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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1:08:10 | 수정시간 : 2003.10.06 11:08:10
  • [두레우물 육아교실] 명절 스트레스, 아이에게 화풀이
    주부명절증후군서 벗어나 즐거운 추석 만들기







    Q. 4살과 5살 연년생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시댁에서 외며느리인 저는 명절이 되면 장보기에서부터 모든 음식 준비와 집안 청소, 손님 접대 등을 혼자 다 해야 합니다.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신경이 쓰여서 소화도 잘 안되고 변비도 심해지고 짜증도 많이 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 화풀이를 아이들한테 다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설에도 제가 아이들을 많이 때리고 야단쳤는데, 추석이 다가오니까 또 아이들을 야단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아들 연년생을 키우는 일이 저한테는 너무 힘든데, 명절 때는 정말 어디로 도망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아요. (서울 상계동 임모씨)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주부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다. 9월 달력을 넘겨 여느 해보다 이른 추석을 확인하는 순간, 아니 어쩌면 그 전부터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스트레스, 이른바 ‘주부명절증후군’ 때문이다.



    명절을 전후한 가사노동은 핵가족화 시대의 주부들이 감당하기에 벅찬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 어린 자녀를 돌보는 일까지 얹어지고, 시댁의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더해지면 주부들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된다. 그래서 오직 우리나라 주부에게서만 나타난다는 ‘주부명절증후군’은 불안, 초조, 우울과 같은 정신적 증상과 불면, 위장장애, 호흡곤란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두레우물 육아교실 엄마들도 명절이 다가오면서 “예민해지고 허리가 아프다”(ID : ssjb)거나 “신랑한테 짜증을 많이 부리고 어디로 도망가고 싶어진다”(ID : lim1254)며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털어놓았다.



    이러한 명절 스트레스는 사례 속의 엄마처럼 명절 한달 전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거기에 명절 이후의 후유증까지 생각하면 꽤 장기간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주부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작은 일에도 아이들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는 등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보이기 쉬운데, 엄마의 비일관적인 행동은 아이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게 된다.



    다솜아동청소년연구소 최미경 소장은 “엄마에게는 명절이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가족들이 모이는 기대되고 즐거운 날일 수 있다. 아직 어린 자녀는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와 달리 갑자기 화를 내거나 혼낼 때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고 엄마가 혼내는 정도가 심하다면 자녀는 불안한 마음이 쌓여 차츰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내 아이가 자라서 명절의 추억을 떠올릴 때 그저 짜증내는 엄마에게 야단맞던 우울한 기억으로 가득차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진지하게 생각할 문제다. 최미경 소장도 “아이들은 함께 살고 있는 가족 뿐 아니라 조부모나 친척들과의 만남을 통해 가족의 뿌리를 배우며 소속감과 함께 정서적 안정감과 풍요로움을 얻어 나갈 수 있는데, 명절마다 엄마가 어두운 표정과 거친 행동을 보이면 자녀들도 조부모나 친척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명절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엄마 자신이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좋은 엄마 역할도 가능하지 않다.



    이에 대해 두레우물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려서 혼자 명절 준비하기는 힘들다고 미리 말해놓는 등 시댁이나 주위의 기대치를 낮추고 남편과 시어머니께 도움을 청하라”(ID: ch5s, jmmin)며 주부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맡지 말고 솔직히 힘든 점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주부 자신의 노력과 더불어, 남편들이 주부의 육체적, 정신적 짐을 나누어 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편들은 마음은 있어도 어른들 눈치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렵지만, 남편이 먼저 용기를 내서 실천할 때 주부들도 더 많은 이해심을 발휘할 수도 있고 즐거운 가족 잔치로서의 추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여성부 주최 평등부부로 선정된 바 있는 서진석(38), 김순영(38)씨 부부의 경우, 남편 서진석씨는 평소 가사일과 육아의 상당 부분을 함께 하는 남편이고, 명절 때도 부인의 명절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남편이다. 서씨는 “몇년전 명절에 ‘설거지는 남자가 하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50,60대인 나이차 많은 형들과 누나들이 있는 집안이라 쉽지 않았다”며 대신 아내가 명절 일을 할 때 아이들만큼은 신경쓰지 않도록 아이 돌보는 일은 맡아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한국의 가족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걸 느낄 때 아내들은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주부들 의 마음 속 응어리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아내가 시댁에서 겪는 사소한 트러블이 있을 때 남편들은 부인편을 든다기보다는 전체 여성의 지위와 관련된 일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견해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귀띔한다.



    올 추석을 맞아 여성민우회에서 정한 ‘2003 웃어라 명절 캠페인’은 “남자들이여, 설거지부터 시작하자!”다. 설거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남자들의 동고(同苦)라는 데 의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명절스트레스라는 말이 사라지게 하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 엄마, 아빠, 온 친척들이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고 함께 치우는 추석. 아이들에게 이보다 값진 추석 선물은 없을 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 인터넷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박경아 자유기고가 koreapka@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0-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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