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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0:57:22 | 수정시간 : 2003.10.06 10:57:22
  • '반란 카드' 뽑은 후발 카드사
    업계 3강 '삼성·LG·국민'에 '현대·롯데' 물량공세 펴며 도전장











    최악은 넘긴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위기를 돌파한 것은 아니다. 카드채는 여전히 채권 시장에 도사리고 있는 복병이고, 카드사의 유동성 문제는 아직 심각한 수준이다. 하향 곡선을 긋는가 싶던 카드 연체율은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용카드 장려책으로 일관해 왔던 정부마저 ‘현금 영수증 카드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카드 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던 카드 업계는 그렇게 연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일까. ‘삼성-LG-국민카드’가 굳건히 구축해 놓은 업계 3강 구도에 후발 업체들이 도전장을 냈다. 다이너스카드와 동양카드를 각각 인수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업계에 뛰어 든 현대와 롯데.



    두 재벌계 카드사는 탄탄한 대주주를 등에 업고 아예 대놓고 공세를 펴기도 하고, 물밑에서 조용히 쿠데타를 도모하기도 한다. ‘반란’의 시작이다. 하지만 위기 국면에서 섣부른 승부수는 자칫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법. 그래서 후발 업체들의 공격적 행보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카드업계에 부는 'M돌풍'





    #1. 한 레스토랑. 뿔 테 안경을 쓴 40대 아저씨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그 때 흐르는 멘트. “아저씨 맛있어요? …… M도 없으면서 쯧쯧쯧.”



    #2. 길게 줌 아웃(zoom out)되는 기내 화장실 표지판. 그리고 이어지는 멘트. “놀러 가? 비행기 타고 여행가니까 좋아? …… M도 없으면서 쯧쯧쯧.”



    #3. 20대 젊은 남자가 새로 구입한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 마냥 신나는 듯 시동을 건다. 어김없이 멘트가 나온다. “어이, 새 차로 바꾸니까 좋아? …… M도 없으면서 쯧쯧쯧.”



    4~5월 동시에 전파를 탄 세 편의 ‘티저 광고’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했다. “도대체 M이 뭐야? M의 정체를 밝혀라.” 그리고 얼마 뒤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의 투명 카드라는 ‘현대카드 M’을 새롭게 선보이며 현대 특유의 ‘불도저식 공격 영업’을 시작했다.



    ‘M’ 서비스는 파격적이었다. 이용금액 적립률 2%,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1,000원을 사용하면 적게는 1원, 많게는 10원이 적립되는 다른 카드와 달리 무려 20원(20포인트)이 적립된다는 얘기였다.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는 적립된 ‘M포인트’의 사용처다.



    현대차나 기아차를 구입할 경우 최대 200만원까지 할인해 주는 서비스는 지금까지 어느 재벌계 카드사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혜택이었다.







    여기에 카드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항공 마일리지’ 기능까지 통합했다. 적립된 포인트를 승용차 구입 시 사용하든지, 아니면 비행기를 탈 때 이용하든지 고객이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주유 할인, 프로스포츠 무료 입장, 호텔 및 콘도 할인,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어지간한 서비스는 죄다 모아 두었다.



    신용카드와 자동차가 결합해 만들어 낸 시너지 효과는 예상을 넘어섰다. 출시 첫 달인 5월 1만5,000장이었던 카드 발급 수는 6월 8만9,000장, 7월 10만장 등으로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다. 8월까지 불과 3개월여만에 확보한 누적 회원수가 30만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형적인 성장보다 더 주목을 받는 것은 내실. 5월 37%에 불과했던 카드 이용률이 6월 55%, 7월 68%로 급상승해 업계 평균치(30~40%)를 크게 웃도는 것은 신규 회원 수가 결코 ‘허수’가 아님을 보여줬다.



    현대카드의 급성장은 ‘M’ 자체의 매력 덕이기도 했지만, 회사측의 공세적 드라이브 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 업체들이 몸을 사리는 요즘, TV 드라마와 연계하는 새로운 형식의 광고를 도입하는 등 물량을 퍼붓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기존 신용카드 절반 크기인 ‘미니 M’을 선보이며 또 한번의 돌풍을 예고했다.




    600만 백화점 고객 등에 업은 롯데카드





    “드디어 새우가 고래를 삼켰군요. 이젠 상어들과 한판 붙자고 나오겠지요.”



    한 카드사 임원은 롯데카드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롯데쇼핑 카드사업 부문을 통합하기로 의결했다고 공시한 것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회원 40만명의 ‘새우’(롯데카드)가 회원 600만명의 ‘고래’(롯데백화점 카드 부문)를 통째로 삼켰으니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현재 LG, 삼성, 국민 등 업계 3강의 회원 수는 대략 1,200만~1,300만명. 시장 점유율 0.3%에 불과한 후발 주자 롯데카드가 통합을 계기로 단숨에 선발 업체의 절반 수준까지 치고 올라올 기세였다.



    물론 현실적으로 600만명의 백화점 카드 회원이 모두 롯데카드 회원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정 기간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휴면 회원이 절반 가까이 되는 데다, 신용카드 심사 과정에서 상당수가 걸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측도 이중 신용카드 회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원을 100만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감안할 때 초기부터 무리한 확장 전략을 구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 롯데카드 박두환 팀장은 “가뜩이나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다. 확장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건전하고 모범적인 신용카드 회사의 전형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고 롯데카드의 파괴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 수 그 자체보다 회사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 정보(DB)의 양”이라고 단언한다. 국내 시장에서 카드사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최소 회원 수는 100만~150만명. 이 규모만 넘어선다면 회원이 200만명인 회사나 1,000만명인 회사나 거의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DB는 다르다. 많으면 많을수록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충분한 DB를 확보하지 못한 카드사는 다른 카드사에서 쫓겨 난 회원까지 모두 흡수해 부실 회원을 계속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600만명의 백화점 카드 회원은 비록 모두 롯데카드 회원으로 흡수되지는 않더라도 DB로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롯데측이 곧 선보일 서비스도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현대카드에 자동차가 있다면, 롯데카드에는 유통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이미 백화점, 마트(롯데마트), 호텔, 패밀리레스토랑(TGI프라이데이스), 패스트푸드점(롯데리아), 편의점(세븐일레븐), 영화관, 위락시설(롯데월드) 등을 모두 아우르는 ‘롯데 통합 포인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제 서비스 시행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을 뿐이다.




    "은행계 카드사가 더 무서워"









    “삼성, LG가 무차별적인 물량 공세를 펴던 10여년 전에는 전 국토가 사실 빈 땅이었습니다. 아무 곳에나 먼저 자리를 잡고 집을 지으면 되는 식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미 포화 상태라 기존 집을 허물고 다시 집을 짓지 않는 한 규모를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 아닙니까.”



    삼성카드의 한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 1인당 4~5개의 신용카드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3강을 포함한 선발 업체들의 확고한 시장 지배력에 흠집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현대, 롯데 등 후발 업체가 선발 업체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약진이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무리한 규모 확장이 결국 언젠가는 고통을 수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연체율에서도 이런 우려가 곧 현실화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카드사별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연체율은 6월말 9.48%에서 7월말 9.84%로, 롯데카드 역시 9.97%에서 10.53%로 높아졌다.



    LG 삼성 국민 등 대형 카드사들의 연체율(10~11%)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닐 수도 있지만, 최근 가까스로 증자를 하는 등 땜질 처방을 해놓은 후발 업체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사실 지금의 카드 업계 불안이 경기 불황의 탓도 있지만 재벌계 카드사들의 무리한 확장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현대, 롯데 등이 똑걋?우를 답습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들 후발 업체보다 은행계 카드사의 약진에 더 주목하기도 한다. 특히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을 함으로써 탄생하게 될 ‘신한+조흥카드’가 향후 카드 업계 3강 구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조흥은행 카드 사업 부문은 시중은행 중 뛰어난 영업력을 과시하며 은행 중에서는 드물게 5%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고, 신한카드는 선진 신용 관리 기법을 통해 7%대의 안정적인 연체율을 보여 왔다. 조흥은행 카드사업부의 최현지 팀장은 “두 은행의 카드 사업이 통합될 경우 8%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로 단숨에 전체 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며 “두 은행의 장점이 결합될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카드 관계자도 “시중은행들이 더 이상 카드 업무를 부수적인 업무로 생각하지 않고 주력 수익 사업으로 인식하면서 전업 카드사들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며 “은행의 고객 정보와 결합이 되면 막강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발 업체가 됐든 혹은 은행계 카드사가 됐든, 또 그 파괴력이 어느 정도가 됐든 카드 업계는 외부적인 위기와 함께 내부적인 도전이라는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2003년 가을을 맞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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