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장덕균의 개그펀치] "못 박힌 침대에서 해봐"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10.10 10:03:06 | 수정시간 : 2003.10.10 10:03:06
  • [장덕균의 개그펀치] "못 박힌 침대에서 해봐"


    출퇴근 시간과 휴일이 대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샐러리맨들과는 달리 나의 일상과 삶은 불규칙의 연속이다. 물론 방송시간에 따른 스케줄이 대강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직장인의 규칙성을 기대하기란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물론 핑계이긴 하지만-운동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언제부터인가 몸이 불고, 슬슬 배도 나오고 자주자주 피로감을 느껴와서 운동이라도 해야지 하지만 마음만 앞서지 시작도 못하고 있다. 바쁘고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헬스센터에 다닐만한 틈을 주지 않는다. 주변에서 걱정들을 해주며 골프 연습과 스포츠 센터에 등록을 해주기도 했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고스란히 돈만 날린 적도 있었다.

    그나마 제일 만만한게 ‘걷기’이지만 시간에 쫓기다보면 자동차를 집어타기 일쑤였다. 그러던 나에게 후배 하나가 요가를 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형처럼 바쁘고 게으른 사람한테는 딱이지. 그냥 강한 결심과 담요 1장만 있으면 되거든.”

    그러고 보니 요즘 사람들 사이에 조용한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요가인 것 같다. 최윤영같은 인기있는 여자 연예인이 요가 비디오를 출시하고 있고 전에는 찾기도 힘들었던 요가 센터 간판이 심심치않게 눈에 들어온다.

    요가라면 그야말로 몸에 뼈와 가죽만 있고 수염이 길게 난 인도의 수행자들이 기기묘묘하게 몸을 꼬아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게 마련이다. 요가는 약 6,000년 전부터 고대 인도에서 수행자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수행 방법인데 현대 영국인들에 의해 전세계로 전파됐다. 요가 동작의 80퍼센트는 인간이 네발로 걷는 동물과는 달리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몸, 특히 척추의 하중을 덜어주고 몸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요가는 현대병을 치료하고 인간본성 회복을 위한 수련법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운동체계라는 것이다. 인도의 전통적인 요기(수련자)들은 요기아사나(체위법)를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명상수련을 함으로써 신체의 각 기관들을 활성화 하고 통제한다. 각종 질병으로부터의 탈출과 명상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서 궁극적으로는 해탈에 이르는 이 고귀한 신비주의적 개인수련법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다이어트라는 이름아래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요가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이 최근이라지만 사실 요가는 이미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전해져 우리 문화 속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불교의 가부좌가 대표적인 요가 수행법 중의 하나이고 또 화랑의 세속오계 역시 요가 수행의 1단계인 ‘금계’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요가가 원래 84만가지 정도의 동작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2,000여 동작이 수행에 활용되고 일반인은 대표적인 20가지 정도의 자세만 배우는 거야. 요가는 또 호흡법이 중요하거든. 고르고, 길고 깊게 숨을 쉬는 거야. 숨을 마시고(들숨) 멈추고 내쉬고(날숨) 다시 멈추고. 동작을 반복하면 효과가 극대화 되는거지.”

    후배는 입에 침을 튀겨가며 요가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원래 나처럼 운동과는 거리가 먼 녀석이었는데 의외의 진지함에 조금은 놀랐다.

    “너 요가에 아주 심취했구나. 그렇게나 요가가 좋냐?”

    녀석은 잠시 주저하더니 소곤거렸다. “실은 요가 선생이 더 좋아. 인도에 가서 직접 배워온 정통파야. 거기다 미인이고. 지금 내가 한창 작업 걸고 있는 중이거든. 형, 그거 알지? 요가 하는 사람들 몸이 얼마나 유연한지 알아? 물구나무 서기 자세, 역물구나무 서기 자세, 호미 자세, 활 자세, 코브라, 전굴, 메뚜기, 공작, 고양이 자세 등등 죽인다니까. 그걸 거기에 활용한다고 생각해봐. 그러다 나 복상사 하면 어떡하지? 어흐흐….”

    며칠 후 녀석과 마주친 내가 인사로 등을 두드렸더니 죽는 소리를 냈다.

    “나 만지지마, 형. 그 요가 선생을 꼬시긴 했는데 역시 정통파는 틀리더라. 집에 갔더니 침대에 대못이 가득 박혀 있더라구. 안할 수도 없구, 어흐흐흐.”

    입력시간 : 2003-10-10 10:04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