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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1:42:46 | 수정시간 : 2003.10.06 11:42:46
  • [시네마 타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인생의 사계절, 그리고 삶의 깨달음
    문이 의미하는 상징성과 문 밖 세상으로의 갈망 그려내








    감독: 김기덕, 제공: 코리아픽쳐스㈜, 제작: LJ필름㈜/Pandora Film



    많은 사람들이 김기덕 감독의 다음 영화가 아이에서 노년에 이르는 인물의 인생 여정을 암자를 배경으로 담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이전의 모든 작품에서 학대하고 학대받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인물들로 점철된 얘기를 강렬한 이미지로 만들어왔기 때문에 고요한 암자의 스님에 대한 영화는 전혀 김기덕스럽지 않았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김 감독의 이전 영화들과 가장 다르게 여겨졌던 것은 영화 속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쁜 남자>에서처럼 선화(서현)를 바라보던 한기(조재현)의 가학적인 시선을 관객이 동일시 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물위에 떠있는 암자의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친절하게 문을 열어준다.



    그 문은 암자로 향하는 강기슭에 있는 커다란 대문으로 양쪽에 사대천왕과 같은 무서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영화가 제목에 나와있는 대로 하나의 챕터처럼 다른 계절의 미래로 전환할 때 마다 그 문은 삐그덕 소리를 내며 관객을 향해 활짝 열린다. 그리고 그 초대한 암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강압적으로 주인공과의 동일시를 요구하기 보다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 내부를 응시하도록 유도한다.



    흥미로운 것은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문이 두 개 더 등장한다는 점이다. 법당 내부는 스님과 남자가 잠을 자는 침실과, 불공을 드리는 장소 그리고 손님이 머무는 곳이 모두 건축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방이다.



    하지만 이 내부에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장소에 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과 밖을 구분하는 문이 있다. 노승은 항상 이 문을 통과해 공간적인 쓰임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그것을 배운 동자승도 그대로 행한다.



    하지만 병을 치료하기위해 암자에 온 동갑내기 소녀와 사랑에 빠진 17살의 남자는 이전까지 통과하지 않았던 상징적인 벽을 지나고 지나 소녀의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문을 만들어 벽이 있음을 강조하는 이런 장치는 노승이 소년에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지켜야 되는 삶의 규율을 의미하고, 그 상징적인 경계를 넘어 선 소년은 마침내 소녀를 따라 암자를 떠난다.




    체험을 통한 고통과 깨우침











    그렇다고 여기까지의 생활이 <동승>(2002)과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는 않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동자승은 물고기, 개구리, 뱀에 돌이 달린 실을 묶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하고, 스님은 자고 있는 아이의 등에 커다란 돌을 새끼줄로 동여맨다.



    그리고 돌을 짊어진 채로 물고기, 개구리, 뱀을 자유롭게 하지 않으면 평생 그 업보를 가슴에 지고 살아야 된다고 엄하게 꾸짖는다. 이미 죽어버린 물고기와 뱀, 그리고 마치 스님의 말처럼 어른이 된 남자는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지나 겨우 스님의 지혜를 깨우친다.



    또한 소녀와 사랑에 빠진 소년은 <소나기>에서 처럼 아련한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산속 바위와 나룻배를 오가며 섹스를 하고, 소년은 스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넘어 소녀에 대한 집착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물론 소녀와 소년의 섹스신도 한 여름 푸른 자연 속의 일부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여지고, 행위보다 소녀가 소년의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장면으로 노출과 성적 자극을 최소화하고 있는 점도 이전의 김 감독 영화와는 사뭇 다른 점이다.



    하지만 엉켜있는 뱀들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만으로도 암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청년으로 성장한 남자가 살인을 저지르고 다시 암자로 온다는 것을 떡을 싼 신문지의 기사로 알게 되는 노승과 살인자의 눈빛과 얼굴 표정만으로 표현해내는 장면들과 비교해봤을 때 더욱 瀏?아쉬움이 든다.



    흔히 그러듯이 한 배우를 소년부터 장년의 역할까지 연기하도록 만들지 않고 4번의 성장 과정을 서로 다른 배우가 맡도록 한 점은 얼굴이 전혀 달라보여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듦과 동시에 삶의 사이클의 반복을 굳이 한 개인에게 국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해석은 ‘그리고 봄’의 장면에 등장하는 아이가 남자의 어린 시절의 동자승과 같은 배우가 연기하고 있는데다 남자의 과거와 똑같이 물고기, 개구리, 뱀의 순서대로 입에 돌을 물리고 하하거리는 얘기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또한 ‘겨울’에서 얼굴에 보라색 스카프를 휘감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인이 어린 아기를 안고 암자로 들어와 아이를 버리고 떠나려다 물에 빠져 죽자 천 뒤의 얼굴이 궁금했던 장년의 남자는 여자를 건져내 얼굴의 천을 벗긴다.



    하지만 천 뒤의 얼굴은 의도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지지 않고 대신 깨진 얼음 사이로 불상의 얼굴 부분이 돌출되어 있는 장면이 보여진다. 관객에게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여인의 가려진 얼굴은 흉측한 모습을 보게 될거라는 기대를 안겨주지만 화면에 보여지지 않음으로서 모든 얼굴이 부처의 얼굴이며 모든 사람이 부처라는 대승불교의 사상을 강조한다.



    장년의 남자에 김용옥 혹은 안성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좌절되자 김 감독은 직접 그 연기를 했다. 본인이 밝히는 이유가 뭐든간에 감독이 직접 장년을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는 이 영화가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살아온 생애 혹은 만든 작품들을 되돌아 본다는 측면에서 감독의 자서전적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봐야 할 듯 하다.



    맨 마지막 장면, 장년의 남자가 눈과 얼음으로 덮힌 강과 계곡을 지나 비탈길을 구르며 산 정상에 올려놓은 반가사유상은 암자가 속해있는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유에 빠져든다. 그 반가사유상처럼 김 감독은 자신이 속해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닐까?



    시네마 단신
       







    말죽스쿨닷컴 오픈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공식 커뮤니티인 '말죽스쿨닷컴'이 이 달 초 오픈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이소룡을 꿈꾸는 모범생 현수(권상우), 이소룡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현수와 친구가 된 학교짱 우식(이정진), 그리고 두 친구에게 동시에 다가온 1살 연상의 여고생 은주(한가인), 이 셋이서 펼쳐 보이는 1978년 말죽거리 고교생들의 성장과 첫사랑 스토리. 내년 초 개봉을 목표로 전북 정읍에서 한창 촬영중이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크랭크 인





    홍상수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제작: 미라신 코리아)가 크랭크인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선배 헌준(김태우 분)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아내(김호정 분)를 둔 후배 문호(유지태 분)와 함께 동네 중국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문득 생각난 옛 연인 선화(성현아 분)를 찾아가면서 발생하는 '뜬금없는' 48시간 동안의 일을 다루는 작품이다. 영화화가 결정되기도 전, 시놉시스 한 장만으로 프랑스 배급사 MK2의 투자 결정을 얻어냈다. 내년 5월 개봉 예정.




    입력시간 : 2003-10-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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