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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6 13:57:57 | 수정시간 : 2003.10.06 13:57:57
  • [르포] "홈쇼핑이야 성인방송이야?"
    선정적 차림새와 포즈의 속옷광고, 매출전쟁이 노출수위 높여







    한동안 잠잠했던 TV홈쇼핑 업계의 ‘속옷 전쟁’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점잖게 말해서 ‘속옷 전쟁’이지 실상 ‘벗기기 전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 말 여성단체의 집중 공격을 받으며 속옷 광고의 선정적 방송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또다시 파행적인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방송위의 경고도 나 몰라라 한다. 방송위가 뭐라고 하든 간에 ‘시청자 사냥’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 덕분에 성인 남성들이 신났다. 성인 방송 못지않은 ‘화끈한’ 속옷 광고를 밤새워가며 볼 수 있기 때문. TV 화면에 눈을 뺏긴 상당수 남성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일부 남성들의 경우 인터넷 동호회까지 만들어 이전에 방영했던 내용의 품평회를 가지는 진풍경까지 연출하고 있다.



    실례를 잠깐 들여다 보자. 직장 3년차인 이모씨(30). 저녁 모임이라든가 술 자리를 마다않던 이씨지만 요즘에는 웬만하면 일찍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는 느긋하게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린다. 밤 10시. 이 시간부터는 홈쇼핑 채널의 속옷 광고가 시작된다.




    금발의 팔등신 미녀들





    TV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면 팔등신의 미녀들이 금발을 휘날리며 미소로 화답한다. 하나같이 러시아나 동구권에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특히 A급 모델의 경우 자국에서도 꽤나 얼굴이 알려진 유명 모델이거나 미인대회 출신이기 때문에 외모 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겉옷을 입은 미녀들은 거의 없다. 모두가 아슬아슬한 속옷 차림이다. 속옷 광고라는 자막을 무시하고 화면만 보면 성인방송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서는 방송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종전까지만 해도 모델들은 포즈를 취해 자리를 잡고 서 있거나 무대를 워킹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은 형형색색의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속옷만을 입은 채 몸을 흔들어댄다. 특히 쇼호스트의 설명에 따라 은밀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하거나 모델들의 몸을 아래에서 위로 훑을 때면 ‘야릇한’ 감정마저 생긴다.



    이씨는 “늘씬한 모델 10여명이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눈을 뗄래야 뗄 수가 없다”며 “솔직히 최근 속옷광고를 보면 이게 홈쇼핑 채널인지 성인방송 채널인지 분간이 안간다”고 말했다.



    홈쇼핑 속옷 광고에 빠진 일부 남성들의 경우 거의 마니아급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품평회를 열거나 이전에 방영된 동영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마련된 카페를 클릭해 보았다. 사이트에 접속하자 전날 방영된 동영상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델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품평회를 가지고 있다. 자료실에는 그 동안 방영됐던 광고 뿐 아니라 외국에서 방영된 속옷광고까지 게재돼 있다.



    물론 이들은 취미 차원에서 봐달라는 주문이다. 이곳 대화방에서 만난 한 회원은 “일각에서는 변태 성욕자 정도로 오해하는 시선이 있다”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차원에서 이곳을 찾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홈쇼핑 업계는 지난해 말 여성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으며 속옷광고 시간대를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오후 1~10시) 이후로 옮기는 등 자정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또다시 파행적인 방송을 서슴지 않고 있다.




    속옷전쟁이 노출전쟁 불러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체의 ‘속옷전쟁’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중순. W홈쇼핑이 끈없는 브래지어인 이른바 ‘실리콘 브라’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경쟁이 촉발되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홈쇼핑은 첫 방송에서 50분간 3억5,000만원이란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L홈쇼핑에 이어 C홈쇼핑, H 홈쇼핑 등이 유사한 상품을 들고 판매 경쟁에 뛰어들면서 업계는 ‘벗기기’ 로 죽기살기 승부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 홈쇼핑은 방송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외국 모델 10여명이 속옷만을 입고 춤을 추는 등 한계를 뛰어넘었다. 때문에 위원회를 소집해 경고조치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업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위 징계 이후 이 홈쇼핑 업체는 내부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요즘 같은 불황에, 더군다나 매출이 보장되는 효자 상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 홈쇼핑 업체는 이후 제품만을 바꾼 채 여전히 파행적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속옷 특성상 약간의 노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속옷이나 보석 광고의 경우 시간대나 모델에 따라 매출 차이가 현격하게 난다”며 “방영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눈을 붙잡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출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매출에는 도움이 안되는 남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남성 시청자들은 시청만 할 뿐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며 “괜한 잡음만 일으키는 남성들의 관심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홈소핑 업계 '男心을 잡아라"
       








    홈쇼핑 업체들은 현재 남성 회원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공연히 잡음만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재진 확인 결과 남성들의 구매건수가 종전보다 많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상당수의 업체들이 남성 고객의 시청이 많은 저녁 시간대에 맞춰 각종 가전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추세다.



    여성 회원이 대부분이었던 2년 전만 해도 남성들의 회원 비중은 1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남성 회원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20%를 상회하고 있다. 남성 회원들의 구매 건수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남성 고객이 많은 저녁 시간대를 업체들이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게 최근의 추세다. 실제 LG, CJ, 현대 등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올들어 남성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컴퓨터나 디지털 가전제품 등의 판매 방송을 저녁 8시 이후로 집중 배치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은 선정적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한 관계자는 "계절 상품인 에어컨을 판매하면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이 에어컨을 붙들고 춤을 추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홈쇼핑 업체들의 상업적 방송이 이미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 2003-10-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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