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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7 13:12:33 | 수정시간 : 2003.10.07 13:12:33
  • [재계 인물탐구] 조운호 웅진식품 사장
    김 빠진 음료로 연타석 홈런






    탄산음료 천하의 음료시장서 순수 전통의 맛으로 승부수



    언제부턴가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에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매실과 쌀 음료 등 순수 전통 음료가 우리 입맛에 친근하게 와 닿고 음료 색채도 다양해지면서부터다. 초록색이 유난히 눈길을 끄는 ‘초록매실’을 비롯, 하얀 쌀 음료 ‘아침햇살’, 가을단풍 색깔의 ‘가을대추’ 등 독특한 소재의 제품들이 쏟아졌다. 주인공은 조운호(41) 웅진식품 사장.

    그는 이런 제품으로 ‘히트상품 제조기’란 명성을 얻으며 콜라 등 탄산 음료로 일관되던 척박한 음료업계에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가는 변화의 조타수로 떠올랐다.

    제품의 인기만큼이나 조운호 사장의 고속승진도 화제를 뿌렸다. 1999년 30대 부장에서 입사 10년 만에 일약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조 사장은 연이은 히트상품에 힘입어 웅진식품을 5년 사이에 연 매출 2,600억원 대의 견실한 중견 음료업체로 키워냈다. 지난해 8월 아시아를 이끌 차세대 리더 18인에 선정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것도 그 같은 경영성과를 반영한 것.

    또 올 1월에는 일본 유수의 경영인 700명이 참석한 ‘2003 신춘 일본 전국경영자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다시 가을을 맞은 조 사장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매실 사랑에 대한 그의 각별함을 얘기한다. “매실을 오렌지주스나 콜라, 커피에 못지않은 세계적인 음료 대명사로 키우겠다.”스스로 매실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는 아시아 차세대 리더들로 구성된 아시아비전위원회(AVC) 한국조직의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을 기화로 최근 AVC내 ‘산ㆍ농 경제공동체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매실을 세계적 브랜드로 집중육성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조 사장은 “아시아 인구가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는데 아시아 원산지 음료는 5%에 불과하다” 며 “아시아 스스로 매실을 커피나 콜라 등에 대체하는 동양의 문화상품으로 발돋움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산ㆍ농 경제공동체 추진위’와 전남 광양시가 주관해 매실의 활용 및 발전 발향을 모색하기 위한 대규모 산ㆍ학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연구대상은 국내 최대 규모의 매실 산지인 전남 광양 섬진강 일대. 내년 4월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한ㆍ중ㆍ일 매실 합동 문화축제’를 전남 광양에서 열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매실은 전세계에서 한국ㆍ중국ㆍ일본의 아시아 3국에서만 나고, 먹는 과일입니다. 먹거리 문화에서 일종의 공통점이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세계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매실에 대한 자긍심은 그의 담론인 ‘용기론’(用器論ㆍ그릇)으로 이어진다. 음료를 담는 캔의 발명 및 생산으로 보존성과 편리성, 경제성이 보장되면서 현대 음료의 역사는 곧 용기의 역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서양에서 도입된 용기인 까닭에 안에 담긴 내용물 역시 콜라나 커피 등 서양의 것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용기가 동양에서 시작됐다면 그 내용물 역시 동양의 것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래서 용기와 내용물을 구분해 우리 것을 담아내는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ㆍ중ㆍ일 공통의 먹거리인 매실을 음료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그의 첫번째 실천인 셈이다.


    우리만의 음료 개발



    그렇다면 매실 다음에는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조 사장은 우선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개성과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고 그 니즈(needs)를 충족시킬 만한 내용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사장이 서양에는 없는 우리만의 음료로 승부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맵고 짠 우리 음식에 가장 잘 맞는 후식이 바로 곡차입니다. 숭늉을 즐겨 마신 것도 그래서죠. 거기서 쌀 음료인 ‘아침햇살’의 아이디어가 나왔던 겁니다.” 아이디어는 적중해, 한국에서 인기를 끈 것은 물론이고, 같은 동양권인 싱가포르와 대만 등에 ‘아침 햇살’을 170만 달러어치나 수출하고 있다.

    사실 조 사장도 처음엔 쌀 음료가 세계적으로 통하는 음료가 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쌀과 밀 등 곡물을 먹지 않는 민족은 없다. 오히려 곡물에 알코올을 첨가해 정종이나 위스키, 맥주로 만들어 마신다.

    포도 원료에 알코올 처방의 유무에 따라 포도주나 포도주스가 되듯이 곡물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면 ‘쌀 음료’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나 200년의 음료 역사에서 곡물을 음료화 한 예가 없었다. 쌀은 세계적 주식이며 숭늉문화는 한국만의 밥짓는 방식에서 비롯된 먹거리 문화인 만큼 쌀 음료는 우리만이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조 사장은 확신했다.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지요. 앞으로도 우리 전통 먹거리 문화속에서 돈을 벌 아이템을 찾고 있습니다.”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바로 보리차 시장이다. 웅진식품의 신제품 ‘하늘 보리’다. 그가 추산하는 보리차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 집에서 끓여 먹는 문화가 바뀐다는 가정 하에서 산정한 수치다. “보통 사람들은 물이 안 좋아서 끓인 보리차를 마신다고 오해합니다만, 사실은 그게 아니예요. 원래 보리차는 숭늉과 함께 즐겨 마시던 우리 전통 곡차입니다. 가정에서 끓여 먹지만, 사회가 바쁘게 변하면서 보리차 음료 시장이 반드시 커질 거라고 봅니다. 일본의 차 시장도 12조원 규모까지 컸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음료시장의 판도도 바뀌어 갈 겁니다.”


    회사 키우고 예술대학 설립 꿈



    조 사장에게도 역경은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죽음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어린 나이에 2남1녀의 장남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인생의 목표였던 법관의 꿈을 접고 돈벌이를 위해 부산상고로 진학했다. 졸업 후 은행에서 잠시 근무하다 웅진식품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보수적인 조직사회에서 너무 튀다(?) 보면 물을 먹을 수 있듯 영업부장에서 자회사 판매부서로 발령이나 2년간 복귀를 손꼽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밀고 나갔다. 그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신념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열정과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조 사장은 앞으로 10년 뒤 회사를 1,000억원 규모로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

    또 섬을 하나 사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극장에 예술대학도 설립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변화를 향한 그의 끝없는 도전 의식이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지 기대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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