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인간의 가장 친숙한 벗 '애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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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0.10 15:38:51 | 수정시간 : 2003.10.10 15:38:51
  • 인간의 가장 친숙한 벗 '애견'
    장애인의 빛에서 치로·구조까지 다양한 역할, 사람과 공생관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자리한 삼성 안내견 학교. ‘훈련소’가 아닌 ‘학교’라는 단어에서 훈련중인 개가 아니라 공부하고 있을 ‘견(犬)학생’들이 떠오른다. 말쑥하게 지어진 ‘교실’과 ‘기숙사’들 사이에서 학교라면 으레 들려야 할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알고 보니 야외 수업을 나가고 아무도 없었다. 인근 분당 등지에서 안전하게 주인을 인도하는 보행 수업, 엘리베이트와 버스 등 각종 교통 수단 탑승 교육, 또 위험한 상황에서 주인의 명령에 불복종(선의의 불복종이라 한다)도 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기르는 수업을 받고 있었다.

    사람과 개. 애완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요즈음, 개와 사람의 상생적 관계를 보여주는 개는 단연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다. 어두컴컴한 세상으로 내딛는 주인에게 세상의 빛이 되어주는 존재다. 국내서는 삼성 안내견 학교(mydog.samsung.com)가 유일하게 11년째 해마다 15여 두의 안내견을 양성, 무료로 분양하고 있다


    3단계 교육과정, 6개월 뒤 안내견으로



    안내견은 아무 강아지나 되는 것은 아니다. 안내견 학교의 종견과 모견에서 태어난 강아지나, 전남대 유기견 보호소에서 차출된 우수한 강아지들이 교육을 받고 안내견으로 양성된다.

    교육과정은 보통 3단계. 보통 생후 7주부터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생활하는 사회화의 과정(퍼피 워킹, Puppy Walking)을 거친 뒤 약 3주에 걸친 종합 평가를 거쳐 6개월간의 본격적인 안내견 교육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안내견의 주인을 찾아 서로를 파악하는 매칭(Matching) 과정을 거친다.

    시각장애인의 개성과 환경, 보행 습관 등을 고려해 안내견을 선정하고 사용자는 안내견 학교에서 4주 동안 안내견 관리 요령, 실생활 적응 훈련 등의 사용자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을 수료해야만 비로소 안내견 분양이 이루어지고 10살 정도까지 임무를 수행한다. 이후 안내견은 사실상 은퇴해 자원 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학교로 돌아와 편안한 여생을 보낸다.

    삼성안내견학교에서 교육을 끝낸 국희. 올해 나이 세 살로 베테랑급이다. 하네스(장애인보조견표지가 부착된 손잡이)를 잡고 오른쪽에 서자 좀 시큰둥한 태도다. 명령을 내렸다.



    “국희, 앞으로.” 3번을 명령해도 꼼짝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라 경계를 한 것이다. 목덜미께를 쓰다듬은 후 “국희, 앞으로”를 주문하자 그제서야 하네스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국희는 “기다려”, “계단 찾아”등 이동에 필요한 말을 알아 듣는다.

    갑자기 국희가 앞을 막아 섰다. 아무리 “국희, 앞으로”를 외쳐도 묵직하게 왼쪽 정강이에 와 닿는 국희의 몸뚱어리가 움직일 의사가 없음을 대변한다. 오른발을 내밀어 앞쪽을 더듬자 걸리는 게 있다. 계단이다. 아! 이런 게 ‘선의의 불복종’이구나 싶다.

    개와 사람은 언제부터 이러한 공생 관계였던 것일까? 최근 국내에 출간된 ‘인간은 어떻게 개와 친구가 되었는가’ 에서 비교행동학자 콘드라 로렌츠는 “원시시대 인간들은 맹수에게 희생되곤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개가 파수꾼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먹이가 필요했던 개는 야성을 버리고 현재의 모습으로 적응하면서 인연을 맺었다”고 적고 있다.

    지난 4월 안내견 ‘코비’(래브라도 레트리버 종)를 분양 받아 눈을 반 뜨게 되었다는 이희규(56세, 8세 때 폭발사고로 실명)씨. “코비 덕분에 2주에 한번 있을까 말까 했던 외출이 하루에 2~3번 정도로 늘었다”고 했다.

    이미 친숙한 느낌의 안내견과 달리 아직도 덜 알려진 ‘견공’들도 적지 않다.


    사람을 치료하는 조연의 역할



    대표적인 것이 보청견. 청보견이 더 정확한 명칭이지만, 보청기가 일반화된 우리나라에서 친근감을 주기위해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청각 장애인의 귀가 되어 주는 ‘견공’들이다. 지난 6월부터 4두가 분양됐다.

    보청견은 자명종 시계, 초인종, 팩스, 다른 사람이 주인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화재경보 등 중요한 소리가 나면 주인과 소리가 난 곳 사이를 힘차게 몇 차례 왕복하며 주인을 깨우거나 소리가 난 곳으로 안내한다.

    사람을 치료하는 ‘치료견’도 있다. 물론 개가 의사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음이 닫힌 외로운 사람들의 벗이 되어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주연은 아니지만 치료에 무시할 수 없는 ‘조연’의 역할이다.

    안내견 학교 하우종 주임은 “정신분열로 범죄자가 된 사람들을 수용한 공주치료감호소 재소자들의 치료에 참가했는가 하면, 중학생 시절 ‘왕따’를 당해 대인 기피증세가 심했던 한 남자 대학생(21)을 8년간의 치료 끝에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시켰다”며 자랑했다. 95년부터 치료견의 손(?)을 거쳐간 환자만도 3,000여명에 이른다.

    ‘인명 구조견’의 주가도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경기 양주의 동막골 야산에서 도토리를 채취하다 실종된 85세 할머니의 구조는 95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삼성 구조견센터에서 양성된 독일산 셰퍼드 노을(3, 암컷)의 작품이다.

    현재 19두의 국제 공인 인명 구조견이 활동하고 있으며, 중앙, 원주, 제주119구조대에 ‘공식 구조장비’로 각각 2두씩 등재돼 활동중이다. 기관이나 경찰은 물론 개인도 구조견의 출동을 무상으로 요청(032-320-8255)할 수 있다.


    1조3,000억원에 애견시장, 확대일로



    이처럼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대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견공’들. 안내견 학교 장재원 과장은 “오늘날에는 봉사의 방법이 ‘파수꾼’의 역할에서 다양하게 변하긴 했으나 그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개와 사람의 공생 관계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내견, 구조견, 보청견, 치료견 외에도 세관에서 마약과 폭발물을 색출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마약 탐지견, 군부대에서 수색과 추적, 경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견만 보더라도 사람과 개의 공생 관계는 이미 확대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견 인구 350만, 애견 500만 마리, 애견 시장 1조 3,000억원대의 우리나라에서 애견들의 생일과 결혼식(?)에 부케를 준비하고 장례식에 10만원을 호가하는 근조화환을 챙기고, 자신이 마시는 것보다 3배를 더 주고 애견 전용 생수를 먹이는 일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인간에 대한 ‘견공’들의 다양한 봉사에 비견되는 변화된 보살핌일까.

    경기 여주에서 애견 농장을 운영하며 서울 시내의 주요 애견 숍에 월 100여두의 애견을 공급하고 있는 윤병걸(35)씨는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개들에 대한 대접이 나아진 것일 뿐, 개에 대한 보살핌과 애정의 표현은 달라진 게 없다”며 “개에게 투자하고 개로부터 그 이상의 위안을 받으며 사는 사람들의 애견 사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월드펫21 이영수 회장
       



    "불신의 세상, 개는 배신을 모릅니다"



    "말도 마세요, 냄새 나죠 털 날리죠…, 거기다 시끄럽기까지 하죠. 한번은 초대를 받고 간 집의 푸들이 반갑다며 가슴팍으로 뛰어 오르는데, 소름 끼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내년 1월 서울 충무로 진양상가에 세계 최대의 애완견 백화점 '월드펫21'(worldpet21.com)을 오픈하는 이영수 회장(50)은 '애완견을 얼마나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두 손을 내저었다.

    작년 말 딸 때문에 개를 키우게 되었다는 이 회장은 그러나 지금은 누구보다 더 열렬한 애견 애찬론자가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꼬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흔들어 대면서 주인을 반기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지친 몸으로 귀가할 때 마누라보다도 더 반갑게 맞아주는 개를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죠." 버스, 공원 어딜 가나 개를 껴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욕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자신이 그렇게 하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한국부동산컨설팅학회장, 대학원과 언론사 부동산컨설팅 강의 등 경력을 보면 영락없는 '부동산 전문가'인데, 세심함이 요구되는 애견 사업을 어떻게 시작했을까. "사람의 평균 수명이 80을 넘으면서 늘어나는 독거 노인들과 소득 1만달러 시대와 맞물려 늘어나는 독신자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는 애견밖에 없다고 판단해 애완견 백화점을 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상이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면서 인간 소외의 심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 엷어지면서 오히려 개와 사람들과의 의존 관계는 더 강화됐다고 믿는다. "직접 개를 기르고 보니까, '개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옛말이 옳았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

    내년 1월에 문을 열게 될 1,300평 규모의 '월드펫21'에서는 수백 종의 다양한 개들을 한 자리서 만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애견용품점을 비롯해 애견 공원 호텔 사진관 카페 미용실 경매장 검역소 병원 등의 애견관련 시설이 방역, 냉난방 항균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빌딩에서 운용된다. 또 애견을 동반한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주도 신제주 로얄 호텔 옆에도 내년 4월 분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보신탕 때문에 야만인 국가로 치부받고 있기도 하지만, "애견인구가 더 많은 상황에서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보겠다"는 그의 첫 걸음인 셈이다.





    정민승 인턴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3-10-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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