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인간 마루타면 어때요? 짧게 일하고 굵게 버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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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1.14 11:12:11 | 수정시간 : 2003.11.14 11:12:11
  • "인간 마루타면 어때요? 짧게 일하고 굵게 버는데… "
    대학생 아르바이트 백태… 불황기 짭짤한 신종일거리 각광



    짧고 굵게'. 불황기 대학가에 불고 있는 아르바이트 코드다. 돌 깨기(과외), 주유소 총잡이, 편의점, 커피숍 아르바이트 등 근면과 성실 그리고 체력으로 승부하던 일들은 '아르바이트의 고전'이 된지 오래다.

    요즘에는 '짧은' 시간의 노동으로 '굵은' 돈 뭉치를 거머쥘 수 있는 이색적인 아르바이트들이 대학가에서 각광 받고 있다.

    시약투여 1박2일 참가에 50만원



    가장 눈에 띄는 아르바이트는 이른바 '인간 마루타' 아르바이트. 정식 명칭은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참가 아르바이트'정도가 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란 오리지널 약(대조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카피 약물(시험약)을 판매하기에 앞서 실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두 약물이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 여부를 통계학적 방법으로 증명하는 시험이다. 관절염약, 감기약, 피부염약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인간 마루타'란 엽기적인 이름이 붙은 것도, 시판에 앞서 실제 사람에게 투여해 효능을 시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아르바이트는 요즘 대학생들의 속전속결 코드에 부합하는 1박 2일의 참가에 30만~50만원의 수당을 챙길 수 있을 정도로 짭짤한데다가 말 그대로 '참가'일 정도로 부담 없는 일이 강점이다. 주관업체인 '랩 프런티어'의 김원 과장은 "친구들끼리 단체로 지원할 것을 당부할 정도로, 무료함을 참는 게 일일 정도로 노동강도 제로에 가까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누워 떡 먹기 수준의 이 아르바이트에서도 '떡'을 먹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격 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없어야 하며 최근 3개월 이내에 비슷한 생 동성 시험이나 헌혈 경력이 없어야 하고, 소화기계, 내분비계 및 혈액질환의 병력이 없어야 한다. 최중 과다나 미달 또 전날 맥주라도 한 잔 했다면 에누리 없이 탈락이다.

    다섯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참가했다는 권 모(24, S대학교)군은 "사실상 마루타가 돼야 한다는 사실에 찜찜했지만,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받는 돈이 많은 데다 건강검진도 무료로 받기 때문에 응했다"며 "주변에 최저 생계비 이하의 수준으로 살고 있는 자취생들을 보면 '이런 이런 아르바이트도 있더라'하고 넌지시 알려 준다"고 말했다.

    동등성 시험이 남학생들의 아르바이트라면 여기에 비견될 수 있는 여학생들의 아르바이트도 있다. 바로 불임 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하고 사례금을 받는 아르바이트다. 기본 200만원에 외모나 학력이 받쳐 준다고 공인(?)되면 '플러스 알파'가 있다. IQ 지수가 140정도면 500만원은 거뜬히 넘겨 받는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이다.


    난자 제공 여대생, 조건 충족땐 큰 돈



    수십 개의 불임 클리닉 센터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난자 공여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이 글들의 '작성자'들은 20대 초반 여성들이다. 이 글들은 보통 자신의 학력과 외모를 앙증맞게 설명한 뒤 몸무게와 키, 골격, 머리색깔, 피부, 눈의 쌍거풀 유무 여부 등을 교태스럽게 묘사하곤 '좋은 인연 되었으면 합니다' 며 대미를 장식하고 물러간다. 이 메일 주소 하나 달랑 남긴 채.

    서울의 모 대학원에 재학중인 김모(25)양은 "집안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다음 학기 등록금을 직접 마련해야 되는데 우연한 기회에 난자 공여 아르바이트 얘기를 듣고 난자를 제공한 대가로 350만원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얘기한다.

    생명의 씨앗인 난자를 돈을 주고 판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불임부부가 임신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며 "불임가정에 선물을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그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도 궁금할 것 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짧고 굵은' 아르바이트들이 이렇게 은밀한 것만은 아니다. 홈쇼핑 광고에서 찾는 '짧고 굵은' 아르바이트는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다 못해 늘 방송카메라에 비친다. 러닝 머신 광고 모델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한 시간 남짓의 방송시간 동안 러닝 머신 위에서 줄곧 달리는 아르바이트다. 중간에 임의로 쉴 수도 없고, 힘겹다고 인상을 쓰거나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물론 카메라가 딴 곳을 잡고 있을 때 요령껏 쉴 수도 있겠지만, 모델의 달리는 자세와 얼굴 표정은 제품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구력과 연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방송사에 모델을 공급하는 '모델 라인'의 한 관계자는 "러닝 머신 모델은 첫 출연이 20만원선, 3~4회의 출연 경험이 쌓이면 회당 40만~50만원 정도 받는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내고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리는데 이 일은 도리어 돈을 받고 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랑신부 친구에서 대리게임까지

    연중 결혼식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10월과 11월. 신랑 신부들의 분주함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이들과 함께 덩달아 바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친구가 적거나 직장의 동료가 소규모인 신랑, 신부들이 고용하는 '특수임무요원', 결혼식장 하객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다. 평소 원만치 못했던 대인 관계를 커버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인 만큼 산통 깨지 않을 정도의 실감나는 연기가 필요한 아르바이트다.

    문병철(24세)군은 "연중 가장 많은 결혼식이 몰려 있는 10월은 대학생들에겐 중간고사가 끼어 있어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라면서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주 일요일 점심은 결혼식장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식 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 일당 3만~4만원에 푸짐함 잔칫집 식사까지 제공되니 이만한 아르바이트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리 운전이 아니라, 대리 게임을 하고 돈을 버는 대학생들도 있다. 주로 PC방에서 이루어지는 이 아르바이트는 군 복무를 앞둔 '폐인'들이 독점하다시피 한다. 주 종목은 '리니지'나 '뮤'와 같은 머그게임(MUG : Multi user game -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하는 게임). 쉽게 얘기해서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따야 급여가 생기는 아르바이트다.

    보통 게임에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높아지고 다양해지기 때문에 게임주(主)는 학생들을 고용해 2교대나 3교대로 24시간 게임을 돌린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강한 승부욕과 몇 시간이고 곰처럼 앉아 있을 수 있는 무거운 엉덩이가 필수 조건이다.

    갑자기 나온 영장 때문에 길지 않은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대리 게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형준(21세)군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고 정해진 급여가 없기 때문에 불안정한 아르바이트이긴 하지만, 고급 아이템을 하나 획득하기라도 한다면 그것으로 대박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이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며 어떤 아이템은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골프장 캐디는 고액 아르바이트



    골프장 캐디 아르바이트도 등록금이나 집 전세 값 등 목돈을 마련하기 위한 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다.

    4주 정도의 기본 교육과정을 무급으로 숙식만 제공받고 수료하면 월 200만~3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는 아르바이트다. 4시간 정도 소요되는 18홀을 라운딩하는데 7만원정도 받는다.

    남모(23)양은 "하루에 보통 한나절만 라운딩을 했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면서 다른 공부도 할 수 있었다"며 "많은 보수도 보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도 할 수 있어 건강에도 아주 좋았다" 말했다.



    정민승 인턴 기자 prufrock@empal.com


    입력시간 : 2003-11-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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