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생필품도 명품바람, 먹는 물도 다르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10.10 14:19:21 | 수정시간 : 2003.10.10 14:19:21
  • 생필품도 명품바람, 먹는 물도 다르다
    10배 비싼 물 마시고, 6배 비싼 휘발유 넣고…







    명품이라면 으레 의류나 구두, 핸드백, 화장품 정도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구찌’ ‘샤넬’ ‘페라가모’ ‘조르지오 아르마니’ ‘루이뷔똥’ …. 흔히 알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명품은 더 이상 특정 제품군, 특정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닌 듯, 생활 필수품에도 명품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여전히 극심한 불황이라지만 ‘강남 특구’ 를 중심으로 한 부유층들 사이에서는 “생필품도 골라 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물론 ‘고가품 = 명품’의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주변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생필품의 공식을 깨고 2~3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들은 저마다 ‘명품 생필품’을 지향하며 부유층을 공략하고 있다.


    1년 물 값이 1,500만원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성지하이츠빌딩 10층에 자리 잡은 대여섯 평 남짓한 한국해양심층수(주) 사무실. 사장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라고는 고작 4명에 불과하지만 요즘 이 회사는 ‘물 만난 고기’ 마냥 신이 났다. 사무실 내부를 가득 채운 ‘물’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탓이다.

    이 회사가 일본에서 수입 판매하는 ‘마린 파워’의 가격은 2리터 들이 페트 병으로 1만5,000원. 0.5리터 짜리 작은 생수는 5,000원이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국내 산 0.5리터 짜리 생수의 가격이 500원 안팎이니 무려 10배나 높은 가격. 그간 고급 생수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에비앙’에 비해서도 4~5배는 비싼 셈이다.

    ‘마린 파워’의 성분은 그린란드에서 만들어지는 대순환 해양 심층수. 이 회사 홍성곤(62) 사장은 “그린란드에서 빙하 밑에 생성된 물이 수심 4,000m 이하로 내려가 수천년 동안 인도양, 태평양 등을 거쳐 대순환을 하다 일본 고치(高知)현에서 해수 표면 근처까지 솟구쳐 오른다”며 “파이프를 통해 물을 끌어올린 뒤 염분만 제거해 내면 120여 가지의 미네랄 성분이 남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혈액 순환, 아토피 질환, 콜레스테롤 제거, 치매 예방 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것이다.

    4월부터 백화점, 통신 등을 통해 시판을 시작한 이 제품의 주 고객은 서울 강남의 부유층. 어지간한 음료수보다 훨씬 비싼 이 물을 1년간 대놓고 먹는 회원들이 벌써 수백명에 달할 정도다. 최근 타워팰리스에 사는 한 고객이 월 15박스(2리터 들이 6병)씩 1년간 180박스를 신청한 경우도 있을 정도. 이 고객이 지불한 1년치 ‘물 값’은 20% 할인에도 불구하고 1,500만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자동차에 명품을 넣어라



    리터당 1,300원 안팎인 휘발유 가격도 부담스러워 990원에 판매되는 유사 휘발유가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서울 강남의 한 주유소에는 일반 휘발유보다 다섯 배 이상 비싼 리터당 6,600원 짜리 휘발유가 등장했다. 현대오일뱅크가 내놓은 ‘익스트림(X-treme)’. 옥탄가가 보통 제품(평균 93)보다 월등히 높은 107로 연소 효율이 탁월하단다.

    물론 대상은 일반 승용차 운전자가 아닌 경주용 자동차나 고급 튜닝카 마니아들. 한 번 주유할 때 평균적으로 26만4,000원(40리터 주유시)이라는 거금을 들여야 하지만 시판 2개월 가량 동안 2,000리터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톡톡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10월2일 오후 이 제품을 판매하는 서울 논현동 현대성원주유소. ‘익스트림’ 주유기에는 한 손님이 남기고 간 ‘120리터, 79만2,000원’이라는 입이 떡 벌어질 주유 綏舅?남아 있다. 한 종업원은 “최근 들어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며 “오늘도 지방에서 250리터를 한꺼번에 주문해 택배로 보내줬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초고속 주행을 즐기는 드라이버를 위해 9월 출시한 타이어 ‘KU19’의 시중가는 23만~40만원. 일반 타이어 가격(6만~7만원)의 4~7배에 달한다. 타이어 가격을 결정하는 스피드 등급이 ‘Y’(300㎞ 이상)로 흔히 프리미엄 타이어로 분류되는 ‘W’(270㎞) 등급을 능가하는 최상급 제품이다. 금호타이어 마성은 대리는 “고속에서 달려도 제동, 코너링 등 핸들링이 안정적이다”며 “빗길에서도 거의 미끄러짐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엔진오일 갈아주세요”라는 뭉뚱그린 주문이 말해주듯 그간 엔진오일이면 모두 비슷한 제품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엔진오일 시장에도 시중가(1만~1만5,000원)보다 5배 이상 비싼 6만원 짜리 제품이 등장했다. LG칼텍스정유가 지난해 선보인 100% 합성 엔진 오일 ‘PAO 0W/40’.

    “우수한 세정 능력과 함께 겨울철 영하 50도 이하의 혹한에서도 시동이 잘 걸린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 이 보다 한 단계 등급이 낮은 ‘PAO 0W/50’(2만8,000원)이나 S㈜SK의 ‘지크 XQ’(3만5,000원) 등도 명품 엔진오일로서 손색이 없다.


    담배 1개피에 555원



    공정가 1,600~2,000원인 담배 시장 역시 요즘 ‘역(逆) 가격 파괴’ 바람이 거세다. 보건복지부가 담배에 세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이미 시중에는 일반 담배보다 5~6배 가량 비싼 담배가 시판되고 있다.

    민간 담배 제조업체인 샹떼코리아가 7월 중순 선을 보인 ‘샹떼 럭셔리’의 가격은 갑 당 1만원. 보통 20개피가 한 갑인 다른 담배와 달리 18개피가 한 갑이니 개피 당 가격은 555원 꼴이다. ‘후한 담배 인심’도 이젠 옛말이 될 판이다.

    “인삼 벌꿀 거담제 등 한약재를 비롯한 50여가지의 원료와 니코틴(0.6㎎), 타르(6㎎)를 최적의 비율로 혼합해 저 타르, 저 니코틴의 혁신을 이뤘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랑. 알루미늄 팩으로 된 케이스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고급 담배’를 찾는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개월 여간 판매량은 18만갑 가량, 금액으로 치자면 18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박지은씨는 “순하고 달콤한 향이 들어 있어 강남 지역의 룸살롱과 일반 판매점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중화(중국ㆍ2만원) 트레저(영국ㆍ3만원) 환타지아(중국ㆍ5,000원) 던힐 톱리프(영국ㆍ3,500원) 등 고가 수입 담배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명품 담배’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산물, 유아 용품도 명품 열풍



    우리나라 부모들의 아이들에 대한 극진한 정성 탓에 유아 용품 시장은 이미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진출한 상태. 장난감 하나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지간한 승용차 가격에 맞먹는 300만원을 호가하는 수입 유모차도 불티나게 팔린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들이 가장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은 아이들이 먹는 분유. 최근 출시된 ‘산양 분유’(일동 후디스)는 400g 한 통의 가격이 1만9,800원으로 국내에서 팔리는 분유 중 최고가를 자랑한다. 일반 분유 용량인 800g으로 환산하면 3만9,600원. 일반 제품 가격의 2배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일동후디스 김미화씨는 “모유에 가장 가깝다는 뉴질랜드산 산양젖으로 만든 제품”이라며 “아토피성 피부나 성장이 느린 아이들에게 좋은 대안 식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ㆍ축산물에도 ‘브랜드’ 경쟁이 시작되면서 명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인 쌀. 할인점인 삼성홈플러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은 오리와 우렁이 농법으로 화학 성분을 전혀 쓰지 않은 ‘무농약 현미찹쌀’로 2㎏에 8,500원이다.

    일반쌀이 4㎏에 1만원 안팎에 팔리고 있으니 1.5배 이상 비싼 셈. 한약인 삼백초와 살겨, 흑설탕을 섞어 토착미생물에 발효시킨 거름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의 한방쌀 ‘보약밥상’(대구 고령군ㆍ4㎏ 1만6,000원), 이삭이 나기 전 오리를 방사해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무농약 오리쌀’(경기 이천ㆍ5㎏ 2만1,000원) 등도 나와 있다.

    이밖에 통상 10입 기준으로 1,000원대인 계란 역시 최근에는 울타리 내에서 자연 방사해 스트레스 없이 자란 닭이 낳았다는 ‘친환경 계란’이 3배 가량 비싼 2,85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 2003-10-10 14:20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