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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0:21:40 | 수정시간 : 2003.10.06 10:21:40
  • [시네마 타운] 남남북녀
    날라리 男의 요조北女 공략법





    서구에서 ‘동양’을 발견,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명명한 후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타자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여기에서 ‘타자’는 때로는 주체에 비해 열등하고, 때로는 신비한 존재인데 성별이 없는 무엇을 가리키기보다는 성별에 따른 권력 서열에 따라 자주 ‘여성’으로 대변되었다.



    그런데 서구의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동양도 서구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그대로 답습, 자신과 서구의 강대국을 제외한 국가를 주저 없이 ‘여성화’한다.



    북에서 온 미모의 여성들(탈북자 또는 응원단)은 대중매체에서 일종의 호기심의 대상으로 다뤄지고, 동시에 북한을 대표하는 이미지로서 기능한다. 북한이 스스로를 김일성과 김정일이라는 남성 주체를 중심으로 내세운다면 한국은 북한을 정복 대상인 매력적인 여성으로 상징화한다.



    <쉬리>의 이방희(김윤진), <휘파람 공주>의 김정일 딸, 지은(김현수), 그리고 <남남북녀>의 오영희(김사랑)는 그런 측면에서 유사하다. 그리고 이방희가 유중원(한석규)과 같이 북한 최고의 비밀요원이라는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면 오영희와 김철수(조인성)는 상대적으로 아버지의 위치까지도 동일하다.



    철수와 영희는 고구려 상통고분 발굴을 위해 연변에 온 남북대학생 대표들이고 철수의 아버지는 국가정보원장, 영희의 아버지는 인민무력부장이다. 이들에게 다른 점이 있다면 철수는 철부지 바람둥이 대학생이어서 졸업을 위해 할 수 없이 연변에 온 거고, 영희는 북한 최고의 대학에서 일등상을 받는 우수한 모범생으로 외국여행이라는 엄청난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철수는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나이트클럽에서 보내는 한심한 학생이다. 외모로 여성을 판단하고 갖은 유치한 언어와 몇 가지 마술로 맘에 드는 여성을 유혹한다. 연변에 간 이유도 졸업이라는 대외적 목적보다 북측 대표단이 모두 여성이라는 교수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철수가 연변에 도착해서 하는 행동도 강남에서의 일상과 동일하다. 단지 연변가이드 강일평(공형진)이 언제나 철수와 동행하면서 연변 양아치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영희의 얼굴서 엄마를 본 철수





    철수가 가진 유일한 결핍은 엄마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철수가 연변에 도착해서 북측 학생 대표인지 모르고 마주쳤던 영희는 철수가 연변에까지 가져온 사진 속의 엄마와 너무 닮아있다. 영희의 패션 코드는 철수 엄마의 패션과 동일하고 얼굴 모습도 유사하다. 마치 연변이나 북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성이 과거의 남한 여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듯.



    그러나 영희의 성격이나 행동까지 복고적이지는 않다. 무술로 단련된 강인한 몸, 전공분야인 고고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 고분발굴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고, 자존심과 리더십으로 뭉친 여성이다. 추파를 던지는 남학생을 간단히 뻗게 만들고, 물질적인 유혹(코카콜라나 통닭)에 넘어가지 않으며, 일단 춤이나 사랑에 빠지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철수가 남한 여성들이 아니라 영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무엇보다도 외모가 엄마와 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면적으로 훌륭한 남성적 가치를 갖고 있는 영희를 통해 철수는 철이 들고 성숙해진다.



    하지만 영희가 무엇 때문에 철수와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권위적인 아버지가 당 간부와 결혼하라고 압력하기 때문에 자유연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는 점과 끈질긴 철수의 구애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 뿐이다. 대부분 철수의 시점에서 영희가 보여지고 예정된 대로 철수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으로 그려질 뿐이다. 철수와 사랑에 빠지면서 영희는 북한의 능동적이고 실력 있는 대학생이 아니라 수많은 멜로드라마의 나약한 여주인공으로 변한다.



    영희와 철수의 대립과 차이는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출발점과 동일하다. 그러나 <남남북녀>가 색다른 점은 같은 언어의 다양한 갈래들이다. 철수의 남한 속어들과 일평의 연변사투리, 영희의 북한말은 엇갈리면서 서로 다르게 사용되는 의미 작용으로 인해 종종 웃음을 유발시킨다.



    특히 철수와 영희의 로맨스가 고분 안에 둘만 갇혔을 때 발전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싸우면서 내뱉는 말들은 다른 의미로 사逾풔?같은 단어들이 탁구공을 받아 쳐내듯이 튀면서 영희와 철수에게는 불만과 오해로, 관객에게는 개그로 다가온다.




    논리와 구성서 짜임새 부족





    문제는 짧은 개그에서 사용되는 억양과 표현의 차이에서 오는 단편적인 웃음이 영화 전체를 코미디로 구하기에는 좀 버겁다는 점이다. 또 영희와 철수의 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을 벗어나는 장소인 나이트클럽에서 영희가 추는 딱딱한 체조같은 동작이나 북한에서 남학생을 혼내주기 위해 공중돌기를 하는 과장된 장면들은 영희를 더욱 공감할 수 없는 가공의 인물로 만든다.



    그리고 철수가 북한을 방문해 북한 고위간부들 앞에서 영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연설하는 마지막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면에서 제공해야 할 감동보다는 해피엔딩을 위해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흥행에 성공한 모든 로맨틱 코미디가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논리정연하며, 완벽한 구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연변에서 만난 남쪽 철수와 북쪽 영희의 로맨틱 코미디가 분단이라는 비극과 정치적 충돌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풍자나 아이러니에 기대지 않은 채 통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네마 단신
       
    <바람난 가족> 베니스 영화제 공식상영





    제 60회 베니스 영화제가 27일 베니스 리도섬에서 개막한다. 우디 앨런 감독의 <그밖에 또다른 Anything Else>으로 시작, 11일간 250여편의 화려한 영화 축제를 펼치게 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람난 가족> 은 9월4일 공식상영을 갖는다. 임상수 감독과 문소리, 황정민은 9월2일 출국한다.




    비운의 공주 된 조정린





    개그우먼 조정린이 최근 영화 <낭만자객>에 비운의 공주 역으로 캐스팅 되었다. <낭만자객>에서 조정린이 맡게 된 정린공주 역은 자신을 호위하던 자객단의 수장 예랑(최성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비련의 인물. 영화 <낭만자객>은 얼빵한 자객들이 목숨걸고 처녀귀신들의 한풀이에 나서는 코믹 무협 영웅담으로 12월 5일쯤 개봉 예정이다.




    광주국제영화제 개막





    2003 광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22일 열렸다. 개막식 직후 김기덕 감독의 신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상영됐다. 이 영화는 얼마 전 열린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년비평가상 등 4개상을 받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입력시간 : 2003-10-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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