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맛이 있는 집] 장충동 '라 깜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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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3.11.20 15:54:33 | 수정시간 : 2003.11.20 15:54:33
  • [맛이 있는 집] 장충동 '라 깜빠냐'






    거리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테라스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은 노천카페를 보면 괜히 한 자리를 차지해 앉고 싶어진다. 공기가 쌀쌀해도 햇볕만 포근하게 비춰 준다면 딱딱한 실내 보다 탁 트인 야외 쪽이 더 끌린다. 테라스가 예쁘장하게 꾸며졌다거나 바깥 풍경이 좋다면 노천 테이블의 매력은 한층 진해진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이 짜증나게 느껴지는 요즘, 노천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아니 노천 테이블이 어디론가 숨어 버려, 앉고 싶어도 찾을 수가 없다. 느낌은 노천 카페이면서 실내의 포근함을 갖춘 곳이 라 깜빠냐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테라스에 투명한 비닐 천막을 두르고 난로와 무릎 덮개 등으로 무장해 여전히 노천 카페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라 깜빠냐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일 것이다. 이곳을 지나치면서 언뜻 보았을 때 자그마한 규모 때문에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이 아닌가 싶었다. 예쁘장한 외관이나 나무로 만든 작은 테라스 역시 커피 전문점에나 어울릴 법했다. 하지만 식당이었다. 그것도 아주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내는.

    라 깜빠냐(La Campagna)는 이탈리아 말로 ‘전원’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식당 이름이 전원인데, 알고 보니 라 깜빠냐의 사장 겸 주방장인 손창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어머니 곁에 바싹 붙어 있기도 하거니와 어머니의 손맛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같은 이름을 선택한 것.

    거리 쪽에 있던 벽을 트고, 그 자리에 긴 나무 판자를 깔아 테이블을 만들었다. 테이블은 바짝 붙어 앉았을 때 한쪽에 4명씩, 모두 8명까지 앉을 수 있다. 이것이 라 깜빠냐가 가진 유일한 테이블. 하지만 옆 식당 전원의 실내를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원에 손님이 적은 저녁 시간에는 몇 개의 테이블이 라 깜빠냐의 차지가 된다.

    주문한 메뉴를 그 자리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주방장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이 집에서는 자연스럽다. 두세 번만 가면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주고받고, 금세 단골이 되는 그런 집인 덕분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마레 까르또쵸. 올리브 오일 소스로 만든 깔끔한 파스타에 가리비를 곁들인 것으로 손이 제일 많이 가는 메뉴기도 하다고. 가리비와 조갯살, 파프리카를 다져 가리비 껍질에 채운 다음 팬에 구워낸 맛이 특별하다. 주방장이 직접 개발한 일종의 퓨전 파스타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천메뉴는 프루띠 디 마레와 무스꼴리 삐깐테. 이름이 무척 어려워 보이지만 전자는 해물 파스타, 후자는 홍합탕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물 파스타는 신선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넣은 것으로 토마토 소스 외에도 카레, 와인, 올리브오일, 크림 등 다섯 가지 소스를 원하는 대로 요리해준다. 소금과 후추를 뿌려 구운 도미 한 토막을 파스타 위에 올려준다. 홍합요리는 국물이 뿌연 우리나라식 홍합탕이 아니라 토마토 소스를 넣은 것. 홍합 육수가 소스에 스며들어 국물처럼 흥건한데 그 맛이 기막히다.

    그날 그날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원래 메뉴에는 없는 것으로 그 날 하루만 맛볼 수 있다. 새로운 메뉴를 손님의 입맛으로 평가받고자 하는 주방장의 노력이 느껴진다. 식사 뒤엔 뒷맛이 깔끔한 에스프레소를 한 잔하며 얼마 남지 않은 늦가을의 햇살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 메뉴 : 마레 까르또쵸 9,500원, 프루띠 디 마레 10,000원, 까르네 꼰 커리 8,000원, 샐러드 8,000원, 무스꼴리 삐깐테 13,000원. 02-2279-1229


    ● 찾아가기 : 동대입구역에서 퇴계로5가 사거리로 이어지는 언덕길 중간 즈음에 있다. 3호선 동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진행방향으로 곧장 걸어가면 5분 거리.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 맞은편.

    입력시간 : 2003-11-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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