 닿을 법하다. 그 가운데서 들리는 정재열의 기타 속주 즉흥이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임인건은 “나에게로 향하는, 내 속에서 떠오르는 느낌들을 되살려 냈다”고 말했다. 형식이나 장르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 신작에 대해 “우리 팬들을 위한 마음으로 받아 들여 달라”고 말했다.



    정통 재즈를 지향하는 그룹 ‘야타’는 창단 이래 6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나름의 팬을 확보했다. 앨범 발표 직후 가졌던 콘서트가 그 사실을 어느 정도 말해 준다. 6월 단 하루 동안 대학로의 알과핵 소극장에서 가졌던 콘서트였다. “대관료는 우리 주머니를 털어서 마련했어요.” 그들은 인기와는 인연 없는 밴드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그러나 인터넷, 대학 동호회, 재즈 클럽 등에 홍보한 덕에 200여명의 관객을 확보하고 콘서트는 성공했다.



    이제 1집을 내게 된 야타는 결성한 지 6년째가 되는 노련한 밴드이지만, 인기와는 인연이 없다. ‘하드 밥’이라는 생소하면서도 어려운 장르를 들고 나온 때문이다. 자연히 클럽 등 일반팬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그러나 바로 그 시점에서 리더 임인건은 배움의 길을 따라 현지행을 택했다.



    캐나다 출신의 단원인 볼과 함께 캐나다로 뜬 것이 1999년. 토론토시의 한인 타운에서 자취하며, 그는 음반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곳의 재즈 피아니스트 브라이언 딕슨과 돈 톰슨을 찾아 갔다. 볼의 통역으로 매주 1~2회 거장들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1년여의 배움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 지를 확실히 알고, 평정한 마음으로 연주하는 것이 최고의 연주라는 진리였죠.” 하드 밥, 폴리 리듬, 복합 화성 등 난해한 현대 재즈의 이론을 마스터 해 연주하면서 그는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



    “격렬하게 연주하고 나면 얻어지는 고요의 경지를 느꼈죠.” 그것은 해 보고 나니 너무 단순한데, 괜히 어렵게만 생각해 왔다는 자각이었다. 짬이 날 때마다 음악을 듣고 자연을 보고, 그것을 선율화해 내는 작업. “여행 가서 지는 해를 보며 갑자기 목이 매어 오는 그런 감동의 시간을 함께 해 보고 싶었어요.” 그 자신은 한 단계를 훌쩍 뛰어 넘고 왔지만, 야타의 활동이 곧 바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모처럼 고향 캐나다에 돌아 온 벤 볼이 그 곳에 남아 있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서울로 온 임인건은 전부터 알고 있던 뮤지션을 그때 그때마다 불러 활동하는 그룹 ‘임인건 프로젝트’를 만들어 리더로 활동해 갔다.



    야타가 다시 모인 것은 벤 볼이 고향에서 재즈를 파고 돌아 온 2002년이다. ‘천년동안도’, ‘야누스’, ‘클레’ 등 클럽 활동을 통해 다시 팬들을 확보해 가고 있었다. 소문을 들은 백제예술대에서 그와 볼을 실용음악과 교수로 초빙, 야타는 교수가 둘 있는 밴드가 된 셈이다.



    서구적 감성을 추구하는 한국인, 한국 전통 음악에 푹 빠진 캐나다인 등이 어울려 묘한 균형을 취하고 있는 야타 밴드가 생산해 낼 독특한 재즈 콘텐츠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3-10-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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