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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09:57:43 | 수정시간 : 2003.10.06 09:57:43
  • KT&G의 위기와 도전
    금연 열기 확산으로 위상 추락, 마약소굴 인식엔 자괴감마저







    “엄마는 왜 마약 회사에 다니느냐고 물어 왔을 때, 얼마나 난감했는지 몰라요.” 8월 20일 오전 대전의 KT&G 직원 연수원.



    연수에 참여한 100여명의 직원들이 회사에 건의할 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한 주부 직원이 “담배가 마약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자녀들까지도 수치스럽다는 듯 묻는다”며 털어 놓은 이야기다.



    그녀는 이어 “이 같은 사회적 인식에 대해 회사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라고 비난조로 물었다.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한 직원은 벌떡 일어나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신이 회사에서 옷을 벗는 것이 대응책 아니냐”고 주부 직원을 마구 공격했다. 직원으로의 사명감을 놓고 벌어진 논란은 개인 감정으로 비화되면서 1시간 여 끊이지 않은 채 계속 이어졌다.




    담뱃재조창이 마약 소굴?





    죽느냐 사느냐. 최대의 위기다. KT&G (옛 담배인삼공사) 104년 역사에 요즘 같은 위기감은 없었다. 담배 꽁초 끝까지 불기운이 타고 오르는 형국이다.



    담배에 대한 비판과 구박, 질타는 사회 전반에 이미 만연돼 있다. 예전엔 “담배 끊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엔 반대로 “담배를 끊지 않는 사람이 더 독한 사람”이랄 만큼 흡연자들은 건물에서 거리로 내몰렸다. 흡연율 역시 사회 전반에 깔린 금연 분위기 덕에 예년보다 7% 정도 줄었다.



    담배 제조 회사를 바라보는 눈 역시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 회사 내부에서 조차 의견이 갈릴 만큼 담배는 마약 같은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세수(稅收)의 최대효자 였던 담배 제조창이 마약 소굴로서 위상이 추락될 만큼 시대적 소용돌이는 참담하다.



    이제 긴 터널 속으로 빠져들면서 담배는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인가.



    서울 강남 대치동 코스모타워 KT&G 본사. 19층에 위치한 기획조정실은 담배연기로 자욱한 채 공기 청정기만 힘차게 돌아 간다. 앞뒤로 꽉 막힌 벽과 벽 틈 사이에서 KT&G의 미래 경영을 설계하고 있는 이영태 기획조정실 실장은 줄담배를 끊지 못하는 지독한 골초다.



    담배 피해 소송 등 각종 법무 사항, 국회ㆍ정당ㆍ정부 등 산업 정책과 관련한 대외 업무에만 자신의 일과중 50%를 쏟아 부어야 할 만큼 사회적 여건은 이미 담배 제조업체를 궁지에 몰아 넣고 있다. 최근 이 실장 옆 자리에는 각종 소송 등을 대비해 뽑은 자문 변호사가 법무팀장으로 새롭게 앉은 것만 봐도 현 위기가 실감된다.



    그의 나머지 50%는 KT&G의 전략기획과 경영조정 업무다. 그 50%에 대해 그는 “담배 사업은 결코 포기 안 한다”며 ‘담배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중대 전환기, 수출로 돌파구





    KT&G는 지난해 12월 완전 민영화 이후 과거 경영 패러다임을 탈피해 새로운 환경의 틀에 경영의 포커스를 모으고 변화를 추구하는 전환기에 봉착했다.







    KT&G는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16.5% 증가한 1조258억원의 매출, 전년 동기보다 41.2% 늘어난 2,64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주가 2만8,000원에서 출발한 KT&G주는 현재 2만원 대로 뚝 떨어져 주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올들어 담배 가격인상 조치 이후 서서히 주식 가치를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 외국담배 회사들이 국내에 제조공장을 세워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면서 가뜩이나 줄어든 담배수요 파이를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KT&G의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은 77.1%다. 2,3년 전에 비해 평균 10%이상을 외산 담배에게 내줬을 만큼 위기의 불길은 발등에 떨어졌다. 결코 70% 벽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 KT&G의 각오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내수시장의 치열한 경쟁때문 이다.



    위기를 등에 업고 KT&G는 밖으로 눈을 돌렸다. 우즈베키스?등 중앙아시아와 이란 등 중동 담배시장의 잠재력은 KT&G에겐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탈출구다. 이영태 실장은 “담배 수출이 금년 말까지 300억 본에 달해 내수 730억 본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2005년 중국 담배시장까지 개방할 경우 향후 5년 후에는 수출 물량이 내수시장 규모를 앞지를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올 정도다.



    국내 담배 시장의 위기를 해외에서 해소하겠다는 성장 전략인 셈이다. KT&G는 이를 대비해 해외사업본부의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례로 최근 터어키 담배공사인 테켈(Tekel)의 민영화 작업에 KT&G는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현지 인수 전에 뛰어들 만큼 해외 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영진약품 인수등 공격경영





    이와 함게 담배 산업의 한계를 탈피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려는 대변신의 의지도 표면화되고 있다. 담배와 인삼외에 신성장 산업인 첨단 바이오산업과 부동산 개발, 식품 등에 대한 사업 다변화 방안이다. KT&G의 대변신은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가 2002년 매출의 42%를 담배 이외의 식품과 주류사업 등에서 올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KT&G는 8월14일 영진약품을 146억원에 인수키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세계적 에이즈 백신개발업체인 미국 벡스젠과 합작회사인 셀트리온에 188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KT&G는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와 영진약품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 산업분야를 핵심 성장산업으로 키워나갈 야심찬 계획을 수립 중이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셀트리온, 라이프엔자 등에 대한 출자에 참여한 KT&G는 이미 이 분야 연구개발력을 확보한 상태로 인삼공사 등에서 축적된 연구성과의 제품화에도 영진약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때 제약업계 3위 자리까지 올랐던 영진약품의 유통망까지 가세할 경우 KT&G가 제약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대두될 정도다. 하지만 신약개발 등 장기간의 투자를 요하는 제약산업이 열매를 거두기 위해선 막대한 투자와 소요기간이 필요하다.



    또 식품 분야에서는 1999년 분사한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가 홍삼을 이용한 한방복합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건강식품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KT&G는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부동산 사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현재 KT&G의 부동산 보유자산은 전국에 토지 354만㎡로 장부가액이 2,999억원, 건물이 170만㎡로 3,59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막강한 부동산 자산을 새로운 부동산 개발사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영태 실장은 “담배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맞아 KT&G는 내부적으로도 위기 의식이 높다”며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 듯,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 바람직한 열매를 맺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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