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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07 16:56:38 | 수정시간 : 2003.10.07 16:56:38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나도 아내가… ' 칼국수
    서민적이고 수수한 '비오는 날의 별식'





    올 여름에는 비가 유난히 많이 왔던 것 같다. 뜨거운 여름날, 한 줄기 소나기는 더위를 씻어 준다지만 며칠씩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비’를 소재로 한 이별 노래가 많다는 것도 그만큼 사람들이 비오는 날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학창 시절, 직장 생활을 통틀어 23년간 지각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모범사원을 결근하게 만들기도 한다. 평범한 은행원 봉수(설경구)가 여느 때처럼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던 중 전철 안에서 정전 사고가 일어난다.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어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데 봉수만은 전화할 곳이 없다. 순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고 느낀 봉수는 처음으로 무단 결근을 감행한다. 때마침 만난 대학 동창 미란과 로맨스를 엮어 가려고 했으나 뜻하지 않은 일에 부딪힌다.

    그러나 외로움에 사무치던 봉수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은행 건너편 보습학원에서 애타게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는 것. 스물 일곱의 학원강사 원주(전도연)는 은행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조심스럽게 봉수의 곁을 맴돌고 있다.

    그러나 봉수는 원주의 저녁식사 제의를 썰렁하게 거절하고, 은행에서 데이트 신청을 하는 그녀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계속 냉담한 봉수 때문에 마음이 상한 원주는 결국 마음을 접게 되는 것 같다. 그대로 어긋날 것만 같던 두 사람. 어느날 야근 중에 은행 CCTV 녹화 화면을 되돌려 보던 봉수는 목소리도 녹음되지 않는 카메라에 대고 누군가의 이름을 안타깝게 부르는 원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는 저녁식사



    이렇게 봉수와 원주는 사랑을 시작한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곳은 칼국수집.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칼국수를 사이좋게 나눠먹은 그들은 봉수의 집에서 과일을 먹고 공원에서 산책도 한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로맨틱한 키스신을 보여주는 대신 조용히 손을 잡고 비개인 오후 거리를 걸어간다.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면이다.

    봉수와 원주가 먹는 칼국수는 영화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칼국수는 특별한 재료나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투박한 느낌이 들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낸 면은 서민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런 칼국수는 평범한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한다.

    또한 비오는 날의 별식 중 하나로 꼽히는 칼국수는 외로움을 달래기에 적절한 음식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추위가 걷힐 뿐 아니라 비가 주는 우울한 느낌까지도 사라진다. 외로움 끝에 사랑을 찾은 봉수와 원주가 칼국수를 먹는 장면은 그래서 우연이 아닌 것이다.


    칼국수 한 그릇에 외로움 달래며…



    지금은 값싸고 흔한 칼국수지만 조선 시대만 해도 귀한 음식에 속했다고 한다. 쌀을 주로 먹는 농경 사회에서는 특별한 날이 있을 때에만 밀가루 음식을 즐겼을 것이다. 6월 유두에 주로 해먹던 칼국수는 지방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농촌 지역에서는 닭육수에 애호박과 감자를 넣어 끓이고, 산간지방에서는 멸치, 해안에서는 바지락을 넣는다. 최근에는 바지락을 듬뿍 넣은 칼국수가 그 깔끔한 맛 때문에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나도…>는 어찌 보면 지나치게 밋밋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에는 극적인 반전도, 남녀간의 심각한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오는 날 쓸쓸하게 비디오 한 편을 보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야기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평범한 칼국수, 수제비에 비오는 날의 외로움과 추위를 날려 보내는 것처럼.


    *바지락 칼국수 만들기



    -재료: 바지락 200g, 시판 칼국수 면 250g, 애호박 반개, 풋고추 1개, 붉은 고추 반개, 다진 마늘 2작은술,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 청주

    -만드는 법:

    1. 바지락은 모래가 나오지 않을 때 까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서 건진다.

    2. 애호박은 4cm 길이로 잘라 채썰고, 풋고추와 붉은 고추는 어슷썰어 씨를 턴다.

    3. 바지락은 다진 마늘과 청주, 후춧가루로 밑 양념을 한 다음 냄비에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인다.

    4.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기 시작하면 칼국수를 넣어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끓인다. 다 익으면 찬물에 건진다.

    5. 바지락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호박과 다진 마늘을 넣는다.

    8. 호박이 익을 무렵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고 풋고추와 붉은 고추를 넣고 한소끔 끓여낸다.

    tip: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면은 시판 면을 사용했으나 여유가 있다면 면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입력시간 : 2003-10-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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