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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1:07:36 | 수정시간 : 2003.10.06 11:07:36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Stuffed Pepper
    짧은 일탈이 남긴 아련한 추억, 낭만적 식탁위의 고추요리







    “월급만 가져다주면 남편 노릇 다 한 줄 알지? 당신이 자기 위치 만들어갈 때 나 혼자 부엌데기로 처져가는 기분 알아?” 드라마 ‘앞집여자’의 주인공은 남편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요즘 들어 기혼 여성의 불륜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들이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소설 ‘자유부인’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불륜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다. 불륜 작품 속 여주인공들의 행동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쉽게 판단할 수는 없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앞집여자’의 주인공이 말하듯, 여성들이 일탈을 꿈꾸는 데에는 로맨스에 대한 단순한 동경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가 어느 정도 작용한다.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감동을 준 이유도 작품의 초점이 주인공의 애정사보다는 삶에 대한 열정 자체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인공 프란체스카는 결혼한 지 15년이 된 전형적인 농촌 주부이다. 낭만적이고 생기 있는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처녀 시절을 보냈으나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오와주의 시골 마을에 정착하면서 젊은 날의 꿈과는 조금씩 멀어져 간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현재의 삶에 그런대로 만족하는 듯 보인다.




    매력적인 사진작가와의 불꽃사랑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을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남편과 아이들이 일리노이에 여행을 가면서 혼자 남은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50대의 매력적인 사진작가 킨케이드였다. 그들은 첫눈에 알 수 없는 떨림을 경험하고, 프란체스카는 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여성으로서의 정열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프란체스카는 킨케이드가 사진을 찍는 로즈먼 다리에 ‘흰나방이 날갯짓 할때’ 찾아오라는 쪽지를 남긴다. 그리고 그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쇼핑을 하고, 저녁을 만들고, 새로 산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킨케이드의 눈에 비친 프란체스카는 촌스러운 시골 아줌마가 아니라 우아한 중년 여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그날 이후, 그들은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든다. 킨케이드와의 사랑에서 프란체스카는 젊은 날의 열정을 다시 찾지만 결국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22년이란 세월 동안 마음으로만 서로를 그리워한다. 그녀의 짧은 일탈은 불륜일까? 그렇게 단정하기에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아름답다.



    백일몽과 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프란체스카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녀가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누렸던 그날의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다. 프란체스카가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올 지 모르는 사랑을 가슴에 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랑이 일탈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준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매운 맛과 크림치즈의 조화









    프란체스카가 킨케이드와 가졌던 특별한 저녁식사. 당연히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채식주의자인 킨케이드를 위해 그녀가 준비한 음식들은 고추에 현미와 치즈, 토마토를 채운 것, 옥수수 빵과 시금치 샐러드, 디저트로 내놓은 사과소스 수플레이다.



    여기에 큰 맘먹고 구입한 이탈리아산 와인과 브랜디가 곁들여졌다. 소박한 시골풍의 음식이지만 촛불을 사이에 두고 하는 식사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그 중에서 고추(아마도 피망이나 남미산 할라페뇨인 것 같다)에 여러가지 재료를 담아 구워낸 것은 간단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이 요리가 외국 요리책에서는 ‘Stuffed Pepper’라고 소개돼 있다. 피망에 다진 고기를 채운 요리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미국에서 멕시코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가면 할라페뇨에 크림치즈를 채운 메뉴가 있는데 할라芽♣?매운맛이 크림치즈와 조화되어 특별한 맛이 느껴진다. 이런 류의 요리들은 그릇으로 쓰이는 야채에 따라 토마토, 호박 등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탈리아식 Stuffed Pepper 만들기





    -재료(4인분 기준): 피망 4개(풋고추를 써도 좋으나 만들기 번거로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올리브유 2큰술, 다진 양파 1개, 다진 마늘 2쪽, 현미밥 2컵, 토마토 퓨레 1컵, 바질 1작은술, 칠리 파우더 1/2작은술, 파르메잔 치즈 2큰술



    -조리법: 1. 피망을 세로로 반 갈라 씨를 파낸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넣어 볶다가 현미밥과 토마토 퓨레, 바질, 칠리를 넣어 계속 볶는다.



    3. 2를 피망 껍질 속에 채우고 파르메잔 치즈를 뿌린다. 180도로 가열한 오븐에 30분 가량 구워낸다.



    tip: 책에서는 킨케이드가 채식주의자이므로 고기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맛이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다진 돼지고기, 베이컨 등을 첨가할 수도 있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3-10-0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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