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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09:49:12 | 수정시간 : 2003.10.06 09:49:12
  • [맛이 있는 집] 안국동 로마네 꽁띠
    전통 한옥에서 즐기는 프랑스 요리와 잘 익은 와인 한잔







    와인바라고 하면 어두운 조명에 재즈 선율이 흐르는 강남의 어느 카페를 떠올린다.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갖추고 저마다의 입맛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와인 문화는 오랫 동안 강남권에 속해 있었다.



    체질적으로 강남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의 옷을 걸친 것처럼 어색하고 압구정이나 청담동 같은 거리에 서 있으면 낯선 곳을 찾은 이방인의 심정이 된다고 한다. 강북이 주 생활권이고 종로와 신촌, 대학로 등지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 가운데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우스갯말로 떠돌았던 것처럼 단지 강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와인바의 유행은 강남이지만 강북 역시 최근 1~2년 사이 와인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들이 제법 많아졌다. 그전에는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야 겨우 볼 수 있던 세계 여러 곳에서 온 와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와인 셀러까지 갖춘 강북의 와인 바들은 강남과 달리 독특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우선 안국동, 삼청동 등 비교적 옛 한옥집들이 많이 남은 동네에 터를 닦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겉모습은 전통 한옥인데 내부는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꾸미고 와인과 프랑스 요리, 혹은 이탈리아 요리를 내놓는다. 한식과 와인을 자연스럽게 매치 시키는 곳도 있다.



    강북 와인바의 대표 주자로 로마네 꽁띠를 꼽아도 좋을 성싶다. 단아한 한옥집을 손봐서 예쁘장한 와인바로 만든 지 1년 정도. 입소문을 듣고 이 집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이다. 한옥과 와인의 만남이 자칫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늘로 뻥 뚫린 안마당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와인 한잔에 끝없는 얘기를 나누기에 제격이다.



    와인바와 갤러리를 겸하고 있는데 한 달에 한번씩 전시 내용이 바뀐다. 건물 안팎에 걸린 그림에도 눈길을 주고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마당 한 쪽에 자리한 벽난로 위에 익살스런 표정의 흙인형들이 웃고 있다. 프랑스에서 직접 들여왔다는 와인 저장용 오크통 두 개가 기와 지붕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정다워 보인다.



    로마네 꽁띠는 와인을 이용하는 프랑스 전통 요리 가운데 대여섯 가지를 메뉴에 올려놓고 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뽁 오 악티쇼(Porc aux Artichauts)를 마당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돼지고기 속에 베이컨, 검은 올리브, 송이버섯, 악티쇼(프랑스 요리에 자주 쓰이는 채소의 한가지)를 넣고 와인에 져낸 뒤 도톰하게 스테이크 크기로 잘라 담고 송이와 마늘 볶음을 곁들인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찐 돼지고기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은은한 와인 향기가 배어 있다. 고기 위에 뿌린 소스는 간을 맞추고 고기 맛도 한층 살아나게 한다. 매운 맛이 사라질 만큼만 굽듯이 볶아낸 마늘 향도 좋다. 레드 와인을 한잔 곁들여 느긋하게 요리와 와인 맛을 음미하는 것도 좋겠다.



    로마네 꽁띠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생산하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포도주 이름이다. 하지만 로마네 꽁띠에는 로마네 꽁띠가 없다. 대신 프랑스 와인과 함께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칠레, 호주 등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지하 셀러에 보관중이다. 값비싼 희귀 와인을 맛보기 보다 제대로 된 와인 문화를 맛보라는 주인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입력시간 : 2003-10-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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