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스타탐구] 김희애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2003.11.21 16:56:02 | 수정시간 : 2003.11.21 16:56:02
  • [스타탐구] 김희애



    "가정은 든든한 내 울타리 연륜의 배우로 거듭나게 해"



    조용하고 스산한 연기로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는 김희애. 7년 전 노 메이크업에 은테 안경을 낀 채 한국의 빌 게이츠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하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어느덧 아이 둘 낳은 주부가 되어 소리 소문 없이 안방극장을 재점령하고 있다. 1983년 데뷔했으니 벌써 연기경력 20년을 맞은 중견 배우다.

    처음 알았다. 안기고 싶은 여자도 있다는 걸. 김희애가 그렇다. 그녀를 보면 일단 달려가 안기고 싶다. 그리곤 이것저것 이르고 싶다. 누가 어떻고, 이래서 오늘 하루 힘들었다는 둥. 그에겐 세상 만인을 포용할 것 같은 드넓은 가슴이 느껴진다.

    고등학교 때 데뷔한 하이틴 스타지만 19세 때 이미 “배내옷은 새 것보다 헌 것이 아기 몸에 좋데요”라는 대사를 읊은, 처음부터 의젓한 배우였다.

    음역으로 치자면 요란스럽지 않은 알토 같은 차분함인데 결혼 후 그녀의 포용력은 더욱 넓어진 듯 하다. 아직 대학생의 티가 남아있으면서도 그래도 좀 살아본 여자같은 넉넉함, 빈틈없는 단정함이 느껴진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쟁쟁한 드라마 연출가들은 김희애를 ‘수묵화 같은 배우’라고 한다. 단아한 자태와 수수한 외모는 가만히 화면만 응시해도 그림이 되는 장면을 연출한단다. 한 방송사에서 연말 연기대상만 세 번이나 받았으니 브라운관에서 그의 장악력은 가히 대단하다.


    현명한 여성상



    유약한 여배우들이 내뿜는 텅빈 청순함이 아닌 자의식이 동반된 여성성은 그의 이름에 신뢰감을 불어넣는다. ‘아들과 딸’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폭풍의 계절’과 같은 드라마를 보면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개척하려는 주체적인 자신감이 느껴진다.

    관능을 노골화하지 않고 귀여움과 응석으로 자기를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섹시하다. 분명하고 위엄있지만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지 않는 목소리는 토끼같고 여우같다. 그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일지라도 김희애는 정말 현명한 여성일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배우로서 얼마나 큰 장점인가!

    실제의 김희애 역시 대중들 사이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책 읽고 공부하는 것 좋아하고 틈틈이 글쓰기도 한다. 이미 여러 번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고 학생들을 만나 연기지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리는 기쁨을 공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다.


    연기·결혼은 최고의 선택



    결혼은 김희애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형부의 소개로 이찬진을 만나 당시만 해도 최첨단 방법인 e 메일로 사랑을 속삭인 그는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여배우에게 결혼은 자칫 생명력의 단축을 의미하는 굴레일 수도 있지만 김희애는 결혼 후에도 간간히 드라마와 CF에 출연하며 특유의 섬세한 여성미를 숨기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은 연기자가 된 것, 그리고 결혼한 것이죠.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살다보면 자연스레 세상이 보입니다. 결혼해 보니 지금 같은 연기가 나오죠. 저보고 ‘고독’의 이미숙 같은 연기하라고 해도 못해요. 전 정말 아줌마거든요.”

    남편은 너무 편해서 걱정되는 사람이란다. 방송 일을 다시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말없이 ‘OK’를 하며 집안 일은 서로 분담하자고 했단다. 자상하게 여러가지 챙겨주는 편은 아니지만 묵묵한 후원자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완전한 사랑’도 결혼생활이 준 체험에서 우러나온 연기다. 애교스럽게 눈을 흘기기도 하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하기도 하고 철없는 남편을 감싸안는 누나같기도 한 하영애는 곧 김희애다.

    불우이웃과 어린이를 돕는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 행사는 몇 년째 MC를 맡고 있는데 그의 어린이 사랑은 유별나다. “결혼해 보니 아픈 자녀를 둔 부모 마음이 더 잘 이해되요. 어찌보면 험난한 세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밝고 아름다운 것들을 몸이 아파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지라 쉬는 동안에는 틈나는 대로 운동하고 피부관리를 받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서는 몸이 불어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는데 저녁 식사 후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무작정 집 근처를 걸었다. 매끼 식사도 1/2로 줄이고 헬스클럽에 꼬박꼬박 얼굴도장을 찍었더니 다행히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역시 노력하지 않고 이뤄지는 건 아무 것도 없나 보다.


    '자연스런 연기' 여전히 어려워



    “관객이 몇 명 안 되는 소극장에 선 배우들도 거의 목숨 걸고 연기하잖아요. 그렇다면 수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TV 연기자는 몇 배 더 노력해야죠. 배우로서 필요한 부분이라면 일단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최근 들어 듣고 싶은 칭찬은 “연기가 참 자연스럽다”란다. 20년 넘게 연기를 하고 있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런 연기를 펼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연기하는 게 보이지 않는 배우, 마치 그 인물이 곧 김희애인 연기를 하고 싶단다. 가을 수국을 닮은 누이의 모습으로 변함없는 향내를 풍기는 김희애. 세월이 준 주름까지도 아름다운, 보기 드문 진짜 배우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 HOME TOP