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스타 데이트] 정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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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1.14 11:52:29 | 수정시간 : 2003.11.14 11:52:29
  • [스타 데이트] 정웅인
    광기의 시선으로 스크린 장악
    영화 '써클'서 사이코 연기로 이미지 대변신






    “완봉승 하겠다.”

    영화 ‘써클(감독 박승배ㆍ제작 무비캠)’의 주연 정웅인(32)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11월 14일 영화의 개봉을 앞둔 그에게서는 시합을 준비하는 야구 선수의 전의가 이글거렸다. “나를 믿고 기용해 주신 분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겠다.” 기용이라니. 숫제 말투도 코리언 시리즈에 뽑힌 선수를 닮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실 사이코 연쇄 살인마다. 정웅인의 눈빛은 소름이 끼치면서도 이상하게 사람을 빨아 들인다. 무언가를 응시하지만,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은 광기(狂氣)의 시선.

    여기에 기괴한 웃음 소리가 더해질 때면 영락없는 악마의 모습이다. 그렇게 스크린을 장악한다.

    “변신을 위해 선택한 캐릭터에요. 사람들은 흔히 시청률이 높았던 시트콤의 코믹한 이미지만을 떠올리는데, 그걸 탈피하고 싶었어요.”

    영화는 연쇄 살인범과 그를 사형시키려는 여검사의 대결로 치닫다가, 후반 돌연 두 사람의 전생에서부터 이어 온 사랑으로 상황을 반전시킨다. 그에게 두 얼굴의 폭 넓은 연기력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

    ‘양들의 침묵’의 앤서니 홉킨스와 비교될 만한 섬뜩한 살인마의 모습에서 연민의 표정까지 이끌어 내야 하는 ‘다중인격’을 소화해 내기란 그리 녹록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개성이 강한 연기일수록 오히려 표현하기 쉽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중 인격 연기라는 숙제를 앞두고 고민했던 건, ‘정웅인다운 사이코’를 표현하느냐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내느냐는 문제였어요.” 고민 끝에 내려진 답은 전자였고, 엽기 살인마의 냉혹한 미소에는 평소 정웅인의 코믹한 이미지가 담겨 있어 한결 더 독특해 보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악한 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일 전쟁터에 두 사람만 살아 남았다면, 서로 ‘저 놈을 언제 먹을까’ 궁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잠재된 의식을 끌어내 연기로 표출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봐요.”

    복잡한 역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정웅인의 저력은 연극 무대의 경험에서 나온다. 안양 양명고 1년 때 “가입한 동아리가 없다”는 말을 들은 연극부 선배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 엉겁결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낯두께를 늘인다며 ‘돈 안 내고 햄버거 얻어 오기’ 등 별의별 훈련을 다 했는데, 생각해 보니 폭 넓은 연기를 소화할 수 있게 한 원천이었어요.”

    1994년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한 뒤에는 아예 연극계에 발 벗고 나서게 된다. 닐 사이먼의 ‘굿 닥터’, ‘별을 수놓은 여자’ 등 10여 편의 프로 연극 무대에서 기초를 닦았다.

    97년 SBS-TV ‘천일야화’의 작가였던 한 친구가 엑스트라에 그를 추천해 주었는데, 탤런트 최진영이 출연 펑크를 내면서 그 배역을 거머쥐는 행운을 잡았다. TV 데뷔 역시 엉겁결이었던 셈. 이후에도 행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천일야화’의 김병욱 PD가 영화 ‘미스& 미스터’의 감독을 맡으며 그를 동반했고, 이 작품을 눈여겨 보던 김지운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 ‘조용한 가족’에도 출연하게 됐는가 하면, 이를 비디오로 본 성준기 PD가 드라마 ‘은실이’에 캐스팅 하는 등 굴곡 없이 평탄하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독특한 그만의 빛깔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지만, 개성 강한 연극적 연기는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한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기가 필요한 대목에서는 부자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이다.

    “멜로 연기할 땐 진땀이 다 나요. 이번에 강수연 선배의 얼굴을 만지는 장면에서 왜 그리 어색했던지 혼났어요.”

    얼굴의 통통한 볼살이 멜로 분위기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키 180cm에 몸무게가 67kg밖에 안 나가요. 원래 뼈가 얇아 몸도 호리호리한 편인데 얼굴만 통통해 보이는 게 콤플렉스에요. (박)중훈 형이 그래요. 우린 통통한 볼살 때문에 멜로 (연기)가 안 된다고….” 외모 콤플렉스를 성형으로 극복하는 것에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얼굴에 칼을 댈 생각은 없단다.

    정웅인은 영화 ‘써클’을 필두로 연달아 선보이는 영화 ‘아빠하고 나하고(11월 21일 개봉)’와 ‘선수, 가라사대(12월 개봉 예정)’로 관객들을 숨가쁘게 찾아간다.

    이처럼 왕성한 스크린 활동의 배경은 간단하다. 좋은 작품을 잇달아 만났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부족한 연기의 폭을 보다 다양하게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에게서 일상의 고단함보다는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것은 그 같은 자세 덕이리라.


    ■ 프로필
    생년월일: 1971년 1월 20일 키: 180cm 취미: 영화ㆍ음악 감상 특기: 운동 가족사항: 1남 1녀 중 장남 주량: 소주 1병 학력: 안양 양명고- 서울예대 연극과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3-11-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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