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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0:16:40 | 수정시간 : 2003.10.06 10:16:40
  • [주말이 즐겁다] 봉평
    소금 뿌린 듯… 당신이 주인공, 장터기행도 재미난 체험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











    바야흐로 ‘하얀 가을’이 다가왔다.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도 봉평. 초가을로 들어서면 이 고을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새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눈부신 날엔 생애에 단 한번뿐인 사랑을 찾아 다니던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하얀 가을 벌판을 발이 시리도록 거닐어보자.



    가산(可山) 이효석(1907~1942)은 1932년쯤부터 경향문학에서 벗어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했다. 1936~1940년 무렵은 가산의 절정기. 대표적인 작품들이 거의 이 시기에 나왔고, 가을마다 이방인을 봉평으로 끌어들이는 ‘메밀꽃 필 무렵’도 이 무렵인 1936년 <조광> 10월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봉평 장에서 메밀막국수 한 그릇





    봉평 장터는 효석문화제 초대장을 받아들고 찾아온 방문객들을 소설 속으로 이끄는 공간. 장돌뱅이를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된 허생원이 한번도 빼놓지 않고 들렀던 곳이다. 충줏집과 수작하던 동이를 후려친 허생원의 한숨 소리와 늙은 나귀를 괴롭히던 장터 아이들의 짓궂은 웃음소리가 메밀꽃 향기에 실려온다.



    가산공원 한쪽에 충줏집을 복원해 놓았다. 흥정천 개울가에 초가집으로 30년대를 재현한 재래장터와 먹거리촌은 과거와 현재가 혼재한 공간이다. 허생원이나 동이처럼 장터를 거닐면서 장돌뱅이가 되기도 하고, 국수틀을 직접 누르며 직접 메밀국수를 만들어내는 체험도 재미있다.



    개울엔 소설 속 분위기를 재현해놓은 징검다리와 섶다리가 걸려있다. 개울을 건너면 목욕하려던 허생원이 메밀밭 위로 쏟아지는 하얀 달빛을 피해 들어섰다가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쳐 ‘무섭고도 기막힌’ 하룻밤 인연을 맺은 물레방앗간이다. 시쳇말로 우연찮은 ‘원나잇 스탠드’를 잊지 못하고 평생을 그리워하던 허생원의 연애담을 상상하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방앗간을 기웃거린다.



    물레방앗간 둘레로는 온통 메일밭이다. 메밀밭이 산허리까지 들어차 개울가고 어디고 온통 하얀 꽃이 지천이다. 온통 ‘소금을 뿌려놓은 듯한’ 바로 그 광경이다. 허생원과 성처녀와의 하룻밤 운우지정도 이렇게 빛나던 메밀꽃 때문이었으리라. 이 부근의 6만여평을 포함해 올해 봉평 전체에 조성된 메밀밭은 무려 15만평에 이른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효석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생가는 최근 문을 연 효석문학관에서 1.5㎞쯤 떨어져 있으니 천천히 걷는다 해도 20분이 채 안 걸린다. 메밀꽃 핀 펑퍼짐한 들판에 덩그마니 서있는 효석 생가는 강원도 산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집이다. 1913년 당시 봉평면장이었던 효석의 부친이 이 집을 넘기고 도회지로 떠났다.




    흥정계곡 허브나라도 가 볼만









    올해로 다섯 번째인 효석문화제는 9월 5일부터 14일까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 행사 기간 중엔 ‘이효석문학상 시상’과 ‘가산문학 심포지엄’ 등을 비롯, 열린조각 경연대회, 미술초대전, 시화전 등의 문화예술체험, 민속놀이, 메밀음식마당, 봉숭아 물들이기, 전통장터 재현 등의 전통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메밀꽃 필 무렵’ 영화 무료 감상과 가산 이효석과 봉평에 관한 영상물도 상영한다.



    봉평 주변엔 볼거리도 많다. 봉평면 소재지에서 횡성 방향으로 3㎞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평창무이예술관(033-335-6700)은 폐교를 활용한 이색 예술관. 운동장엔 갖가지 대형 조각품이 전시되었으며, 도자기를 굽는 전통가마 등 예술가들의 작품활동 장면을 직접 볼 수 있고, 방문객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흥정천 상류 계곡가에 자리잡은 봉평 허브나라(033-335-2902 www.herbnara.com)는 1995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허브농장. 허브로 만들어진 차와 요리를 맛볼 수 있고, 각종 허브 공예품이나 방향제 등도 구입할 수도 있다.



    또 평촌리 국도변엔 율곡 이이(1536~1584)를 모신 봉산서재(蓬山書齋)가 있고, 조선 4대 명필로 꼽히는 봉래 양사언(1517~1584)의 체취가 묻어 있는 팔석정 경관도 좋다.




    현대막국수





    봉평 장터 한쪽에 자리잡은 현대 막국수는 외지인들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막국수 전문 식당. 양파즙에 식초를 비롯한 갖은 양념을 한 막국수 양념은 들기름을 적당히 섞어 고소하면서도 아주 향긋하다. 또 육수는 무즙, 양파즙, 배즙을 써서 만드는데, 시원하고 개운하며 구수한 맛이 난다.



    막국수에 따라나오는 열무와 무 등의 밑반찬은 주인이 손수 길러서 내놓는 무공해 야채로 담근 것이다. 면에 밀가루를 섞은 메밀과 100퍼센트 순메밀이 있다. 메밀국수(3,500원), 메밀비빔국수(4,500원) 순메밀국수(5,000원). 전화 033-335-0314




    ▲ 교통 - 영동고속도로 장평 나들목→6번 국도(횡성 방향)→6㎞→봉평장터. 국도를 이용할 경우엔 서울→6번 국도→양평→횡성→봉평을 잇는다.




    ▲ 숙식 - 허브나라 가는 길목의 흥정천 입구엔 예쁜 펜션과 민박집이 제법 많다. 그러나 축제 기간 중엔 방 잡기가 어렵다. 휘닉스파크쪽이나 대화면으로 이동해서 잡는 게 낫다. 장터 부근의 미가연(033-335-8805)은 메밀싹 비빔밥이 유명하다. 봉평장은 2,7일, 진부장은 3,8일, 대화장은 5,10일에 선다. 행사문의 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42, 효석문화제위원회 033-335-2323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3-10-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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