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수프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10.15 16:06:41 | 수정시간 : 2003.10.15 16:06:41
  •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수프
    세툰 세상살이와 서툰 요리솜씨, 그러나 사랑의 맛





    최근에 독신 생활을 즐기는 남녀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미디어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제로 ‘화려한 싱글’이란 단어는 허상에 가깝다. 지저분한 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주말에는 만날 사람이 없어 낮잠으로 소일하는 것이 많은 싱글족들의 현주소인 것이다.


    스프가 만들어준 사랑



    이런 ‘화려하지 않은 ’ 싱글들에게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르네 젤위거가 보드카를 병째 마시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처절함 그 자체이다. 32세 독신 여성으로서 브리짓 존스의 삶은 우울하기 짝이 없다. 애인도 없고, 직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유일한 낙이라고는 술과 담배다. 새해가 되자 브리짓은 ‘술 끊고, 살 빼고, 근사한 남자를 사귀는’것을 목표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일은 풀리지 않는다. 잘생긴 직장 상사 다니엘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배신을 당하고, 어릴 적 이웃집에 살았던 변호사 마크는 만날 때마다 그녀의 속을 긁어 놓는다. 마침내 직장을 그만두고 방송기자로 새출발을 한 브리짓. 취재 중 뜻하지 않게 마크의 도움으로 특종을 잡으면서 일약 스타기자로 떠오른다.

    오랫만에 삶의 의욕을 되찾은 브리짓은 자신의 생일날 친구들에게 요리를 대접하기로 계획하는데…. 그녀의 서툰 세상살이 만큼이나 요리도 녹록치 않다. 갈아낸 오렌지는 온 사방에 튀어 버리고 스프는 끓이는 동안 파란색이 된다. 이때 마크가 찾아와 그녀의 서툰 요리들을 ‘수습’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양식당에 가면 제일 먼저 먹는 음식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 스프이다. 인스턴트 스프가 널리 보급된 탓인지 간단한 요리처럼 보이지만 스프는 생각 외로 만들기 까다로운 음식 중 하나이다. 한식에서도 기본적인 국이나 찌개가 의외로 제대로 된 맛을 내기가 어려운 것을 떠올리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스프는 맑은 국물의 ‘콘소메’와 우유, 크림 등을 넣어 걸죽하게 끓이는 ‘포타즈’로 나눈다. 영화 속에서 브리짓이 만드는 스프는 포타즈에 속하며 우리가 흔히 ‘크림 스프’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기와 야채, 향신료 등으로 ‘스톡’이라고 불리는 육수를 만든다. 이 육수가 스프 맛의 베이스가 되는 셈인데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므로 서양인들도 가정에서는 보통 고형으로 만든 인스턴트 스톡을 사용한다.

    브리짓의 스프를 파랗게 만든 원흉은 바로 야채를 묶은 파란색 실이었다. 이 야채들은 ‘부케가르니’라고 불리는 서양 요리의 기본 재료 중 하나이다. 여러 가지 허브를 실로 묶어 만드는데 보통 샐러리, 파슬리, 타임, 로즈메리 등이 사용된다. 영화에 나온 대파처럼 생긴 허브는 ‘리크’라는 것으로 서양식 파의 일종이다. 부케가르니는 국물에 향을 가할 뿐 아니라 고기, 생선 등의 비린 맛을 제거해준다.


    함께 있다는 것이 '맛'보다 좋아



    어렵게 완성된 브리짓의 요리는 친구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녀 자신의 성격을 닮은 것 같아 나름대로 사랑스럽다. 그녀의 친구들이 “요리는 못하지만 우린 네가 좋아, 있는 그대로.” 라고 말해주는 장면은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든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명랑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렇게 끈끈한 우정을 보여주는 그녀의 친구들 때문인지 모른다.

    만약 지금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곧 가까운 지인을 불러 좋아하는 요리를 대접해 보자. 좀 서툴러도 좋고, 맛이 없어도 좋다. 혹시 아는가, ‘있는 그대로’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





    * 치킨 스프 만들기


    -재료: 닭가슴살 80g, 양파 30g, 밀가루 20g, 닭 육수 한 컵, 생크림 반 컵, 버터, 소금, 후추

    -만드는 법: 1. 두꺼운 팬에 닭가슴살과 다진 양파, 버터를 넣어 볶다가 밀가루를 넣어 살짝 갈색이 돌도록 볶아준다.

    2. 불을 줄이고 육수를 부어 한소끔 끓인다.

    3. 믹서기에 2를 곱게 갈았다가 다시 한번 생크림을 넣고 끓여준다. 소금 후추로 간한다.

    *tip: 닭 육수는 시판되는 고형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 닭 육수 만들기(2리터 분량)


    -재료: 닭뼈 6kg, 양파 1개, 마늘 2개, 물 4L, 월계수잎 1~2장, 정향 약간, 당근 1개, 셀러리 1개. 대파 1개, 타임, 통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닭뼈는 거품을 걷어내 가며 푹 삶았다가 찬물에 씻는다.

    2. 큰 통에 모든 재료를 넣고 2시간 가량 끓여준다.

    3. 완성된 육수를 체에 거른 후 냉각시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용한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3-10-15 16:07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