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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0:12:38 | 수정시간 : 2003.10.06 10:12:38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무사카
    은은한 맛의 가지와 양고기, 소박한 음식문화 엿보여







    외국에 정착해 사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자국 문화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같은 민족끼리 뭉쳐 고국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일은 낯선 땅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애착은 현지에서 태어난 그들의 자녀가 성장하면서 갈등의 근원으로 작용하곤 한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껍질을 한꺼풀 들추면, 그 속에 이민 가족의 세대 차이가 드러난다. 주인공 툴라는 어린 시절 걸스카우트에 들어가는 대신 그리스어를 공부해야 했고, 점심으로 싸온 무사카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



    예쁜 백인 소녀들이 웃고 떠드는 자리에 촌스러운 툴라가 낄 자리는 없었다. 나이 30이 되어서도 툴라는 여전히 커다란 안경에 칙칙한 옷차림으로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했던가. 레스토랑에 온 잘생긴 미국인 이안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툴라는 자신의 삶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한 툴라. 안경을 콘텍트렌즈로 바꾸고 예쁜 옷도 사 입는다. 여행사에서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 된 툴라는 더 이상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다. 하늘이 도우려는지, 차마 다가서지 못했던 이안도 툴라에게 관심을 보이고 생전 처음 달콤한 로맨스까지 시작한다.



    그러나 툴라가 미국인과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펄펄 뛴다. 그리스 여자의 세가지 의무는 그리스 남자와 결혼해서 그리스계 아이를 낳고, 그리스 음식을 해먹이는 것인데 감히 미국인과 결혼하겠다니…. 다행히 이안이 그리스 정교로 개종을 하고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아내면서 일은 풀리는 듯 싶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신랑에게 침을 뱉고, 멀쩡히 웃는 얼굴로 ‘죽여버리겠어’라고 하는 정도는 차라리 애교다. 조용히 식사만 할 줄 알았던 부모 상견례는 사돈의 팔촌까지 모인 시끌벅적한 파티가 되고, 점잖은 이안의 부모는 이모가 거듭 따라주는 독주에 정신을 잃고 만다. 이 틈에서 가장 난감한 사람은 툴라이다.




    우리네 시골풍경을 보는 듯





    미국인들의 삶에 동화되고 싶었던 툴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리스 문화를 부끄럽게 여기고 말았지만 적어도 음식문화에 있어서 만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입맛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그리스 음식은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패스트푸드에 비하면 훨씬 맛있다.



    지정학적 영향 때문인지 다른 유럽 음식들에 비하면 동양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그리스 음식은 소박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을 자랑한다. 올리브기름을 듬뿍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지중해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도 빠질 수 없는 별미.







    그리스의 대표적인 요리로는 무사카(Mousaka) 수블라키(Souvlaki)가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무사카는 종류도 여러가지이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가지를 이용한 무사카이다. 얇게 썬 가지와 다진 양고기, 화이트 소스와 치즈를 층층이 얹어 오븐에 구워낸 것으로, 은은한 가지 맛이 식욕을 돋군다.



    가장 대중적인 수블라키는 큼직하게 썬 양고기와 각종 야채를 꼬치에 꿰어 구운 것인데 길거리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요리 중 하나이다. 그 외에 포도잎에 쌀과 고기를 채운 돌마데스, 오징어 튀김인 칼라마라키아 등도 유명하다.



    스페인이나 남미처럼 시에스타의 습관이 있는 그리스인들은 저녁 8, 9시경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한다. 양 한마리를 통째로 굽고, 독한 술을 반주로 느긋하게 저녁을 먹는 모습은 왠지 우리네 시골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흐뭇해지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나의…’에 나오는 그리스인들의 문화와 생활방식은 한국인과 꽤 닮았다. 가족의 결속력을 중요시하는 모습 뿐 아니라, 가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아버지를 비롯해 수다스럽고 참견하기 잘하는 어머니나 이모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물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재미동포 사회를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하다고 하는 것일까?




    ♠ 무사카 만들기





    -재료: 가지 1개, 다진 양고기(쇠고기로 대체해도 좋다)300g, 양파 한개, 마늘 세쪽, 홀토마토 300g, 월계수잎 1개, 우유 1컵, 밀가루 두 큰술, 버터 두 큰술, 올리브유, 파르메잔 치즈



    -조리법:



    1. 가지는 얇게 썰어 올리브유를 바르고 팬에 엷은 갈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2. 소스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양고기와 으깬 홀토마토를 첨가하고 월계수잎을 넣어 끓인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3.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볶다가 우유를 조금씩 넣고 풀어가며 화이트 소스를 만든다.



    4. 그라탕 접시나 오븐 용기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가지와 2의 미트소스를 차례로 얹은 다음 마지막에 가지로 표면을 덮고 화이트 소스를 듬뿍 뿌린다.



    5. 파르메잔 치즈를 뿌린 후 오븐에 40분 가량 굽는다.

    입력시간 : 2003-10-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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