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2003 딩크족] 둘만의 행복, 나만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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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10 13:48:22 | 수정시간 : 2003.10.10 13:48:22
  • [2003 딩크족] 둘만의 행복, 나만의 삶을 위해
    거칠 것 없는 풍요로운 인생 추구… 다시 주목받는 맞벌이 부부 딩크족





    2003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국가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평균 1.17명으로 대표적인 저 출산국인 일본(1.33명) 프랑스(1.89)보다 낮은 수치다. 저출산의 배경에는 출산과 육아에 대해 여성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육아에 대한 부담은 예전에 비해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가능하면 늦게 결혼하고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딩크(더블 인컴, 노 키즈: Double Income, No Kids)족’들이 우리주변에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들도 출산을 기피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

    이들은 부부 사이에 누군가가 끼어 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이에 대한 양육 부담이 줄어들면서 자신들의 커리어를 추구하는데 더 몰두할 수 있고 서로 둘 만의 시간을 보다 충실하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노 키즈’의 주요 배경이다. 딩크족은 교육 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 중에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들은 부부간에 비교적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민주적인 퍼스낼리티를 추구한다.

    >> 웰빙족
    부부가 만들어가는 라이프 스타일



    조성민(37)ㆍ고은영(36) 부부는 전형적인 서울 강남의 ‘딩크족’이다. 증권사 펀드매니저 출신인 남편 조씨는 주식 사이버 트레이딩 시스템을 기획ㆍ제작하는 벤처 기업인 텍슨시스템 대표로 낮에는 회사 업무에 매달리지만 저녁에는 옷을 갈아입고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로 향한다. 조 씨는 이 곳에 단골 고객 300여명을 둔 100평 규모의 보드게임 카페 ‘주만지’를 운영하고 있다.

    부인 고씨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영 센터의 디자인 연구소에서 책임 연구원이자 10년 경력의 컬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핸드폰이나 냉장고 등 각종 가전 제품들에 어떤 색깔을 어떻게 입히는 것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지를 연구한다.

    또 틈틈이 이화여대 색채 연구소 강사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결혼 생활 7년째인 이들은 주중에는 자신의 일과 취미 생활에 푹 빠져 따로 활동하면서 주말에만 같이 노는 주말 부부다.

    남편 조 씨는 주중이면 회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압구정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곳에서 밤 12시까지 카페 고객들에게 250여 개에 달하는 각종 보드게임의 놀이방식을 설명해 주는 가이드로 카페운영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일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게임을 하면서 푼다”는 조 씨는 국내에 바퀴 달린 신발 ‘힐리스’가 소개되기 이전, 미국에 직접 주문해 이를 사 신고 다닌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족’이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스노우 보드는 기본으로 해, 제트 스키와 윈드 서핑에 까지 뛰어든 스피드 광이다.

    부인 고 씨도 이에 못 지 않게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긴다. 주중 3번 이상은 헬스 클럽을 찾아 흠뻑 땀을 적신다. 또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에 참여해 강변을 따라 압구정동~여의도를 단숨에 주파하며 체력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 뿐 만이 아니다. 일 주일에 1번 정도는 빠짐없이 요가와 스파를 즐기며 심신을 풀어주는 ‘웰빙(well being)족’이다.

    이들 부부는 ‘더블 인컴(Double Income)’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커, 생활의 여유로움이 남들 보다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서로의 월급이 어느 정도 인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결혼전과 같이 서로의 통장을 따로 관리한다.

    이들 부부의 ‘더블 인컴’은 저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긴다’는 목표를 위한 것이다. 자가용으로 체어맨을 타는 남편 조씨는 “40세 이전에 포르쉐를 모는 것이 꿈”이고, 부인 고씨는 BMW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은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남편 조 씨의 생활 철학. 일산에 24평형 아파트를 전세 놓고 지금은 시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아침 식사로 시어머니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들고 출근하는 이들 부부는 시부모의 도움을 받는 등 주변 여건이 다른 부부와는 확연히 차별된다. 다만 파출부 비용 등 생활비는 서로 월급에서 일정 부분을 갹출해 공동 생활비로 모아 사용한다.

    이들 부부의 집엔 쌀이 없다. 즉석 쌀밥 등 만약을 대비한 인스턴트 음식 만이 있을 뿐이다. 결혼 첫 두 해에는 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었지만, 서로의 생활이 바쁘다 보니 따로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쌀독에 쌀이 떨어진 지 5년이 지났다.

    남편 역시 부인이 요리하는 것을 싫어한다. 시간만 된다면 함께 이곳 저곳 맛있는 집을 찾아 다니며 사먹으면 되니까. 단지 서로의 스케줄에 맞춰 생활하다 보면 같이 먹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단지 아쉬울 뿐이다. 조 씨는 “처음 결혼해 신부 수업 겸 2년 정도 부인이 무슨 반찬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싫었다”며 “일을 마치고 돌아와 오히려 시간만 있다면 같이 즐겁게 놀고 함께 쉬는 편이 나은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2세에 대한 생각은 남편이 결혼 전제 조건으로 불요(不要)를 내걸었다. 선택적인 판단이었다. 둘만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자녀 양육에 수년간 뺏기기에는 싫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들은 아이가 없는 대신 애견을 키우는 ‘딩펫(딩크+펫)족’ 이기도 하다. 아이가 없어 허전한 심정은 애완 동물로 대신한다. 재팬니스칭 종의 암컷 ‘퐁이’와 미어처 슈나우저 혈통의 수컷 ‘짱이’가 이들의 친구다.


    >> 슬로비족
    "꿈의 실현도 자녀만큼 큰 투자"





    제일제당 그룹CI팀 팀장인 전경희(39)씨는 지난해 결혼생활 10주년을 맞은 베테랑 딩크족이다. 전 팀장은 올 가을 결혼 10년 만에 가장 큰 생활의 변화를 맞고 있다. 가을 학기부터 이화여대 디자인 대학원의 매니지먼트 석사 과정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대졸후 20년 만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으니 느끼는 전율이야 오죽하랴. 자녀가 있다면 생각할 수 없는 만학의 꿈. 그러나 꿈은 이뤄진 것이다.

    전 팀장의 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공부를 마친 뒤 자신의 디자인 센터를 하나 운영하고자 한다. 전 팀장이 갖고 있는 40대의 꿈은 프로페셔널적인 면에서도 자신의 디자인 감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소년ㆍ소녀 가장들을 돕자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수학한 전 팀장은 이미 디자인 업계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대한항공 모닝컴 CI담당자로 시작해 강남 교보빌딩 건축 디자인 코디네이터, 리츠칼튼 호텔 디자인 매니저, 그리고 제일제당 그룹 로고를 직접 만든 CI 디렉터로 활동해왔다.

    화려한 경력 뒷편에는 항상 차분히 조언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남편의 내조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기업인 D그룹 기획 본부장인 남편은 친부모보다 자신의 장단점을 더 잘 파악해 부인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전 팀장은 “남편은 항상 야근 작업에 바쁜 나의 생활을 이해해 줘, ‘딸 키우는 심정으로 살아간다’고 말할 때가 많다”고 웃는다. 전 팀장은 올 가을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하나 둘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한다.

    전 팀장은 “자녀를 갖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지만 자신의 꿈을 채워가며 삶을 완성하는 것도 자녀 키우기 만큼 큰 투자”라며 “자기 자식에게만 쏟는 정성을 소년ㆍ소녀 가장 들에게 펼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큰 보람을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딩크’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경계하는 전 팀장은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슬로비족’의 한 부류다.


    >> 노매드족
    떠나고 싶을 때 떠난다

    3년 연하인 회사 동료와 결혼해 올해로 3주년을 맞은 SK생명 서부HI-PO지점 생활설계사(LD) 이혜경(39)씨는 주말이 다가오면 항상 버릇처럼 지도를 펼친다. 이번에는 과연 어느 곳으로 떠날 것인지 금요일 밤이면 주섬주섬 짐을 싸는 것이 습관이다. 승용차 ‘쏘렌토’ 동호회 열성 회원이기도 한 이들 부부는 주말마다 전국 곳곳을 돌며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노매드(Nomad)족’이다.

    떠날 땐 항상 간식과 아이스박스를 준비해 되도록 이면 식사를 모두 자동차내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전뮈?맛있는 집들을 빠짐없이 들리는 것은 기본이다. 토요일 새벽,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이들 부부에겐 여행이 생활의 활력소자 주말을 기다리는 목표다.

    또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지만, 밤이면 함께 PC방에 가서 사이버 게임을 즐기고 남편이 좋아하는 만화방에서 6,000원을 내고 6시간 동안 만화에 푹 빠져드는 등 둘만의 생활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어쩌다 덜렁 아이 라도 하나 생기면 이들의 둘 사이에 끼어 드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집에 수족관을 들여놓아 붕어를 키울 것을 계획중이다. 아이가 없다는 허전함 때문일까. 하지만 결코 아이를 의도적으로 갖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둘 만의 생활이 연애하는 것처럼 너무 달콤하기 때문에 그 여운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보보스-딩크족
    내것 네것 구분이 없다



    대학 시절 소개팅을 통해 6년 열애 끝에 결혼한 장혜진(32) 신세계 홍보팀 과장은 올해로 결혼 5년째를 맞은 보보스(Bobos)-딩크족이다.

    장 과장보다 한 살 많은 남편은 LG전자 연구원에 근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매년 시간이 나면 가급적 해외 여행을 떠난다. 남들처럼 정기 적금에 돈을 묻어 두는 것 보다는 젊은 시절 함께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삶의 무게를 둔다. 그래서인지 자녀를 둔 부부와 같이 어울려도 결코 부럽지 않다. 오히려 자녀가 있다면 생활의 자유가 구속 받을 것 같아 두려울 정도다.

    이들은 자신의 통장을 각각 따로 관리한다. 결혼하기 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남편은 남편 통장에서, 부인은 부인 통장에서 각자 그때 그때 생활비를 꺼내 쓴다. 서로의 통장 잔고는 물론 월급이 얼마인지에 대해 알려는 관심도 없다. 서로가 매달 얼마씩을 갹출해 공동 생활비로 쓰는 다른 딩크족 부부와는 달리, 상황에 맞춰 각자가 지출을 책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가계부도 없다.

    다만 아파트 관리비는 남편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해결하고 케이블TV 사용료나, 전화 비, 가스 비 등 각종 잡비는 부인의 몫이다. 올 초 전세로 살던 서울 동부 이촌동 25평 규모의 아파트를 부인의 성화에 따라 구입했다.

    사실 남편은 별로 부동산 보유에 대해 관심이 없는 편이다. 연구원인 남편은 경제학적 이론을 내세워, 오히려 보유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재테크의 수단으로 부동산 보유가 최고”라는 장 과장의 주장에 따라 결국 1가구 1주택자가 됐다.

    아파트를 구입하는 방식도 구입비의 절반은 남편이, 나머지 절반은 장 과장이 서로 갹출해 공동명의로 아파트를 샀다. 3년 후엔 수도권 주변에 조그마한 전원주택을 얻어 이사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홈씨어터 설비를 갖춰놓고 부인은 텃밭을 가꾸며 둘이서 함께 산악자전거(MTB)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그런 풍요로운 생활을 이들은 꿈꾼다.

    전경희ㆍ이혜경씨 부부는 둘 다 전적으로 부인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 경우다. 월말이면 남편의 월급 전액이 부인의 수중으로 빨려 들어간다. 저축이나 생활비 씀씀이에 대해 남편은 부인에게 모든 권한을 맡긴다. 남편은 달랑 신용카드 한 장만을 가지고 다닌다. 물론 용돈은 타 쓴다. 하지만 신용 카드로 큰 금액을 지불할 경우에는 사용 전 부인에게 미리 통지해야 하는 것은 이들 가정의 룰이다.

       





    ◇ 웰빙(Well being)족: 물질적 가치 보다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의 척도로 삼는 부류. 건강, 안정, 여유, 행복 등이 웰빙족의 키워드로 육체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한다.


    ◇ 딩펫(Dinkpet)족: 딩크와 애완 동물이 결합된 말로 딩크족의 특성을 지니며, 애완 동물을 키우는 부부를 말한다.


    ◇ 보보스(Bobos)-딩크족: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이안(Bohemian)의 성격이 강한 보보스족이면서, 동시에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자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딩크족을 말한다. 유행이나 시대의 조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만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특징이 있다.


    ◇ 딘스(DINS)족: Double Income, No Sex, 바쁜 일상과 어려운 경제상황,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성관계를 거의 하지 않으며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슬로비족: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으로 여피족이 개성과 물질을 중요시 했다면 슬로비족은 물질 보다는 마음을, 성공보다는 가정을 더 소중히 여기며 느리게 사는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다.


    ◇ 코쿤족: 코쿤은 누에고치라는 의미로 코쿤족은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자신만의 공간을 추구한다. 대표적인 특징은 쇼핑, 문화 생활 등을 인터넷과 첨단 장비를 통해 가정에서 모두 해결한다는 점이다.


    ◇ 노매드(Nomad)족: 유목민이라는 의미의 노매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가치를 창조하며 늘 영역을 옮겨 다니는 머물지 않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3-10-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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