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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7 14:07:52 | 수정시간 : 2003.10.07 14:07:52
  • "남편 일자리도 불안하고…" 위기감 속, 취업전선으로
    40대 주부들의 구직행렬





    “월세에, 아이 양육비에, 거기다 빚까지…. 돈을 벌기 위해 몸부림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직과 성실함만으로 버틸 수 없는 사회 생활이 두렵다.” 그녀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기술을 익혀둘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를 졸업하고 옷 가게 운영을 하다 7년 전 결혼과 함께 사회 생활을 접었던 주부 이모(39)씨. 그녀는 요즘 착잡한 심정이다.

    남편이 빚 보증으로 집을 날리는 바람에 8개월 전 취업 전선에 뛰어든 후 벌써 세 번이나 직장을 바꿨다. 첫 번째 취업한 곳은 정수기 회사. 어렵게 취직했다는 기쁨을 느낄 사이도 없이 두 달 만에 퇴사했다. 가족과 친지들을 총동원해 정수기 판매에 나섰지만 가정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의 한정된 인맥과 사교성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 후 상담원으로 취직한 부동산 회사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뿌리 깊은 남성 중심 사회의 치열한 판매 경쟁에서 밀려났다. 입사 4개월 만이다. 얼마 전 주변의 도움으로 5평짜리 구멍가게를 마련한 이씨는 “주부가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고 한숨을 지었다.

    올 초 음식점을 경영하다 불황으로 문을 닫고 취업 전선에 나은 박모(41)씨. 그녀는 6개월 동안 10여 군데가 넘는 곳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박씨는 “일자리가 대부분 파트타임, 임시직, 아르바이트 등인데 임금도 너무 적고 나이에 적합한 일이 너무 없다”며 “3~4번 면접을 봤는데 모두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자격 요건이 45세라고 된 곳도 면접을 가보면 대부분 20~30대가 응시해 40대를 채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취업 교육ㆍ창업 교육으로 사회진출 모색



    주부들이 생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극심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남편 뿐만 아니라 주부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과 신규 채용 감소로 가장과 자녀의 고용 불안이 심화되자 육아와 출산으로 직장을 포기했던 주부들이 앞다퉈 취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도 직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라 주부들의 재취업 시장은 더욱 얼어붙어 있는 상태다. 주부 취업이 워낙 어렵다 보니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서는 학원 등에서 재취업 교육이나 소자본 창업 교육을 받으며 사회 진출을 모색하는 새 풍속도가 자리를 잡았다.

    고 1과 중 1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장희숙(42)씨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준비하느라 지난달부터 마포신촌여성인력개발센터에 다니고 있다. 여성부가 지원하는 전업주부 훈련 과정인 ‘액세서리와 전문 쇼핑몰 운영’ 과정을 듣고 있는 장씨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여유도 생기고 아이들 교육비 마련에도 보탬이 되고 싶어 많은 자본이 들지 않는 쇼핑몰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의 박정숙 사무국장은 “수강생의 80~90% 이상이 취업이나 창업을 원하는 주부들일 정도로 일을 원하는 주부들의 열망이 크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 2ㆍ4분기(4~6월)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 동향’ 분석에 따르면 배우자의 월평균 소득은 30만 6,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만 4400원)보다 15.8% 증가했다. 배우자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10.8%로 전년 동기(9.7%) 대비 1.1% 높아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자소득 비중이 전체 가계소득의 10%를 넘은 것은 통계청이 근로자가구 가계수지동향을 조사하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8%대를 유지해오다 지난해는 9.6%를 기록하는 등 오르막을 타고 있는 것이다.

    “종전에는 육아와 출산으로 직장을 떠났던 여성들이 돌아올 만한 고용 시장이 없었다. 그러나 외환 위기 이후 비정규직 등 ‘생계형 취업’ 자리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부 취업 열기를 ‘자기 계발’형보다는 ‘생계지원’형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맞벌이 등으로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진 영향도 배우자 소득 비중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히지만, 저임금 단순 노무직에 뛰어 들고 있는 주부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부분 비정규직 등 생계형 일자리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정부의 고용안정정보망(Work-Net)을 통해 지난 8월 한달 동안 일자리를 얻은 여성 취업자 1만 9,968명의 절반이 넘는 1만659명(53.4%)이 단순 노무직에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형태로는 정규직이 아닌 시간ㆍ계약ㆍ일용직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6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얻은 여성취업자 비중은 34%에 머물러 전년동기(38.1%) 대비 4.1% 감소했다. 이들 여성취업자의 임금수준의 전체의 72.8%가 월 100만원 미만이었으며 특히 여성취업자 10명 가운데 2명(18.3%)은 월 임금이 6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눈에 띄는 사실은 40대 이상 구직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채용정보업체인 인크루트가 지난 5월 이력서를 등록한 기혼여성을 조사한 결과에서 40대 주부 구직자는 전년동월 대비 무려 616.7%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40대 주부의 구직 증가 원인으로 ▲남편의 실직과 고용 불안에 대한 위기감 ▲불황으로 인한 남편의 사업실패 ▲자녀의 학비 문제 등을 꼽았다.

    또 어린 자녀의 양육 부담이 덜어지고,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지적된다. 최근 남편의 실직으로 전업주부 15년 만에 판매원으로 취업에 나섰다는 손모(40)씨는 “전업주부였다가 일한다는 것보단 (남편이) 평생 직장으로 여겼던 회사에서 졸지에 쫓겨날 수 있는 현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털어 놓았다.


    전문여성인력 활용방안 마련 시급



    경기 문제를 떠나 주부의 취업은 이제 거스르기 힘든 대세다.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이 나돌 듯 평생 직장이나 조기 퇴직이 일반화하는 사회에서 남편의 수입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 문화의 다양성과 급변하는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특히 여성인력의 대부분을 부가가치가 낮은 허드렛일에 투입하는 대신, 고학력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기혼 여성의 경우 취업 희망자는 늘고 있지만 취업 정보력이나 휴먼 네트워크가 매우 취약한 편”이라며 “우수 인력에 대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여성인력 활용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졸이하 저학력 여성 활용률 61.0%로 OECD 평균(54.5%)보다 높은 반면, 고학력 여성 활용율은 평균(81.1%)에 26.4%나 낮은 54.7%로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기혼 여성의 취업 문제가 단순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전문성 제고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취업 성공 체크 포인트 10
       








    1. 가족에게 이해와 협조를 얻었는가?

    무엇보다 진심에서 우러 나오는 가족들의 이해와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또한 가족이 가사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야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다.

    2.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은 구했나?

    만약 돌봐야 할 아이가 있다면 주부가 취업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이 된다. 따라서 시댁과 친정 식구, 기타 친인척, 이웃 중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사람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3. 자신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자신의 학력이나 직업 경력, 자격증 소지 여부, 개인이 처한 환경 등을 고려하여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경쟁하여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바로 알고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진단한다.

    4. 자신이 왜 일을 하려는지 목표가 뚜렷한가?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여러 어려움에 부딪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따라서 왜 취업을 하려는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직업을 가져야 한다.

    5.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 채널을 갖고 있는가?

    채용박람회나 집에서 가까운 취업알선기관을 수시로 방문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는 습관을 갖는다. 신문, 취업정보지 등 언론매체는 물론이고 인터넷 등 통신 매체도 적극 활용한다.

    6.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자신의 현재 여건을 고려하여 취업, 부업, 또는 창업 중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또 선택한 일의 성격, 장ㆍ단점 등을 철저한 정보 수집을 통해 자신의 여건에 맞는지 비교해 본다.

    7. 지원할 직장의 총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취업은 나를 업체에 세일즈하는 것이므로 해당 회사에 대한 사전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준비한다.

    8. 자신의 위치에 정확하게 눈높이를 맞추었는가?

    당장 취업을 하려는 주부라면 전 직장에서 받던 보수나 직책에 얽매이지 말고,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찾는 것이 지름길이다.

    9. 자격증 획득, 훈련 실시 등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 있는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컴퓨터 등 사무 능력을 틈틈이 갖춰 놓고, 기관이나 단체에서 실시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한다.

    10. 나는 취직할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가?

    입사 지원에 실패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나는 취직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갖는다.

    (여성인력개발센터 www.vocation.or.kr '취업가이드' )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3-10-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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